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의 수능시험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수능시험
  • 전주일보
  • 승인 2018.11.18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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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편집고문

지난 15일 대입 수학능력시험이 끝났다. 대학에 입학할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가서 공부할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하는 시험이 이 수학능력시험이다. 이 수능시험 형태의 대학입학 자격시험은 1962년에 처음 시행하여 57년째 이런 입시경쟁 시험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의 학교 교실의 풍경은 60년이 넘도록 같은 그림을 보여주고 있다. 초등학교에서부터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끊임없이 정답을 외우고 공식을 외워서 문제를 푸는 공부만 한다. 대학에서도 공부의 수준은 별반 달라지지 않는다. 창의력을 기르거나 새로운 시도를 하기 보다는 교수들이 알고 있는 묵은 지식을 이어받아 짜깁기하여 논문을 만들어 내는 공부를 한다. 처음 교육부터 있는 것을 외우고 정리하여 기억하는 훈련만 받은 사람들이 변화하는 시대와 우주의 변화를 이해하고 새로운 무엇을 만들어 내는 일은 거의 불가능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하면 그 직장에 필요한 기본지식과 시스템에 적응할 수 없기 때문에 처음부터 다시 배우고 익혀야 회사에 필요한 사원이 될 수 있었다. 16년간 배운 지식은 거의 쓸모없는, 단순히 회사에 취업하기 위한 학력 스팩을 쌓는 일에 불과했다. 오랜 시간 그런 교육에 길든 사람들은 그 범위를 벗어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쓸모없는 사람으로 전락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교육은 60년째 선생님은 칠판에 뭘 쓰면서 설명하고 학생들은 그걸 노트하여 열심히 외우는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가르치는 선생님도, 배우는 학생들도 그 교육이 세상을 사는데 필요해서가 아니라 상급학교에 진학하는 데만 필요하다는 걸 잘 안다. 그러면서도 나라에서 그렇게 하라니까, 할아버지와 아버지 대에서 하던 암기공부를 이어가는 답답한 공부를 계속한다.

우리나라는 3차 산업혁명이라는 정보화시대에 필요한 인터넷 회선이나 정보화시대에 요긴한 인프라를 재빨리 갖추어 세계가 인정하는 정보화 대국이 되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그러나 그 인프라를 바탕으로 모든 정보가 노출되고 막대한 데이터가 생성되어 새로운 세상으로 변해가는 4차 산업혁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세계의 기술에 크게 뒤지기 시작했다.

엄청난 데이터를 활용하여 새로운 무엇을 창조하려면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발상을 할 수 있어야 하고 무한의 상상력이 필요한데 우리 교육은 상상력을 키우거나 무엇인가 새로운 시도를 생각할 수 없는 구조를 가졌기 때문에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가 다른 나라가 앞서가면 저절로 뒤처지는 기술 후진국으로 전락하고 있다.

공장에서는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붓이 사람보다 능숙하게 기계를 깎아낸다. 사람의 영역이라고 믿었던 식당에서 로붓이 정확한 분량의 자료와 온도까지 감지하며 만든 음식이 맛도 훌륭하고 품질도 일정하게 유지하더라고 한다. 세계 최초로 로붓과 결혼한 사람도 나왔다. 가상현실을 이용하여 세계여행을 하면 몸이 직접 가지 않고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자리에도 들어가 볼 수 있게 되어 앞으로 새로운 여행 패턴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인공지능 로붓과 가상현실, 3D프린팅 등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새로운 직업이 200만 가지 정도 만들어지고, 현재의 대부분 직종이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현재 잘 나가는 직업의 대부분이 사라질 직업으로 분류되고 있다. 변호사나 판사도 검사가 밝혀놓은 죄목을 컴퓨터에 입력하면 바로 형량이 나오게 되므로 없어질 직업이라고 한다. 의사도 이미 인공지능 진단 프로그램이 유명 의사 여러 명이 내놓은 처방보다 더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내놓고 있는 현실을 보면 머지않아 없어질 것이라고 한다. 기자도 이미 인공지능 기자가 출현했다. 주식 전문기자 가운데 단순한 종목의 기사는 사람보다 인공지능이 빅테이터를 활용하여 더 정확한 예측을 내놓는 다고 한다. 또 예술 분야인 작곡에서도 필요한 조건만 제시하면 그 자리서 곡을 만들어 내놓는 인공지능이 나왔다.

앞으로는 새로운 직종에 알맞은 능력을 가진 사람은 상위 계층이 되고 재래식 사고 속에서 숙련된 일이나 하는 사람은 로붓에 일자리를 빼앗기고 실업자로 살게 될 것이다. 그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능력은 어떤 기계적 기술이나 솜씨가 아니라, 로붓이나 인공지능을 효과적으로 이용하여 빅데이터를 잘 활용하는 능력을 말한다. 그러므로 힘을 많이 쓰거나 오랜 시간 일을 하는 것도 아니다. 새로운 구상을 위하여 좋은 환경에서 휴식하면서 가끔 성과를 낼 수 있는 구상을 내놓기만 하면 되는 그런 일을 하게 될 것이다.

최근 들어서 일부 지역 학교와 대학 등에서 4차산업혁명 시대에 알맞은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을 시작했다는 소식은 있다. 그러나 지금 그런 부분적인 시도를 구경하듯 바라보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 국가가 지난날 인터넷 인프라 구축을 위해 적극적으로 밀어붙였듯이 새로운 교육을 위해 과감한 개혁을 해야 한다.

암기하는 강의나 공식을 외워서 문제를 푸는 교육을 과감히 치워버리고 학생들이 연구하고 스스로 발견하게 하는 교육으로 바꾸어야 한다. 학생들이 수업을 주도하는 가운데 교사는 방향을 잡아주고 오류를 고쳐주는 역할에 그쳐야 우리 교육이 산다. 학생이 엉뚱한 생각이라도 말할 수 있고, 시행하여 잘못되어도 비웃지 않는 교육문화가 되어야 아이들이 마음 놓고 제 생각을 말하는 창의적인 인간이 된다. 정부와 교육계가 모두 나서서 개혁해야 나라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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