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첫 주일의 단상
12월 첫 주일의 단상
  • 전주일보
  • 승인 2018.12.02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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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편집고문

달력이 마지막 끝장만 남아 달랑거리는 달, 여기저기서 한해를 결산하는 행사가 이어지고 크리스마스트리가 밤거리를 들뜨게 하는 때다. 이번 주일 금요일쯤에는 전주 기온도 영하로 내려가 눈이 내릴 것이라는 예보도 있다. 비교적 포근한 날씨이던 겨울이 겨울다운 기온으로 들어가는 듯하다.

지난주에 도민의 관심이 집중되었던 사안은 아무래도 미세먼지와 군산 조선소 문제 등이 아니었나 싶다. 12월이 시작되던 1일에도 전주의 미세먼지 농도는 ‘매우나쁨’이었고 이 글을 쓰는 2일 오후에도 ‘나쁨’에 머물러 있다. 볕이 나도 하늘이 흐릿한 이런 대기 상태는 아마 겨울 내내 이어지고 봄까지 계속할 것이다. 언제쯤 하늘을 파랗게 보며 살 수 있을지 그저 손 놓고 기다리고만 있어야 하는 것인지 시민들은 답답하다.

자동차 운행제한을 해보아도 눈에 나타나는 효과는 없을 터이니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행정의 애로도 짐작하지만, 뭔가 노력을 해보아야 한다는 건 시민 모두가 공감하는 일이다. 당장 눈에 보이지 않아도 다소라도 도움이 되는 정책을 펴다가 보면 그 효과도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일부 자치단체가 시행하는 마스크 보급 및 저가 공급 문제도 더욱 확대하여 당장 시민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일에 적극 나서기 바란다.

아울러 충남 당진 등에서 가동 중인 석탄화력발전소의 가동을 최대한 줄이는 데 전북이 앞장서는 방안도 생각해야 한다. 동쪽에는 일자리와 돈이 되는 시설을 만들고 서쪽에는 공해나 내뿜는 석탄화력발전소 따위나 세운 독재 시절의 경제정책에 우리가 언제까지 피해자로 남아야 할 것인가? 미세먼지 폭탄을 피하려면 그 원인 제거를 위해 고함이라도 쳐야 한다.

지난주 우리가 간절하게 외쳤던 군산 조선소 문제도 동서 지역편향 정책 덕분이다. 주력 시설과 본사를 동쪽에 두고 균형발전이라는 이름으로 호황이던 시절의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임시적 조치로 만든 게 군산조선소였다. 다시 말하면 군산조선소는 다시 지난날의 활황국면에 들어서지 않고는 재가동할 필요가 없다.

요즘 조선 수주율 1위를 탈환했느니 하면서 떠벌리지만, 조선업계의 실상은 아직 어림도 없다는 게 중론이다. 그렇게 금세 호황에 들어선 듯 선전하는 이유는 현재 거제와 울산 등지의 조선업계에 정부의 지원을 더 끌어들이려는 의도적 선전일 뿐, 현재 그쪽 시설을 가동할 물량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라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11월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조선 산업 활력제고 방안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상생협약식을 맺었다. 협약식에는 대형 조선사 3사와 조선공업협동조합, 조선기자재협동조합, 조선사가 있는 부산ㆍ울산 등 5개 지자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물론 군산시나 지역 관계자는 이런 협약 자체를 알지 못했다.

올해 조선사들이 발주한 물량은 내년 하반기부터나 작업이 이루어질 수 있으므로 그동안 정부가 관련 업계에 금융지원과 종사자에 대한 생활 지원 등을 계속할 예정이다. 이런 지원 대상에 군산의 관련 업계는 포함되지 않았다. 아니, 포함될 수 있는 정황이 아니다. 이미 현대조선에서 군산 조선소는 염두에 없는 곳이다. 우리가 아무리 떠들어도 눈 하나 깜박이지 않는다. 일부 정당의 선전 거리에 불과한 일이다. 정부의 약속이나 대통령의 선거공약이라고 고함쳐도 현대조선의 물량이 넘치지 않는 한 재가동의 희망은 없다. 물론 물량이 넘칠 가능성은 제로이다.

이제 우리 전북은 ‘군산 조선소 재가동’이라는 희망가는 접어버리고 현대와 다른 협상을 구상할 때다. 현재의 시설을 다른 방향에서 활용할 방안이나, 양도받아서 관광시설 등을 조성하는 구상 따위의 실익이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대단위 해양 위락시설을 만들어 해상관광단지를 만드는 구상을 해봄 직하다. 남북 대결 시대의 항구는 안보를 걱정해야 하는 취약지역이었지만, 이제 대결 구도가 사라지면 항구는 훨씬 자유로워질 수 있다. 새만금과 연계한 수상 관광과 위락시설의 일부로 개발해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안 되는 일에 매달려서 앙앙불락해봐도 얻을 건 없다. 우리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고 어려운 현실을 타개할 방안을 만들어서 국가에 도움을 청하는 게 순서다.

뭔가를 만들어 팔거나, 힘든 노동으로 돈을 만들던 시대가 서서히 저물고 있다.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은 항공기 엔진과 첨단의료장비를 파는 회사이지만, 회사 수익의 75%는 그 생산품을 사후관리해서 벌어들인다고 한다. 하드웨어를 판 수입보다는 소프트웨어로 판매한 상품을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데이터를 축적하여 적절하게 관리함으로써 고객을 놓치지 않을뿐더러 막대한 수입도 올리는 것이다.

이른바 4차산업혁명 시대의 패러다임이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잘 나타내는 지표다. 우리가 군산 조선소를 살려내라고 아무리 울부짖어도 현대중공업은 다시 문을 열지 않는다. 우리는 묵어 터진 사고방식을 버리고 현재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열린 시각으로 아이디어를 모아야 한다.

흔히 자치단체들이 책임을 면하려는 속셈으로 시시한 용역을 맡겨버리는데, 그런 용역보다는 세계의 유명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하고 공개용역으로 아이디어를 찾는다면 군산 조선소의 제대로 된 활용방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어제는 흘러간 과거다. 과거는 잊고 미래다운 미래를 위해 궁리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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