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엄한 심판을 수용해야
준엄한 심판을 수용해야
  • 전주일보
  • 승인 2018.06.13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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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신영배/대표이사

깨어난 거인은 다시 잠들지 않았다. 잠든 척 모른 척 했을 뿐, 모든 걸 보고 판단하고 있었다. 누가 무슨 짓을 하는지, 어떤 말이 거짓인지 알고 있었고 언제든 기회가 오면 회초리를 야무지게 때리겠다고 다짐하고 있었던 주인, 온갖 거짓말과 그럴듯한 위협을 가했지만, 주인은 흔들리지 않았다. 촛불을 들어 불온한 세력을 혼내던 그 마음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국민들은 지도자의 역량에 따라 나라가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지난 1년간 겪어보면서 세상이 달라지고, 마구잡이 세력이 나라를 위험에 빠뜨려는 걸 경계하는 마음으로 민주당에 표를 몰아주었다. 민주당 후보가 잘할 것이라는 기대에서라기보다 대통령이 힘을 얻어 소신껏 일할 수 있기를 바라는 염원으로 민주당에 표를 준 것이라고 본다.

아울러 박근혜와 이명박의 호위무사였고 열렬한 지지세력 이었던 구 새누리당 출신 인물들이 그들의 우두머리들이 구속되어 법의 심판을 받는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반성하거나 국민 앞에 사과한 마디 하지 않으면서 새 정부의 발목잡기 놀이에만 열중하는 걸 보면서 나라의 주인들은 그들을 아예 정치판에서 털어내야 한다고 생각한 듯하다. 북한과의 대화에도 안보논리만 앞세우며 갖은 애를 다 쓰는 문 대통령을 비난하고 빨갱이라는 이름을 지어붙이는 일을 서슴지 않았던 그들에게 국민은 염증이 난 것이다.

이제 자한당과 바미당 등 보수 정당은 국민 앞에 잘못을 빌고 거듭나야 한다. 안보와 색칠로 국민을 우롱하던 시대는 갔다. 새 시대에 맞는 진짜 보수로 거듭나지 않으면 곧이어 닥치는 총선에서 보수의 씨가 말라버릴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국민은 지난날의 주인이 아니다. 지난날의 고린내 나는 수법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설사 남북문제가 잘 풀리지 않는 일이 있어도 나라 경제가 조금 침체 하더라도 묵은 보수집단에 힘을 실어주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한편, 민주당은 이번 대승에 크게 고무되어 한껏 부풀어 있지만, 이제야말로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지난날, 박근혜가 대선과 19대 총선에서 크게 승리하고 지난 총선에서는 모조리 친박으로 공천하면서 교만과 무도한 정치를 펴다가 결국 영어의 몸이 되었던 사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야당이 막말정치, 생떼정치로 일관하는 바람에 민주당에 표가 간 것이고, 문재인 대통령에 힘을 실어주는 의미로 민주당을 선택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보수가 반성하고 건전한 견제세력으로 거듭나게 되면 앞으로 얼마든지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우스갯소리로 자한당의 홍 대표가 민주당 선대위원장이었고, 북한의 김정은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홍보위원이었다는 말이 있다. 오죽하면 자한당 출마자들이 홍대표가 지원 오는 것을 거부하고 제발 가만히 있어달라고 했다니, 정말 선대위원장 이상의 효과를 냈는지도 모를 일이다.

자한당이나 바미당의 참패는 예견된 일이었지만, 민평당과 정의당조차 국회의원 보선과 광역 단체장 선거에서 거의 당선자가 없는 듯하다. 이번 지방 선거가 문재인 정부의 초기 평가라는 의미가 강했기 때문에 표의 쏠림이 심하게 나타났다고 하더라도 두 정당의 입장에서는 퍽 당혹스러운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바람몰이에 희생된 것이라는 안타까운 상황에 적잖은 실망과 향후 당의 진로에 어려움이 있을 듯하다.

특히 전북도내에서 나름 선전할 것으로 기대했던 민주평화당은 익산시장 이외에 기대했던  지역의회 의원 후보자까지 당선자가 과연 나올지 우려하는 가운데 개표상황을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다. 사실 민평당은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도민의 큰 지지를 받아 국회의 제3당으로 지위를 확보하였으나, 문제의 인물인 안철수 대표가 보수의 색채를 강하게 드러내며 결국 바른정당과 통합하는 과정에서 도민의 성원을 배신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민주평화당을 창당하여 의리를 지켰다.

그동안 민주평화당 의원들은 야당의원이지만, 어느 정당 의원들보다 전북을 위래 갖은 노력을 다했고 중앙예산을 획득하는 데에도 커다란 기여를 했다. 그런 활동을 공로로 내세운 것은 아니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평화당은 나름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후보들을 내고 내심 기대를 했으나 참패하고 말았다.

일부에서는 평화당의 존립문제를 말하기도 하며 당의 장래를 걱정하고 있으나, 필자의 생각으로는 그렇게 낙담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왜냐면 이번 선거는 다분히 바람선거라고 칭할 만큼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남북회담과 맞물려 워낙 강력하게 작용했기 때문이고, 자한당 등 보수야당에 대한 경계심이 모든 야당에 몰아친 때문에 차분하게 전북도정과 협력하면서 국회의원의 존재감을 드러낸다면 다음 총선에서 기대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사실 남북화해와 한반도 평화라는 거대한 이슈를 거슬러 낼 만큼 민평당은 아직 그 존재감을 키우지 못했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바미당과 자한당의 보수개편과 야권의 개편이 이루질 것이므로 그 때에 평화당의 조직을 개편하는 방안 등도 가능하리라고 본다. 문제는 전북출신 국회의원들이 얼마나 지역을 위해 성과를 내느냐에 달렸다는 말이다.

이번 선거는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노력에 대한 국민의 여망이 표출된 선거다. 야당은 야당대로 반성하고 참회하는 계기를 삼아야 하고, 민주당은 기고만장하는 과거의 실패를 거울삼아 더욱 은인자중하는 태도로 문 대통령을 보좌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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