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할 것인가?!
무엇을 할 것인가?!
  • 전주일보
  • 승인 2018.11.20 17: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 영 준/한국무역협회 전북지역본부장

필자가 대학을 졸업하던 80년대 중-후반은 우리 경제에 더할 나위 없는 훈풍으로 작용하던 삼저현상(저달러·저유가·저금리)에 힘입어서 '단군 이래 최대 호황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명문대를 나와도 원하는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려워진 요즘은 상상하기 힘들지만 그 당시에는 웬만한 학생들은 어렵지 않게 괜찮은 일자리 하나쯤은 찾을 수 있는 호시절 이었다.

그 당시 대학졸업생들에 있어 선망의 기업 중 하나가 바로 종합상사였다. 지금의 대학 졸업생들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전자를 취업 일순위로 꼽을테지만, 당시 삼성그룹 공채합격자들의 입사희망 순위에서는 종합상사인 삼성물산이 앞섰으니 지난 30여 년간 우리 사회의 변화된 일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필자는 전세계 시장을 상대로 우리나라 제품을 세일즈하는 민간경제 외교관의 부푼 꿈을 품고 무역상사의 일본 담당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까다롭기로 소문난 일본 시장의 높은 벽을 실제로 접했다. 초단기 납품 요구에 자켓의 실오라기 하나 용납하지 않는 일본 바이어들의 품질 완벽주의 추구는 사회 초년병에게는 전투 같은 하루하루 속에서 해외시장 개척 실무경험을 압축적으로 쌓는 기회였다. 이후 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소련-동구권과의 수교 움직임이 가시화 되던 즈음에 치열한 해외영업 현장을 떠나 무역협회에서 무역진흥이라는 큰 틀에서 무역전문가로서 연속성을 가지고 새로운 도전을 이어갈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지난 30년 우리 무역의 성장 경로는 세계 경제사적으로도 대단한 성취이다. 1988년 600억 달러에 불과하던 우리 수출은 이후 가파른 상승 곡선을 보이면서 1995년 1,000억 달러, 2011년 세계에서 여덟 번째로 5,000억 달러 수출을 달성했고 이어서 무역 1조 달러 클럽에도 가입했다.

경제사정이 어려운 요즈음도 수출만큼은 호조를 보여서 우리 수출은 올해 사상 처음으로 6,00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보이고 오는 2022년에는 일본을 제치고 세계수출 4강국으로 우뚝 설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경제환경과 여건에서도 세계시장을 누비면서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우리 무역인들과 정부, 무역진흥기관 종사자들의 단결된 노력과 헌신이 어우러졌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빛나는 업적과 성과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와 무역이 처한 상황은  엄중하다. 주력 수출산업 각 분야에서 이미 추월했거나 무서운 속도와 규모로 따라오는 세계 경제의 거인 중국의 압박은 차치하더라도 경제가 구조적으로 저성장 단계에 진입해 과거와 같은 역동적인 성장이 어려워진 현실은 단기간에 해결이 해소되기 어려운 난제이다. 

소수의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 기반의 강력한 수출 드라이브 경제성장 모델이 더 이상 만능열쇠가 아니게 된 상황에서, 이제는 역량있는 다수의 중소기업들의 발굴하고 이들의 수출기업화를 통해 우리 경제의 기초 체질 강화에 집중할 때이다. 이를 위해서는 중소기업들에 대한 지속적이고 실효성있는 무역진흥 서비스 제공이 급선무이다.

실제로 단기간내에 세계적인 개방형 통상국가로 우뚝 선 우리나라인 만큼 수출기업들을 위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지원 사업 종류와 규모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수출초보기업부터 중견 수출기업에 이르기까지 조금만 관심을 갖고 찾아보면 기업들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실로 다양하고 놀라운 수준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무역지원 정책의 종류와 규모와는 별도로 수혜자인 기업들의 시각에서 냉정하게 평가하면, 우리 무역진흥기관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적 수준과 활용도가 세계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우리기업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은 부분 또한 적지 않다. 

수도권은 물론 지방에 소재하는 상당수 기업들의 해외마케팅 역량과 정보력 수준이 무역진흥기관을 뛰어넘은 요즘과 같은 시기에 과거 2~30여 년전과 유사한 형태의 무역진흥 서비스가 우리 중소기업인들의 절박한 요구와 필요에 부응하고 무역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있는지 자성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 개인적으로도 길지 않은 기간 동안 무역현장 최일선에서 30여년 가까이 근무하면서 나름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지고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의 해외시장 개척을 도와 왔다고 자부하지만 기업 생존의 위기감 속에서 치열한 경쟁에 직면한 기업들에게 다소 막연하고도 원론적인 방법론 제시가 갖는 한계를 절감하고 있다.

어느 기업에게라도 국내시장에서도 새롭게 판로를 개척하는 것이 어려운데 모든 것이 낯설고 불분명한 해외시장을 두드려서 판로를 마련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간단치 않다. 그 모든 위험부담은 당연히 기업인들이 감당해야 하고 화룡점정 또한 그들의 몫이며 외부인들의 도움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세계시장을 향한 그들의 험난한 여정에 부분적으로나마 구체적이면서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무역진흥기관과 해외시장 전문가의 촌철살인의 경험과 가르침은 필수불가결하다. 중소기업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 있는 전문가로서의 환골탈태를 다짐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