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의 잔재를 털어내자
독재의 잔재를 털어내자
  • 전주일보
  • 승인 2017.12.11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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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적폐청산 수사를 연말까지 끝내겠다는 검찰총장의 발언을 두고 설왕설래했다. 특히 청와대가 연말 시한에 대해 즉각 반응을 보이며 적폐청산에 시효를 두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의 의견을 냈다. 옳은 말이다. 지난 시절 저질러진 범죄사실을 인지하고도 수사 기간이 지났으니 수사하지 않겠다고 한다는 건 국가 기관의 직무를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시절의 관행처럼 공공연하게 진행된 국정원, 청와대, 등 권력기관이 나랏돈을 마음대로 쓰며 사익을 챙겼다. 또 국민의 세금을 개인적으로 대통령에게 상납하여 영달을 꾀한 증거들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런 일들을 수사하는 걸 두고 자한당과 보수층에서는 정치보복이라고 반발한다. 지나간 일이니 덮어두자는 식으로 얼버무리면 이 나라의 부패지수는 영원히 세계 52위를 면하지 못한다.

지금 국민들이 일관되게 문 대통령에게 지지를 보내면서 보수 세력에 대한 지지가 제자리에 머무는 이유를 보수는 이해하지 못하는 듯하다. 이정도 시간이 지나면 보수에 대한 애정이 돌아와야 하는데 왜 바닥을 면치 못하는지를 모르는 것이다. 적당히 정부를 공격하고 수구 언론들이 박자를 맞추고 있는데도 미동도 하지 않는 까닭을 자한당이나 보수언론조차도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 일부 보수 언론과 보수 정치인들이 시각을 달리하여 현상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들은 비로소 국민들의 눈이 높아졌다는 현실을 조금씩 인식하고 있다. 지난 70여 년간 이어져 독재의 속성과 부패권력의 속성에 신물이 날대로 난 국민의 눈이 지난겨울 촛불을 손에 들면서 비로소 개안(開眼)하여 실태를 바로보기 시작했음을 그들도 거니채게 된 것이다. 국민의 눈이 열리고 권력이 누구의 것인지를 알아챈 이상, 냄비처럼 금방 뜨거워지고 식어버리는 정치인식은 없어졌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보수와 그들을 둘러싼 지난 시절의 사고방식과 정치행태는 당연히 달라져야 한다. 아울러 지금 높은 지지 속에서 행복해하는 정부 여당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국민의 눈이 머무는 곳을 찾아야 할 때다. 지난 시절 부정과 부패, 불법을 자행하면서 앞에 내세워 방패로 삼았던 ‘새마을’ ‘바로살기’ ‘평화통일자문회의’ 따위의 조직과 이름도 이제는 갈아엎어야 할 때가 되었다.

아직도 미개발 독재시절의 상징이던 새마을이라는 이름이 곳곳에 있고 깃발까지 나부끼는 가운데서 적폐는 사라질 수 없다. 아직도 새마을 운동의 망령에 집착하는 이들은 새마을 운동이 뭐가 잘못 되었느냐고 따질 수 있지만, 새마을은 박정희가 권력을 쥐고 흔드는 기반이었고, 박근혜가 총재 노릇을 하던 독재의 잔재일 뿐이다. 묵은 것을 도려낼 때에는 그 근본을 파내지 않으면 언제든 다시 싹이 돋아 정략에 이용되기 마련이다.

이제 그런 잔재들을 하나씩 지워나가 진정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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