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진정한 봄을 기다리며
한반도의 진정한 봄을 기다리며
  • 전주일보
  • 승인 2018.03.11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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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 /편집고문

  한반도 시계가 빠르게 달리고 있다. 도대체 움직일 줄을 모르고 고착상태에 허덕이던 한반도정세가 고속열차에 올라타고 달리는 듯 급변하고 있다. 어떤 이의 말대로 ‘이거 실화냐?’라고 묻고 싶을 만큼 가슴 뛰게 한다. 김정은이 4월에 문 대통령과 판문점 남한구역인 평화의집에서 만나고 5월에 미국의 트럼프와 대좌하여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선언, 북한의 국가 인정을 노리는 로드맵이 그려지고 이미 속도를 내고 있다.

  물론 어떻게든 달라질 것이라는 짐작은 하고 있었던 터이지만 이렇게 급박하게 진행되리라고 생각한 이는 없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취임사에서부터 남북 경색상황을 풀어야 한다는 생각을 말했고, 작년에 독일 방문에서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제안하는 등 북한을 향한 손짓을 계속했다. 그러한 노력이 금년 김정은의 신년사에서 평창에 선수단을 보낼 수 있다는 화답으로 작은 실마리가 잡히기 시작했다.

  남북정세의 불안으로 평창올림픽이 안전할까 걱정하던 세계 각국은 다투어 평창에 왔고, 사상 최대 규모의 선수단이 참가하는 겨울올림픽이 치러졌다. 북한에서 김정은의 동생 김여정이 개막식에 참석하여 문재인 대통령에게 서신을 전달하고 초청한다는 김정은의 뜻을 전했다. 폐막식에는 남한관련 업무의 총책인 김영철을 보내서 김정은이 남북문제에 진정성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특히 김여정이 문 대통령에게 “한반도 평화를 이룬 역사적인 대통령이 되시기를 바란다.”는 말은 그냥 지나가는 덕담이 아니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다시 해석하자면 ‘우리는 충분히 준비 되어있으니 도와주시기만 하면 한반도 평화는 이룰 수 있습니다.’라고 풀어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이 북에 보낸 정의용 특사단 일행이 돌아와 바로 미국에 가서 김정은의 초청과 함께 상당히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말에 트럼프 대통령이 희색이 되어 북한의 초청 메시지를 정의용 특사가 직접 기자들에게 브리핑해달라고 요구했던 걸 보면 어떤 획기적인 제안을 내놓은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미국은 다음날 북한이 확실한 성의를 보여주어야 만날 수 있다고 뒤를 눌렀다.

  정 특사를 통해 제시한 ‘그 무엇을 실증으로 보여라’하는 미국의 요구다. 그래야 만나서 구체적으로 논의를 할 수 있다는 미국의 요구에 북한은 오래지 않아 그 조치 내용을 가시적으로 내놓을 것이다. 왜냐면 그 약속이 트럼프와 만나는 전제조건이 되었을 터이므로 이 난국을 풀어가려면 실증을 내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과연 북한이 이제까지의 말 뒤집기를 끝내고 세계의 일원으로 인정받고 개혁개방으로 나설 것인가를 생각해보자. 김정은은 젊다. 유럽에서 서구식 교육을 받으며 자란 그가 세습왕조의 3대 통치자가 되어 7년 동안 무자비한 숙청을 통하여 나이 많은 원로들을 휘어잡는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지금은 체제를 완전히 장악한 것으로 보인다.

  그 체제를 장악한 수단은 숙청으로 공포를 심어주고, 핵과 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구소련의 기술을 빼내와 핵무력을 완성하는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었다고 본다. 핵을 완성한 기술을 확보하는데 김정은의 젊은 사고가 개입했을 것이라는 말이다. 결국 핵과 미사일은 김정은이 내부를 장악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한 셈이다. 그리고 자신감이 붙으면서 이제는 어엿한 국가로 인정받고 국제무대에 나서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라 본다.

  핵을 폐기하는 문제도 별로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그동안 기술을 완전히 확보했다면 차후에 핵이 필요할 때 얼마든지 만들 수 있으므로 당장에 폐기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핵을 폐기하는 대가로 세계에서 정당한 국가로 인정받고, 개혁 개방에 필요한 지원도 받을 수 있다면 얼마든지 응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어 보이는 게 김정은의 태도다.

  정권을 완전히 장악하여 영구집권의 길을 마련하였으나, 피폐한 민생을 바꿔놓지 못하면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국제사회의 제재로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현실 등이 그가 결심을 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또 하나 믿는 구석은 바로 남쪽의 동족, 안정적 평화를 갈구하는 정부의 정책과 경제적 능력이 아닐까 한다. 세계가 다 외면하고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현실에서 유일하게 북한의 손을 잡아 이끌어주려는 문 대통령이 고맙고 믿음직했을 듯하다.

  지금 정부에서는 남북회담 준비 위원회를 구성하여 회담에 대비하고 있고 미국은 김정은이 확실한 증거를 보이라고 촉구하면서도 회담장소 등을 물색하고 있는 등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어쩌면 북한은 다시 김여정을 미국에 보내서 그 진정성에 대한 증거나 분명한 언질을 내보일 듯하다. 그리고 4월 남북회담은 다시 가시적인 성과물을 내어 북미 수뇌회담을 성사시킬 것이다.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라는 김정은의 말은 북한 정권이 하나의 국가로 인정받고 세계 무대에 데뷔하는 것이 김일성이나 김정일의 유훈이라는 의미와 상통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지난겨울이 유난스럽게 춥더니 이런 멋진 봄을 마련하느라 그랬던 것이 아닐까 싶을 만큼 우리의 마음은 부풀어 있다. 제발 제대로 된 평화가 와서 북쪽의 동포들도 잘 살게 되고 아이들이 백두산 금강산으로 수학 여행가는 시대가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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