요양병원 침대간격 1m 시행...'3,000여명 어디로'
요양병원 침대간격 1m 시행...'3,000여명 어디로'
  • 김도우
  • 승인 2018.12.09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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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간격 1m 이상 유지하도록...완료 못한 26개 요양병원, 31일까지 변경신청 해야
▲ 내년부터 시행되는 침대 간격 1m 이상 유지하도록 하는 법령 때문에 전북지역 요양병원이 혼란스럽다. 전북지역 요양병원 86개중 26개소가 아직 신청을 하지 않았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내년부터 시행되는 요양병원의 침대 간격이 1m 이상 유지하도록 하는 법 제정으로 전북지역 요양병원이 혼란스럽다. 전북지역 요양병원에서 환자 퇴원을 놓고 적잖은 혼선이 소리 없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초지종은 이렇다. 보건복지부가 내년 1월1일부터 침대와 침대 사이를 1m 이상 띄우도록 의료법을 강화했다. 이유는 누군가 감기가 들어 기침하면 침 튀는 거리가 그러하니 최소 1m 이상은 떨어져 있어야 감기 바이러스를 옮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줄을 서서 입원을 해야 하는 대형 병원을 제외하면 중소병원들의 경우 병상을 일부 줄인다고 해도 큰 손해는 없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실제 2016년 전북지역 전체 병상 이용률은 78.3%에 그치고 있는데, 이용하지 않는 병상을 없애는 것까지 정부가 보상해 주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오히려 병원들의 편법 대응에 적극 대처하겠다는 게 정부와 전북도 입장이다.

전북도 보건의료과 관계자는 “어렵고 복잡하지만,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에 침대 간격을 늘려야 한다 환자도 인격체이고 병원에서 사생활이 보장되어야 한다”며 “국제감염관리연맹이 정한 병상간 최소 간격 1m를 기준으로 했다”고 말했다.

이 기준에 의하면 신설 요양병원은 2017년 2월3일자로 시행하도록 했으며, 기존 요양병원은 2018년 12월31일까지 유예기간을 두도록 했다.

전북지역 요양병원 86개 중 8개 병원은 2017년 2월 이후 개원해 병상간격 기준 1.5m 등 기준을 준수하고 있다. 나머지 78개소 중 7일 현재 32개소가 병상간격 1m 조정에 따른 변경신청을 마쳤으며, 미 신청 26개소는 오는 31일까지 병상 기준에 맞는 변경신청을 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복잡하다. 침대 간격을 더 띄우게 되면 병원마다 허가 병상, 즉 침대 수를 줄여야 한다. 200병상 규모의 요양병원은 대부분 160~170병상 규모로 축소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입원환자를 요양원이나 환자 집으로 보낼 수밖에 없다.

전북지역의 경우 병원마다 약 10~20명의 환자를 연말까지는 퇴원하도록 준비를 해 왔다. 하지만 막상 퇴원이 임박해지자 환자나 가족들은 준비가 제대로 안 돼 현장에서는 적잖은 혼란을 겪고 있다.

전북지역 요양병원 86개소 기준 총 병실수가 3,498개이고, 침대가 1만9,506개라고 할 때 이중 10-20%정도 병상수가 줄어든다 따라서 요양병원에 있는 노인 3,000명은 집으로 가거나 다른 시설로 옮겨야 한다.

전주 덕진동의 한 요양병원장은 “간격을 1m 더 넓혔을 때 감염 확률의 감소 등 환자 편익이 크게 개선된다는 뚜렷한 연구 결과도 없이 병원을 증·개축하려니 답답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병원장은 “폭을 줄인 맞춤형 침대를 들여놓는 편법을 고민 중이거나 아예 병실을 없애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간호사실이나 다른 줄일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병원장은 “기존 법에 따라 만들어진 병실에까지 소급 적용하는 것은 재산권 침해”라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하승호 전주시노인복지병원 행정과장은 “다인실이 많고 침상 간격이 좁은 편인 요양병원은 타격이 크다”면서 “농어촌을 제외한 도심의 요양병원은 병상이용률이 85~90%에 달하는데, 1m룰을 지키려면 병상 수가 20% 줄고 이는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하 과장이 근무하는 완산구 삼천동에 있는 이 병원 역시 1m 룰 적용시 현재 185병상에서 15-20병상은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하 과장은 “몇해전부터 예고 등으로 알고 있지만, 시간이 다가오면서 많은 요양병원에서 긴장하고 있다”며 “환자수가 줄어들면 병원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북지역 요양병원 수는 전주가 35개로 가장 많고, 군산 8개, 익산 12개. 정읍  5개. 남원 4개. 김제 4개. 완주 7개. 무주 1개. 임실 2개. 순창 1개. 고창 5개. 부안 2개가 있다. /김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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