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하나’가 지구를 살릴 수 있다.
‘나 하나’가 지구를 살릴 수 있다.
  • 전주일보
  • 승인 2018.08.19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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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편집고문

지겹던 더위가 주춤하다. 38일 만에 열대야가 수그러들어 선선한 아침저녁 기온에 기운을 좀 차리겠다 싶은데, ‘솔릭’이라는 태풍이 올라오면서 엄청난 습기를 밀어 넣어 오늘부터 다시 더워질 거라는 예보다. 목요일쯤에 한반도에 본격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는 솔릭이 우리 기상대 말처럼 대한해협을 통과하면 더위도 제대로 한풀 꺾이고 피해도 별반 우려할 수준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곧장 한반도로 올라오면 상당한 피해가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동안 너무 더워서 태풍이라도 와서 뜨거운 공기를 쫓아내기 바라기도 했지만, 이런 강력한 태풍을 직접 맞는다면 경우가 달라진다. 가뜩이나 고온 피해에 시름 깊은 과수농가는 절망하게 되고 벼농사와 하우스 작물도 상상할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솔릭이 대한해협으로 우회전하기를 바라는 것뿐이다. 우리는 강력한 태풍이 온다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그저 조금이라도 피해가 덜하기를 바라는 수밖에, 엄청난 자연의 힘을 알면서도 온난화를 부추기는 환경파괴와 화석연료를 낭비한 벌을 우리가 받는 중이다.

미국 기상학회(AMS)가 지난 7월 초에 발표한 ‘2017년 기후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이 관측 역사상 가장 더웠고 2015년이 두 번째, 2017년에 세 번째로 더웠다고 했다. 그런데 올해가 2016년보다 더 더워서 그동안 관측 기록들을 모두 갈아치웠다. 우리나라의 최고 기온 41℃ 정도는 그야말로 조족지혈일 만큼 유럽의 최고 기온은 48℃~52℃를 기록했다. 문제는 이런 더위가 어쩌다가 아닌 매년 거듭되고 갈수록 더 뜨거워지는 것이다. 관련학계에서는 이런 더위가 2027년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크고 폭염 일수도 점점 늘어서 4개월 정도 계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고온상태는 이미 극지방과 히말라야의 만년설까지 녹여 해수면이 25㎝ 정도 높아졌고 이렇게 해수면이 점차 높아지고 바다의 수온이 오르면 더 많은 태풍과 기상변화가 발생하여 지구가 열돔에 둘러싸이게 된다는 것이다. 어떤 학자들은 이미 지구 기상문제는 인간의 노력으로 막을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섰다고 한다. 무서운 일이다. 이대로라면 21세기 안에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3.5℃ 이상 오르게 되고 지구는 완전히 열돔에 둘러싸여 인간을 비롯한 동식물들이 살 수 없는 별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는 과학자들도 있다.

작년 겨울에는 북극의 기온이 영상 2℃로 유지된 기간이 61일이었고, 유럽과 북아메리카 지역은 사상 최악의 한파가 몰아쳐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다. 북극은 따뜻하고 온대지역이 영하 30~40℃ 이하를 기록하는 무서운 일이 지속해도 사람들은 이상 한파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려 무시하고 말았다.

지구환경문제는 학자나 기상전문가만 생각하는 문제일 수 없다. 지금 우리는 더우면 에어컨 틀며 지내고 시원한 지역으로 피서가면 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우리의 후손들, 지금 어린아이들에게 사람이 살 수 없는 지구를 물려주어서는 안 된다. 어쩌면 그 아이들이 어른이 되고 노인이 될 시점에는 정말 견디기 어려운 기후와 환경이 되어있을 것이다. 자식과 손자를 예뻐하고 어릴 적부터 재산이 될만한 것을 차곡차곡 물려주어 잘살게 만들어 준들, 불가마 지옥 같은 지구가 된다면 재산도 명예도 아무 소용없다.

최근에 정부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카페에서 일회용 컵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 엊그제 가끔 찾아가는 동네 카페에 가서 얼음 커피를 주문했다. 주인이 “여기서 마시고 가실 거냐”고 묻더니 유리잔에 커피를 내주면서 “요즘 일회용 컵을 단속해서 그냥 이걸로 드려요”하며 미안해 했다. 그러면서 “젊은 사람들은 유리잔에 주는 걸 불편하게 생각하고 일회용 컵에 담아달라고 떼를 쓰기도 한다.”며 “정부가 하찮은 일까지 너무 규제하는 것 같다.”라고 했다. 과연 지구환경문제를 하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얼마 전 죽은 상괭이의 뱃속에 빨대가 가득 들어있던 화면을 본 일이 있다. 바다에 플라스틱이 엄청난 면적의 바다를 덮어 바다생물의 생명을 위협하는 장면은 누구나 보았을 것이다. 기후문제만큼이나 심각한 것이 해양과 토양 오염이다. 지금처럼 인간이 썩지 않는 비닐류와 플라스틱류를 일회용으로 쓰고 버리다가는 오래지 않아 바다생물이 멸종하고 토양은 생산성을 잃어 인류의 식량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내 후손들에게 사람이 견디기 어려울 만큼 뜨거운 지구와 생물이 살지 못하는 환경을 물려줄 생각이 아니라면 우리 모두 조금씩 자제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시내버스를 타고 가서 일을 보아도 충분한데도 굳이 자동차를 끌고 다녀야 하는지 생각해보고 일회용 컵보다는 머그잔이나 휴대용 텀블러를 사용하려는 노력을 지금 바로 해야 한다.

남들은 다 하지 않는데 나 혼자 하면 뭐하냐? 고 말하지 말자. 조병화 시인은

나 하나 꽃피어/풀밭이 달라지겠냐고/말하지 말아라//네가 꽃피고 나도 꽃피면/결국 풀밭이 온통/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나 하나 물들어/산이 달라지겠느냐고도/말하지 말아라//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결국 온 산이 활활/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라고 했다. 처음에는 혼자이지만, 금세 둘이 되고 셋, 넷이 될 것이다. 지금 아니면 지구는 오래지 않아 뜨거워 사람이 살지 못하는 별이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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