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게으름을 허하라!
대한민국에 게으름을 허하라!
  • 전주일보
  • 승인 2018.07.18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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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 한국무역협회 전북지역본부장 

 작년 5월 ‘정의롭고 자유로우며 부강한 나라다운 나라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하는 온 국민들의 염원과 지지를 통해서 새롭게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 前정권 9년여간 꼬일 대로 꼬이기만 하면서 급기야 북핵 문제 해결을 둘러싸고 미국과 북한간의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을 맞기도 했으나 신정부 출범  이후 평창 동계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연이어 개최되는 등 그 동안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한반도의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대통령 지지율이 70%를 넘는 등 국내외에서 문 대통령의 지도력에 대한 찬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경제 상황만은 좀처럼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도 내수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으면서 정부의 최우선 정책과제인 고용 상황이 개선되고 있지 않다. 작년에 큰 폭으로 오른 최저임금으로 인한 충격파가 가시기도 전에 금년 7월부터 시작된 주당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되면서 중소 제조업체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일손 구하기가 힘든 지방 중소제조업체 대표들의 걱정이 심각하다. 긴급한 수출주문 물량을 맞추기 위해서 연장근로가 꼭 필요한 경우도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인력을 새롭게 투입해야 하는데 추가적인 노동력 확보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서 공장 가동이 정지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의 수출상대국 1위와 2위를 차지하는 세계경제의 거인인 미국과 중국의 통상갈등이 현실화되면서 우리 경제에 먹구름이 더욱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에 대한 수출입 물량이 자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세계 6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미-중 통상갈등 영향이 심대할 것이고 특히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와 자동차 수출이 최대 6.4%(41조)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치도 발표되면서 기업과 정부의 발빠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러면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어려움에 대처하는 우리의 지혜로운 대응은 무엇일까? 근로자들의 임금상승을 당분간 가급적 억제하고 근로자들이 억제된 임금으로 조금 더 오랜 시간 일할 수 있도록 해서 기업들의 비용 지출을 낮추어줌으로써 그만큼 세계시장에서 우리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인다면 수출증대와 수익성 제고로 이어지고 고용상황도 좋아져서 국민소득 증대로 이어질 것인가?

  세계 최초로 산업혁명을 이루면서 세계 최강대국의 자리를 차지한 영국에서는 19세기 초까지도 남자의 평일 근로시간이 15시간이었고 아이들도 하루 12시간씩 일하는 것이 보통이었고 어른만큼 일하는 경우도 있었다. 노동 시간이 너무 긴 것이 아니냐는 불만의 소리에 돌아온 대답은, 장시간 노동으로 어른들이 그만큼 술을 덜 먹고 아이들은 못된 장난을 덜하게 되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었다. 도시 노동자들이 막 투표권을 쟁취하고 몇몇 공휴일이 법으로 정해지자 상류층이‘ 가난뱅이들이 휴일에 뭘 한다는 것이야? 그들은 일을 해야만 한다고 일을! 사탄은 늘 게으른 손이 저지를 해약을 찾아낸단 말이야!’라고 분개했다고 한다.

  사람들이 어떤 한 가지에만 지나치게 몰입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경쇠약 증세를 보이게 되고 볼 수 있는 시야가 좁아지면서 균형감각을 잃게 마련이다.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한 예로 1차 대전중 독일이 연합국을 상대로 전개한 무제한 잠수함 작전이 있다. 독일의 잠수함 작전으로 미국측이 피해를 입으면서 미국이 참전하게 된 계기가 되었고 이로 인해 독일은 결정적으로 패전의 멍에를 지게 된다.  잠수함 작전을 계획한 독일 해군 작전참모들은 당시만 해도 중립을 지키던 미국이 연합국으로 가담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어야 함에도 당장의 승리라는 강박관념으로 그릇된 판단을 했고 이것이 결정적인 패전의 원인이 되었다.

  우리 대한민국은 60년대 경제개발 시대 이후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너무나도 진지하게 앞만 보며 분투하며 살아왔다. 못 살던 시대 성장은 곧 진리이자 행복이었다. 성장이 최고선으로 등극하면서 어느 덧 삶의 소소한 행복과 즐거움은 사치가 되었고 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모든 것은 죄악으로 낙인찍히게 되었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성장을 추구했으나 이제는 성장하기 위해서 행복을 희생해야 하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아야 할 때가 된듯하다.

  중진국으로 오랜 기간 정체되어 있는 우리가 미국, 일본, 유럽 등의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물론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어야만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바람직한 내실있는 성장을 위해서 무엇이 정말로 필요한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신없이 이것저것 오랫동안 많은 것을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열심히 하는’ 것보다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우리 옛 선현들의 지혜를 생각해 보자. 신경쇠약과 만성피로, 상대적 박탈감으로 대표되는 오늘의 대한민국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속 편하게 노는 것’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세계 최고의 경쟁력의 원천은 지나친 진지함과 분투가 아니라 여유로움과 편안함 그리고 안전에서 나오는 효율과 성과이다. 대한민국에 게으름을 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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