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官治) 시대를 벗자.
관치(官治) 시대를 벗자.
  • 전주일보
  • 승인 2018.10.29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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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기사를 읽다 보면 흔히 ‘민·관 합동’이니 ‘관권개입’이니 하는 문구를 본다. 시민과 행정이 함께 하는 경우를 민관 합동이라는 표현으로 줄이는 것이다. 관(官)이라는 표현은 왕조시대에 공권력의 통칭이었다. 그리고 일제 강점기에 식민지 수탈의 중심이었던 총독부를 비롯한 산하기관을 관청이라고 불렀다.

왕조시대의 백성이나 식민지 시대의 국민에게 관청은 무서운 곳이었고 재앙이었다. 오죽하면 관재(官災)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을까. 왕조시대에 벼슬아치는 백성을 아랫것으로 깔아뭉개고 수탈하는 약탈자에 가까웠다. 유교의 사제인 사대부들이 벼슬길에 올라 백성을 통치하는 제정일치의 사회였기에 관리의 권위는 절대적이었다.

지금도 노인층에서는 정부의 각 부처와 지방정부에 속한 조직을 통칭하여 ‘관’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아직도 흔히 ‘기관(機關)’ 이니 ‘관서(官署)’라는 어미로 행정조직을 통칭한다. 우리의 언어 속에는 공무를 맡은 사람들을 우월한 지위에 두는 말로 가득하다. 공무원의 직급별 호칭도 아직 일제 강점기의 호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맨 아래에 서기(書記)에서 시작하여 주사(主事)로 이어지고 그 위부터는 ‘벼슬 관(官)’자로 받들어진다. 사무관, 서기관, 이사관, 관리관, 차관, 장관 등등 모두 관이라는 권위를 붙인다. 공무원이 봉사자가 아닌 벼슬로 인식되는 나라, 아직도 일제의 통치시대인 듯 착각하게 하는 공직의 명칭부터 바꿔야 공무원들이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대통령과 입법기관을 구성하는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까지 모두 주인인 국민의 손으로 뽑는 우리나라다. 그런데 그들은 당선만 되면 뽑아준 국민을 배신하고 위에서 군림하려 든다. 봉사하겠다는 생각은 별로 없고 받은 권력을 자신의 권위를 돋우는데 쓰는 선출직 공무원이 대다수이다.

지난 9월에는 전국의 자치단체 시장들이 ‘목민관 클럽’이라는 친목 단체를 만들어 자기들끼리 행사를 했다는 기사가 있었다. 그 당시에도 지적했지만, ‘목민관’이라는 명칭 자체가 국민을 소나 돼지 따위로 보는 시각을 내포하고 있다. 이 목민관이라는 호칭을 공무원들은 퍽 좋하하는 것 같다. 자기들이 국민을 이끌고 길들이는 위치에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일제의 사슬을 벗고 새롭게 출범한 지 72년이 되었어도 아직 우리 정부와 지자체의 조직은 일제 강점기의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공무원 직급뿐만 아니라 법률용어, 동네의 이름까지 일제가 마구 바꾸어 놓은 대로 답습하고 있다. 국민이 맡긴 권력을 국민을 위해서만 쓰는 공무원이 되어야 한다.

지금은 관치시대가 아닌 국민주권의 시대다. 언 손에 촛불을 들고 국민의 나라를 선포하여 새롭게 만든 새 나라다. 하루빨리 관(官)의 흔적을 지우고 민주시대를 확고하게 세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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