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경우에도 국민건강은 볼모잡을 수 없다
어떤 경우에도 국민건강은 볼모잡을 수 없다
  • 전주일보
  • 승인 2018.04.01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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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 /편집고문

4월 첫 주일이다. 벚꽃이 벙글기 시작하여 전주시내에는 흐드러지게 핀 꽃이 행인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목련이나 산수유는 시나브로 지고, 개나리는 아직도 한창이다. 영랑 시인이 기다리던 모란도 꽃봉오리를 부풀리느라 열심이다. 오래지 않아 여왕처럼 품위 있는 모란이 피어 화사한 봄을 완성할 것이다.

혹독하던 추위에 모두 얼어버린 듯 움츠렸던 대지는 어김없이 봄을 데려와 생명과 환희를 열어젖혔다. 다가선 봄을 따라 평창에서 비롯된 한반도 평화의 조짐이 현실로 다가와 급박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오는 27일에는 남북 정상회담이 판문점에서 열린다. 북한의 김정은이 중국을 방문하여 시진핑의 환대를 받으며 한반도 문제에 중국이 개입했다.

이런저런 곡절은 있었지만, 그동안 심각한 위기상황이던 한반도 문제가 풀릴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는 기대 속에 새 봄을 맞은 기분은 썩 괜찮다는 느낌이다. 그런데 이런 멋진 봄을 시샘하는 것인지 또 한 가지 걱정이 국정의 발목을 잡아 국민의 마음이 불안하다.

작년 12월 10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문재인 케어 반대 및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반대’ 집회를 열었다. 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건강보험보장성강화계획(문재인 캐어)’를 반대하고 한의사들이 의료기기를 사용하여 진단하고 치료하는 행위를 반대한다는 집단시위였다.

의협소속 의사들은 현재 비급여로 지정되어 있는 각종 진단치료기기 사용 등의 범위를 줄여 국민들의 질병 치료에 많은 비용이 들지 않게 하겠다는 ‘문재인 케어’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들은 정부가 계속 이 사업을 진행할 경우 파업도 불사하겠다고 위협했다. 비급여를 급여로 전환하면 보험수가만 받기 때문에 지금처럼 많은 돈을 벌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에서 이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가 아니기를 바란다.

그리고 지난달 30일 의협의 새 회장으로 당선된 최대집이 기자회견을 열고 새로 적용 예정인 ‘상복부 초음파 급여’와 ‘방사선사의 초음파 기기 사용’과 관련한 대정부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와 관련 최 회장은 ‘4월 초순 의료계 대표자들과 신속한 협의를 진행해 4월 하순께 전 의료계가 동참하는 집단행동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파업일자까지 지정하여 4월 22일, 27일, 29일이라고 했지만, 22일과 29일은 일요일이고 27일은 남북회담 날인 걸 생각하면 잘못 선택한 날인 듯하다.

의협은 ‘건강보험 재정 강화 없는 보장성 확대는 결국 국민에게 싸구려 진료 및 진료횟수를 제한하는 것’이라며 ‘문재인 케어’를 반대한다는 뜻을 파업이라는 수단까지 동원하여 강력 저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의협의 집단행동에도 전혀 뜻을 굽히지 않아 상당기간 파업이 이어지고 정부의 관련조치가 반복되어 국민만 어려울 형편이다.

보건복지부는 의협이 집단휴진을 감행할 경우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의료법은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임의로 휴업하거나 폐업했을 때, 업무개시를 명령할 수 있다.고 정했다. 만약 이 명령에 불복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또, 의협 등의 단체가 회원들에게 휴업동참을 강요할 경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위반으로 처벌받는다. 아울러 종합병원, 대학병원 등의 소속 의사가 진료를 거부할 때에는 형법상 소속 병원 및 대학에 대한 업무방해죄가 성립될 수 있다. 복지부가 파업을 저지하고 견제할 법적 뒷받침이 확고하게 마련되어 있으므로 할 테면 해보라는 뜻인지도 모른다.

이번에 40대 대한의사회 회장에 당선된 최대집은 작년 11월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앞두고 청와대 인근에서 삭발 퍼포먼스를 벌이며 대정부 투쟁을 선언했던 인물이다. 그의 의협 회장 당선은 앞으로 정부와 투쟁이 장기화되고 결국 국민만 손해 보는 의협과 정부 간 갈등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러한 의사회의 투쟁의지와 달리 상당수 의사와 치과의사 등은 의협의 이러한 투쟁에 찬성하지 않고 있으며, 한의사들은 정부의 ‘문재인 케어’에 찬동하고 적극지지 한다고 나서고 있다. 특히 의협이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반대에 대하여 ‘밥그릇 챙기기’라고 비난한다. 의료기기를 양의사들만 사용하라는 법이 있지 않고, 한의 진료에도 도움이 된다면 당연히 사용할 수 있는 것인데 기기 사용마저 독점하려는 태도는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의사 측은 당초 이 땅에 서양의학이 들어올 때, 한의사들은 반대하거나 견제하는 어떤 행동도 하지 않고 국민건강을 위해서라면 한방이든 양방이든 문제될 게 없다는 시각이었다. 고 말한다. 한방이든 양방이든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목적은 질병을 효과적으로 치료하여 국민건강증진에 기여하려는 것이므로 기기 사용을 문제 삼을 필요는 없다는 게 한의사 쪽의 의견이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이런 의료갈등으로 손해 보는 건 국민이다. 의사협회가 진정으로 국민건강을 걱정하여 문제인 케어를 반대한다면 파업이라는 수단 보다는 합리적인 공개토론이나 정확한 수치를 제시하여 국민이 납득하게 해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국민건강은 볼모잡아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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