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존엄(尊嚴)의 가치
인간 존엄(尊嚴)의 가치
  • 전주일보
  • 승인 2018.10.1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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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尊嚴)'은 과거 임금의 지위를 이르던 말이었다. 그런데 현대에는 임금의 존재가 사라져 '인물이나 지위 따위가 감히 범할 수 없을 정도로 높고 엄숙하다'는 뜻으로 대거 쓰인다.

과거 신하를 호령하던 임금은 아니지만 우리 모두는 존엄을 가지고 있다.

우리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며 국가에 기본권 보장의 책무를 부과했다. 존엄의 가치를 논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세계 1차 대전 이후 발생한 전체주의는 인간의 존엄과 개인의 가치를 무시하고 대량 학살이나 강제노동 등 비인간적인 대우를 서슴없이 자행한 단초가 됐다. 이런 비인권적 행위에 대한 반성으로 세계 2차 대전 이후 각 국가들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대한 규정들을 헌법에 담았다. 국제연합헌장과 세계인권선언, 유럽인권협약, 국제연합인권규약 등도 뒤따라 인간 존엄의 가치를 규정했다. 인권 보장은 기본이자 최소한의 원칙이다. 인권은 누구나 똑같이 누려야 하고 거래의 대상이 되거나 양도될 수 없다.

세계인권선언 전문은 "모든 인류 구성원의 천부의 존엄성과 동등하고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 세계의 자유, 정의 및 평화의 기초"라는 말로 시작한다. 인간 존엄의 바탕이 되는 인권을 보장하지 않고서는 정의롭고 평화로운 사회로 나아갈 수 없음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현실 속 주변의 인간 존엄의 가치는 여전히 무시되기 일쑤다. 올 초 전국을 뒤흔들었던 세상 속 갑질은 여전히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직장내 회의 중 물컵 던지기, 상사의 밑도 끝도 없는 욕설 세례와 지시, 일을 가장한 업무시간 외 카톡 등은 만연화된 일상이다. 청년들은 여전히 열정이라는 빌미 하에 저임금 노동을 강요당하고, 여성과 장애인의 인권 침해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

최근 한 간호대학에서 관장실습을 하면서 모형이 아니라, 학생들끼리 서로 관장을 하도록 해 인권침해 논란이 일었다. 상가임대차 분쟁을 겪고 있는 서울의 한 지역에서는 새벽 시간대 사람이 있는데도 지게차로 문을 부수고 강제집행을 강행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또다른 인근 재개발 단지 지역에서는 400여명의 용역들이 소화기를 난사하며 상가 세입자들을 끌어냈다. 1970~80년대에나 있을 법한 일이 수십년이 지난 현실에서 지역과 시간에 상관없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몰라서 하는 게 아니다. 누구나 잘못된 것을 안다. 알면서도 개인과, 조직, 회사, 국가의 성장과 수익창출, 발전이라는 '같잖은' 핑계로 여전히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다.

우리는 어떤가. 인간 존엄의 가치를 제대로 존중받고 있는가. 반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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