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긴급전화 7년간 운영해보니 가정폭력 상담이 가장 많아
여성긴급전화 7년간 운영해보니 가정폭력 상담이 가장 많아
  • 김상기
  • 승인 2008.08.04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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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6 7년간 운영보고서 나와
2007년 4월 무기력해 보이는 모습의 강모(여ㆍ40대 중반)씨가 인근 주민들의 손에 이끌려 ‘전북여성긴급전화 1366’을 찾아왔다.

상황이 심각해 곧바로 1366이 운영하는 긴급피난처에 입소한 강씨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상태 그 자체였고, 출산 후 몸조리를 하지 못해 건강도 엉망이었으며, 동행한 신생아 역시 황달증세를 보였다.

오랜 폭력에 시달려서인지 묻는 말에 대답할 기력조차 없어보였고, 불안한 표정으로 겨우 ‘나는 맞지 않았다’라는 말만을 되풀이하며 남편의 폭력에 대해 말하기를 두려워했다.
20대 초반에 결혼한 강씨는 15년간 계속된 남편의 심한 폭력을 견디다 못해 결국 집을 나왔다.
이후 다른 남자를 만나 1998년부터 동거를 시작했지만, 동거남 역시 쉽게 폭력을 휘둘렀다.
다시 집을 나온 강씨는 떠돌아다니다 오지인 농촌지역에서 당시 총각이었던 현재의 동거남을 만나 2년 동안 살면서 1366에 찾아오기 10일전에 아이까지 출산했다.

하지만 이 동거남의 폭력성은 더 심각했다.

아무 곳에서나 닥치는 대로 구타를 했으며, 출산한 상태에서 누워있는 강씨를 발로 밟기까지 했다고 한다.

출산 때 노산임에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집에서 아이를 낳았으며, 소독도 되지 않은 집가위로 탯줄을 잘랐다.

또 포르노를 보면서 그대로 강씨에게 성폭행을 강요했다고 했다.

동네 사람들은 그대로 두면 큰일이 일어날 것 같은 불안감에 관할 동주민센터에 이 사실을 알렸고, 주민센터의 중재로 1366을 찾았던 것이다.

강씨의 안타까운 사연은 ‘여성긴급전화 1366’이 지난 7년간의 운영성과를 담은 운영보고서를 최근 발간하면서, 여성 학대의 심각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소개된 전북지역에서 발생한 실제 사례다.

1366은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등 여성들이 겪는 모든 폭력과 어려움에 빠르게 대처하기 위한 여성긴급전화로, 365일 24시간 운영되고 있으며, 어디서나 국번없이 1366만 누르면 상담이 가능하다.

운영보고서에 담긴 ‘각 지역별 1366 상담통계’에 따르면 전북지역에서는 이 기간 동안 총 3만7,160건의 상담이 이뤄졌다.

상담내용별로 보면, 강씨와 같은 가정폭력이 9,462건으로 전체의 25.5%를 차지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가정폭력 다음으로는 성상담(12.3%)과 이혼상담(10.5%)의 빈도가 높았다.

상황이 심각해 긴급피난처에 입소한 여성 피해자는 총 101명이었으며, 이들 중 절반 정도는 자녀를 데리고 함께 입소했다.

시간대별로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과시간대 가장 많은 상담(57.1%)이 이뤄졌지만, 새벽시간대에도 상당수(17.2%)의 급박한 상담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또 최근에는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 이주여성의 상담이 급속하게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북여성긴급전화 1366 함미화 대표는 “피해여성의 경우 안전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우리는 여성인권보호차원에서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며 “신속하고 적절한 맞춤서비스 지원이 가능할 수 있도록 더 많은 네트워크 구성에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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