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납작하게 누른 주말
일본을 납작하게 누른 주말
  • 전주일보
  • 승인 2018.09.02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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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규 원/편집고문

  지난주에도 이런저런 일이 많았다. 470조 원의 정부 예산안이 확정되어 발표되었고 문재인 정부의 첫 개각이 단행되어 일부 부처에 변화가 있었다. 또, 예년과 달리 가을장마가 기승을 부려 광주 지역에서는 물난리가 거듭되어 수백억 원의 피해가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2018 자카르타 아시안 게임이 어제 막을 내렸다.

  여러 일 가운데 국민의 관심이 가장 컸던 일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아마도 한일전으로 결승을 치른 축구와 야구경기인 듯하다. 야구경기에서 3대0으로 일본을 격파하는 순간에 축구가 시작되어 연장 접전 끝에 2대1로 승리를 거두는 순간 많은 국민은 엔도르핀이 솟았을 것이다. 스포츠에선 단연히 이겨야 하지만, 특히 일본과 경기에서 이기면 기쁨이 3배쯤 된다.

  한일간의 경기엔 으레 ‘숙적(宿敵) 일본’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특히 축구와 야구 등 구기에서 한일간에 경기가 이루어지면 경기력을 넘어선 결과가 나오기 일쑤였다. 서로 상대에게는 질 수 없다는 강한 투쟁심과 오기 같은 저 밑바닥의 힘이 솟아 경기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게 만든다. 우리만 아니라 일본도 마찬가지로 한국과 경기에서는 악착같이 덤빈다.

  숙적이라는 단어는 ‘오래전부터 원수, 또는 영원한 맞수’라고 사전은 풀이하고 있다. 지긋지긋한 일본의 식민통치에서 풀려난 이후 우리의 국력은 일본에 한참 못 미쳤지만, 축구경기 따위가 열리면 죽기 살기로 싸워 이기는 경우가 많았다. 일본도 마찬가지로 과거 식민지였던 나라라는 되잖은 자존심에서 한국에는 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런데 2018 자카르타 아시안 게임의 양국 인기 관심 종목인 야구와 축구 결승전 경기가 지난 1일 밤에 치러졌다. 당연히 많은 국민이 일찍 시작된 야구경기부터 중계방송을 보았다. 우리 야구팀은 젊은 프로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미국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박병호, 김현수 등 선수까지 가세하였으므로 이기는 것이 당연하였고 지면 그야말로 개망신을 할 참이었다. 일본은 아마추어 실업리그 선수들로 구성된 팀이었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 개망신으로 가지 않고 3대0으로 이겨 체면은 세웠다. 그러한 사정을 빤히 알면서도 야구경기를 지켜보며 한국팀을 응원하고 박수를 보내는 것은 상대가 일본이기 때문이었지 싶다.

  이어 벌어진 축구경기도 일단 한국팀이 훨씬 강한 팀이라는 객관적 평가만 믿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일본은 전원 수비를 하다가 기회가 나면 역습으로 득점을 노리는 전략을 써서 쉽게 골을 넣을 수 없었다. 결국, 전후반을 0대0으로 마치고 연장 전반에 우리가 두 골을 넣었지만, 일본의 저항은 그야말로 필사적이었다. 손흥민이라는 걸출한 스타를 보유한 한국에 배가 아픈 그들은 어떻게 든 한국을 이겨보겠다고 대들었다. 그들은 아마 연장 후반에 한 골을 만회한 것으로 위안했을 것이다.

  일본은 오래전부터 어린아이들을 해외 유소년 클럽에 보내서 기본기를 닦게 하는 축구 유학을 시행했다. 그렇게 투자를 해도 일본에서는 스타급 선수가 배출되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유학도 하지 않은 차범근, 박지성에 이어 손흥민으로 이어지는 비유학파 스타가 배출되고 유학파로 이번 결승전에서 첫 골을 넣은 이승우는 명문 ‘AC밀란’의 오퍼를 받는 등 관심을 받고 있다. 또, ‘슛돌이’ 출신 이강인은 17세의 나이에 스페인 ‘발렌시아 후베닐 A’의 공격수로 발렌시아 1군에서 훈련을 하는 등 유망주를 넘어 이미 스타의 길을 걷는 중이다.

  이렇게 아시안 게임 끝 무렵에 두 인기종목에서 일본을 납작하게 눌러서 더위와 폭우에 지친 국민의 가슴을 시원하게 해준 일은 퍽 반갑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유독 일본에 지는 일이 싫고 우리가 승리하면 막힌 코가 뻥 뚫린 듯 시원하게 느껴지는 내 마음을 두고 어떤 이는 글로벌 시대에 특정 국가를 미워하고 싫어하는 건 국제화가 되지 않은 탓이라고도 한다. 과연 그러한지 우리는 심각하게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들을 과연 선린(善隣)으로 보아도 좋을지를.

  지금도 끊임없이 반한(反韓) 집단이 혐한(嫌韓)시위를 벌이는 일본 사회다. 그런 시위를 보면서도 한국인들은 기를 쓰고 일본을 찾아가 돈을 퍼주고 다닌다. 그들의 달콤한 상술에 속아 어떤 연예인은 매주 일본에 가서 좋아하는 음식을 먹어야 컨디션이 유지된다고 할 만큼 일본에 빠져 있다. 일부 종편방송은 아예 드러내놓고 친일방송을 한다. 그런 유혹에 너도나도 일본행을 거듭하여 일본 관광객 통계에서 작년 말에 2,869만명이 입국했는데, 한국인 입국자가 1/4을 차지하는 714만 명이었고 올해는 1천만 명 이상일 것이라고 전망한다. 반면에 일본인 관광객이 작년에 한국에 온 수는 231만 명에 불과하다. 이런 실정인데도 종편에 공영방송까지 나서서 해외여행을 부추기고 시원한 일본 홋가이도 여행 선전에 열을 올린다.

  1905년 을사늑약 이후로 일본은 우리나라를 노리는 승냥이였고, 패전 후에도, 광복 후에도 단 한 번도 과거의 잘못을 제대로 사과하거나 반성하지 않았다. 그들의 상당수는 지금도 한반도에 미련을 두고 언젠가는 그들의 손아귀에 집어넣을 꿈을 꾼다. 분명하지 않지만, 일부 종편방송에도 일본 자본이 들어와 있고, 상호금융에는 상당수의 일본 자본이 들어와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일본을 우리 야구와 축구가 시원하게 짓눌러 버린 9월 1일은 퍽 의미있고 즐거운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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