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 정치의 한계를 보며
묵은 정치의 한계를 보며
  • 전주일보
  • 승인 2018.01.17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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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신 영 배 / 대표이사

얼마 전에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에게 대법원에서 무죄로 판결을 내리자 민주당에서 쾌재를 불렀다는 말이 났었다. 과연 쾌재를 불렀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민주당의 입장에서는 홍 대표가 연일 말 안 되는 ‘막말’들을 쏟아내고 있는 게 속내로는 싫지 않을 수도 있다는 짐작을 할 수 있었다.

그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유치한 게 자한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므로 자한당에 소유권이 있다고 했다. 또 영화 1987의 박종철 사건의 전모를 밝힌 것도 당시 민정당 정권이라는 해괴한 논리를 폈다. 16일에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이름을 빗대서 ‘조국인지 타국인지’라는 말장난으로 시작해서 “사법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본인의 한을 풀기 위해 분풀이로 권력기관을 전부 악으로 단죄하고 개편하는 데 올인하고 있다.”라며 정부의 권력기관 조직개편을 비난했다.

지금 자한당의 지지율이 40대 이하에서 한 자리 숫자에 머물러 있는 이유는 그동안 보수정권이 저지른 잘못들이 연일 드러나고 있는데 있지만, 홍 대표의 거친 언행도 일조를 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9년간 저지른 여러 비리와 문제들이 연일 터져서 국민이 등을 돌리는 판에, 반성은 못할망정 되잖은 논리로 연일 정부를 헐뜯고 있으니 지지율이 올라갈 수 없는 건 당연하다.

보수의 본산이라 할 수 있는 제1야당이 헛 다리만 짚는 사이에 아류 보수인 바른정당의 사정은 더 애매하다. 박근혜 탄핵 당시에 성난 촛불에 타죽을까 두려워 새누리당을 떠났던 20명의 국회의원이 지금은 반 토막도 안 되는 9명만 남은 미니 정당이 되었다. 안철수를 꼬드겨 합당을 하자고 약속했지만, 한 자릿수 미니정당이 39명 정당을 빨아들일 흡인력을 낼 수 없어서 시끄럽다. 결국 국민의당 마저 파탄의 길로 몰아넣어 당이 갈라지는 아수라장을 만들었다.

이런 소란 속에 민주당은 조용히 지방선거를 준비하며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을 것이다. 넉넉한 지지율에 흐트러짐 없는 대통령의 국민과 나라를 위한 행보가 뒤를 받치고 있으니 그야말로 남부러울 게 없다. 민주당에게는 전혀 이성적이지 않은 자한당의 이러한 태도가 퍽 맘에 들 것이다. 조곤조곤 이성적으로 따져도 국민 정서상 이길 수 없는 판이니 막가파식으로 대들어보기라도 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그럴수록 국민의 마음은 점점 더 멀어진다.

지난 9년 동안 보수정권이 국민의 의사를 전혀 의식하지 않고 ‘일방적인 통치’로 일관해오면서 저지른 잘못들이 연일 드러나고 있다. 박근혜와 최순실에서 시작된 국정농단 사건에 이어 국정원의 특수공작비를 청와대가 받아서 쓰고, 달라고 해서 쓴 일이 들통 나 비웃두릅 엮이듯 많은 관련자들이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그러다가 이전 정권인 이명박의 집사와 심복이 그제 구속되면서 검찰의 칼끝이 이명박의 목울대에 닿아 있다.

이명박은 ‘다스’라는 차명회사를 만들어 운영해온 게 거의 사실로 드러나면서 대선 자체가 거짓 위에 시작된 놀음이었음이 밝혀지고 있다. 이명박은 거짓 후보였고, 박근혜는 국정원 댓글과 사이버 군부대의 댓글 등 갖은 부정수단이 총동원된 선거로 당선되었음이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지난 9년 동안 무자격 대통령에 의해 나라경제가 피폐해지고 편중된 경제정책으로 부의 양극화가 가속화하여 ‘헬조선’이라는 참담한 이름까지 만들어졌음을 통탄하는 오늘이다.

그 9년간의 하수인이었고 도우미였던 보수 국회의원들을 비롯한 정당원들은 마땅히 국민 앞에 석고대죄라도 하면서 잘못을 빌어야 옳다. 사사건건 비토하고 반대를 위한 반대로 생떼를 쓰는 건 자멸의 시간을 앞당길 뿐이다. 그동안 불법정권의 그늘에서 흘러넘치는 꿀을 받아먹으며 모은 재산이 있으니 조용히 물러나 반성하며 여생을 편히 보내는 방법도 있다.

되나캐나 시비를 걸며 반대를 위한 반대를 거듭하는 걸 정치라고 하기 에는 오늘의 국민들이 너무 똑똑하다. 국민은 어떤 정치가 바른 정치인가를 이미 파악하고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는 길목에서서 정치가 성숙해지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제1야당을 비롯한 보수 정치인들은 아직도 ‘독재의 추억’이라는 술에 취해 흘러간 노래를 부르며 길바닥에 쓰러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적폐수사를 두고 묵은 일을 끄집어내서 먼지를 털기로 하면 안 걸릴 사람이 누가 있냐며 과거사는 덮어두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다고 말을 한다. 물론 그 묵은 세력과 관계있는 사람들이 내놓는 말 아닌 소리이다. 70년 전의 일본군 위안부 사건이 아직도 해결이 되지 않고 있는 이유가 바로 과거사를 청산하지 않고 우물우물 여기까지 흘러왔기 때문이다.

아울러 부정과 불법을 알고도 덮어두면 그러한 불법이 언제든 다시 재발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배웠다. 보수가 반발하는 건, 전임 대통령을 향하던 칼날이 언제든 자신들의 목을 겨눌 수 있다는 불안함에서 일 것이다. 보수의 생각은 쉽게 잊어버리는 국민들이 오래지 않아 다시 지난날의 어설픈 향수에 빠져서 보수를 지지하고 정권이라도 맡길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 듯하다.

그러나 국민들은 이미 그러한 시대를 넘어 주인의 역할을 분명하게 깨달아버렸다. 다시는 머슴에게 열쇠와 핸들을 맡기고 끌려가지 않을 능력이 생겼다는 말이다. 아무리 생떼를 쓰고 눈물로 호소를 해도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묵은 정치는 그만 하자. ‘쨍하고 해 뜰 날’은 돌아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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