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에서 불어오는 한반도의 봄
시베리아에서 불어오는 한반도의 봄
  • 전주일보
  • 승인 2018.04.17 16: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영준 무역협회 전북지역본부장

신록이 움트는 4월도 어느 덧 중순을 넘어서고 있지만 올해는 새봄을 시샘하는 추위가 유난히도 변덕을 부린다. 불과 2주전만 해도 갑자기 날이 너무 더워져서 봄이 없어지고 금방 여름으로 넘어가는 것이 아닌가했는데 그 이후로 제법 쌀쌀한 날이 이어지면서 과수농가들의 금년 봄 제철 과일 농사에 대한 시름이 깊어진다고 하니 이 또한 걱정이다.

그래도 봄은 봄이다! 지난 4월초 평양에서 개최된 남북 예술단 합동 공연의 주제인 “봄이 온다”는 그 어떤 미사여구보다도 더 설득력 있게 최근 한반도의 해빙 분위기를 말해주고 있다. ‘코피 전략’ 등 전쟁 위기로까지 치닫던 한반도 위기설이 커지던 것이 불과 얼마전이었다. 강추위가 대단한 위세를 자랑하던 지난 겨울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간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연속으로 개최되는 등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어지러울 정도로 숨 가쁘게 전개되고 있다.

남북한 7,500만 동포들은 이번 달 27일 판문점에서 개최되는 남북정상회담을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어디 우리 민족뿐만 이랴! 최근 아베 총리 부인인 아키에 여사의 스캔들로 가뜩이나 지지도가 크게 흔들리는 아베 정권의 일본은 한반도 문제에서 ‘일본 패싱’을 심각하게 우려하면서 거듭 문재인 대통령의 방일을 요청하는 등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다.

북미간 직접 대화 채널 가동으로 북한에 대한 영향력 감소를 우려한 중국은 김정은 위원장의 극비 방중시 시진핑 주석의 최고 국빈급 대우 등으로 북한에 대한 중국의 관심과 배려를 표시했다. 이에 대한 환대로 북한을 방문한 중국 예술단을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쑹타오 대외연락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중국 예술단의 숙소를 직접 방문하는 등 한때 소원했던 북중관계 복원의 모습도 보이고 있다.

남북한 주변 4강국중에서 최근 들어서 가장 영향력이 줄어 든 러시아도 한반도 문제에 대한 자신들의 영향력 복원을 위해서 분투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주 외신을 통해서 “오는 6월 문재인 대통령과 러시아에서 정상회담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모스크바에서 외국 대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6월 문 대통령을 만나 한반도 긴장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앞서 이달 초 러시아 언론은 문 대통령이 6월 14일부터 7월 15일까지 러시아에서 열리는 러시아 월드컵에 참석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이 지난 2월 보좌관을 통해 문 대통령에게 월드컵 때 러시아를 방문해 줄 것을 요청한 것인데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 대표팀은 스웨덴, 멕시코 등과 경기를 할 예정이다.

러시아는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달 초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러시아를 방문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북핵 문제를 논의했고 이어서 9일 러시아를 방문한 리용호 북한 외무상도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장관과 외교장관 회담을 가진 바 있다.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리용호 외무상의 북한 방문 요청을 수락했고 북한도 북·중·러 관계 복원에 나선 가운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조만간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을 만날 것이란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는 한반도 주변 4강국 중에서 유일하게 한반도 평화통일을 진심으로 반대하지 않는 유일한 국가이다. 한반도를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역할 증대를 우려하는 미국과 일본을 한축으로 하고, 이러한 미국과 일본의 견제를 극복하고 명실상부한 G2로서 자신의 영향력을 유지-확대하려는 중국은 한반도에서의 급격한 상황 변화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한반도 분단이라는 현상유지를 통해서 자신들의 기존 핵심이익을 손상받지 않는 것이 최선의 시나리오이기 때문이다.

반면 구소련 붕괴이후 미국과 세계패권 경쟁을 하던 러시아는 중국의 부상과 함께 G2의 자리를 내려놓았다. 통일한국이 새롭게 탄생함으로써 미국과 중국 그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중립적 위치의 통일한국이 러시아의 국익에 직결된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러시아의 극동-시베리아 개발을 위해서도 대한민국의 참여가 매우 중요하고 필요하다. 종신 대통령으로까지 추앙받는 푸틴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큰 것은 이러한 연유에서이다.

오는 6월 러시아에서 우리나라 축구 대표팀의 멋진 경기를 기원하면서 4월과 5월이 우리 한민족에 더없이 길한 시기가 되기를 간절히 염원한다.

김영준 / 한국무역협회 전북지역본부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