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일류 국가의 조건
세계 일류 국가의 조건
  • 전주일보
  • 승인 2018.10.23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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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영 준/한국무역협회 전북지역본부장

중국은 황하문명의 발상 이래 서양의 르네상스 이전까지 2,000여 년의 기간 동안 문화·경제·과학 부문의 선도국가로 자리매김했다. 침체의 근대화시기를 거치면서 세계의 변방으로 밀려났던 중국은 인민의 꿈(중국몽)을 품고 지난 30여 년간 개혁개방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옴으로써 정치, 경제, 군사적으로 냉전이후 미국에 맞설 수 있을 수준으로 급속도로 부상했다. 경제성장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점진적으로 국민들 개개인의 삶의 질 향상과 정치, 사회, 문화 등 다방면에서 일류국가로 거듭나자는 야심찬 목표를 지속적으로 추진한 결과라고 하겠다.

한편 서양이 현재의 세계를 지배하는 강력한 힘을 갖게 된 것은 르네상스에서 시작되어 근대화를 거치면서 정치·경제·사회·문화·예술·과학 등 인류 발전의 전 영역에서 인류사적 성취를 이룬데 있다. 도약의 바탕에는 과학과 철학적 전통이 있었다. 서양문명의 토대로서 되어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의 발전의 시발점이 된 과학과 철학적 전통은 그리스 문명에서 뻗어 나온 것으로 그 시초는 2,500년전 소아시아 지방 그리스 식민도시인 밀레토스로 알려져 있다.

고대 그리스 철학 전체를 이끌고 지도하는 있는 근본정신은 공평무사하게 탐구하는 정신이다. 공평무사한 탐구정신이란, 미리 결정이나 결론을 정해놓고 그러한 결정과 결론의 구색을 갖추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그 어떤 전제조건도 없이 끊임없는 호기심, 질문과 응답을 통해서 진리에 도달하고자하는 마음인 것이다.

동서양간의 지적 호기심과 공평무사한 탐구정신의 차이가 현대 동양과 서양의 격차를 웅변적으로 설명해 준다. 고대 이집트와 중국에서도 일식 등의 천문현상을 관찰하고 기록한 사실은 있지만 그리스인들은 단순한 관찰과 기록을 넘어서서 마치 아무렇게나 일어나는 것 같은 것 속에서 일련의 질서를 찾고자 노력했던 것이다.

잘 알다시피 오늘날 세계적 패권은 앵글로색슨이 중심이 된 영미계열의 국가들에게 있다. 산업혁명을 주도한 영국이 200여 년의 세계적 패권을 누렸고, 미국은 소련과의 냉전기 이념대결에서 승리한 이후 유일무이한 세계적인 패권국으로 등장했다. 중국이 제2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하면서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모양세이지만 아직은 직접적으로 맞서기에는 아직은 여러모로 열세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힘의 논리에 입각해서‘미국 우선주의’를 부르짖으면서 기존의 세계질서의 틀을 흔들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을 견제할 수 있는 국가 중의 하나가 프랑스이다. 지난 주 7박 9일 일정으로 유럽 5개국 순방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이 첫 방문지로 프랑스를 국빈 방문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위한 막바지 협의가 북한과 미국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북한이 강력하게 요구하는 대북제재 완화 문제에 프랑스의 역할이 매우 크다. 대북제재가 미국과 UN이라는 쌍두마차에 의해서 진행되고 있어서 UN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프랑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 되었기 때문이다.

앵글로색슨 영미계열의 국가들이 득세한 현대 국제정치 무대에서 프랑스의 힘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프랑스는 이미 18세기 계몽운동 시절에 세계적인 일군의 천재적인 저술가와 과학자가 편찬한 방대한 <백과사전>을 발간했다. 그들은 당시의 과학적 지식을 체계적으로 모아서 이러한 과학적 지식이 알파벳 순서로 정렬된 단순한 기록만이 아니라 이 세계를 다루는‘과학적인 방법’에 대한 설명서로서 <백과사전>이 기성의 권위가 내세우는 몽매주의와 싸울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 되기를 바랐던 것이다.

프랑스의 세계역사 발전을 위한 최고의 기여는 민중이 정치세력으로 등장한 인류사상 최초의 혁명인 프랑스혁명이다. 근대 여명기에 일어난 어느 시민혁명보다도 인류 역사에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서 프랑스혁명은 근대의 길목에서 일어난 그 어떤 혁명보다도 자유, 평등, 박애라는 민주적 가치를 가장 근본적으로 일깨워 주었기 때문이다.

자고나면 하나씩 터지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각종 비리와 부정부패의 근본원인은 신상필벌의 원칙이 지켜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며 그 근원은 반민족 행위자들과의 엄정한 절연이 부족한 것에 기인한다. 나치 치하 프랑스에서는 숙청대상자 150∼200만명, 실형선고 15만 8,000명, 사형선고 1만 1,500명, 사형집행 3,800명 이었는데 우리나라는 처벌대상 7,000명, 조사 682명, 기소 221명, 실형선고 7명, 실제 형집행 0명이라는 통계자료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미국의 철학자 조지 버클리는“제국의 행로는 서쪽으로 나아간다”라는 유명한 말을 해서 미국 캘리포니아에는 그의 이름을 딴 도시가 세워졌다. 세계의 중심이 중국에서 시작해서 유럽과 미국을 거쳐서 그의 말대로 제국의 행로가 서진(西進)을 거듭해서 이제는 태평양을 건너서 동아시아 대한민국으로 이어지는 그 날을 고대해 보며 그렇기 위해서는 그리스인들의 공평무사한 탐구정신과 죄를 지으면 언젠가는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만고불변의 원칙과 엄정한 실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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