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 그리고 우수(雨水)
24절기, 그리고 우수(雨水)
  • 전주일보
  • 승인 2018.02.22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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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흐름은 구분이 없다. 원래 그래왔듯이 그저 흘러가고 지나갈 뿐이다. ○○년 ○월 ○일이라는 표기는 사람이 편의상 규정해놓은 것에 불과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4계절의 분별도 마찬가지다. 입춘(入春), 우수(雨水),경칩(驚蟄) 등 24절기(節期)는 1년을 일정기간으로 나눠 붙인 계절적 명칭이다. 태양이 황도(黃道·천구에서의 태양의 궤도) 상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춘분점을 기점으로 15도 간격으로 점을 찍어 구분한다.

절기를 정하는 방법으로 '평기법(平氣法)'과 '정기법(定氣法)'이 있다. 오랜 세월 적용된 평기법은 1년을 24등분해 황도상의 해당점에 각 절기가 배치하는 방식이다. 동지(冬至)를 기준으로 중기·절기·중기·절기 등으로 나눈다. 중세 이후 채택된'정기법(定氣法)'또한 동지가 기점이며, 동으로 15도 간격으로 점을 매기고 태양이 이 점을 순차로 지남에 따라 절기·중기·절기·중기로 매겨 나간다.

절기의 첫번째는 입춘(지난 4일)이다. 그리고 우수, 경칩, 청명, 곡우, 입하, 소만, 망종, 하지 등이 이어진다.


각각의 절기는 관련 속담이 있다. '입춘 추위는 꾸어서라도 한다','소만(小滿) 바람에 설늙은이 얼어죽는다','처서(處暑)가 지나면 모기 입이 비뚤어진다','대한(大寒)이 소한(小寒) 집에 놀러갔다가 얼어 죽었다'등 해당 절기의 속성을 비유적으로 표현했다. 

우수(지난 19일)에는 '꽁꽁 얼었던 대동강 물이 풀린다'는 속담이 전해온다. '우수'라는 말 자체가 '눈(설·雪)이 녹아 비(雨)가 된다'의 의미를 지녀 그럴만도 하다. 우수는 '봄에 들어선다'는 '입춘'과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가 날씨가 풀리면서 놀라 잠을 깬다'는 '경칩'사이의 절기로 태양의 황경이 330도에 위치한다. 

옛사람들은 우수 이후 경칩까지 15일간을 5일 단위로 세분해 특징을 나타냈다. 첫 5일은 수달이 물고기를 잡아놓고, 다음 5일은 기러기가 북쪽으로 날아가며, 마지막 5일은 물 위로 올라오는 물고기를 잡는다고. 그리고 마지막 5일간 봄 기운이 완연해지면서 풀과 나무들에 본격적인 새 생명이 움튼다.

지난 겨울, 그 어느 해보다 강추위가 기승을 부렸다. 그러나 아무리 춥던 날씨도 누그러질 수 밖에 없다. 시간의 흐름이 추위, 그 강함을 용납하지 않아서다. 낙목한천(落木寒天)을 쓸어가던 추위도 서서히 기세를 잃어가는 형국이다. '이쁜 딸'에게 쬐인다는 '가을볕'과 달리 강한 자외선 등으로 인체에 해로워 '미운 며느리'에게 쬐이게 한다는 '봄볕'일지라도 봄날의 따사로운 햇볕이 어느 결에 가까이 다가온 듯 하다.

'나그네의 두꺼운 겨울 겉옷은 매서운 바람이 아니라 따스하고 온화한 봄 바람이 벗긴다'고 했다. 나그네의 우수에 찬 눈 속에 봄의 모습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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