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고 시원하고 슬펐던 한 주일
흔들리고 시원하고 슬펐던 한 주일
  • 전주일보
  • 승인 2017.11.19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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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 / 편집고문

기온이 뚝 떨어져 몸이 움츠러든다. 갑작스런 추위에 놀라서 말려 둔 모과로 차를 끓여 홀짝거리며 주말을 방콕으로 보냈다.

15일 오후 2시 29분, 기상청 재난문자가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6㎞ 지역 규모 5.5 지진발생/ 여진 등 안전에 주의바랍니다.’라고 왔다. 전화기를 들여다보는 순간에 사무실이 ‘꿀렁꿀렁’하는 느낌으로 기분 나쁘게 흔들렸다. 가끔 느끼던 지진하고는 다르게 옆을 미는 듯 흔들렸다. 이어서 뉴스 속보가 쏟아졌다.

강도 5.4 지진이었지만, 얕은 진앙 때문에 피해가 심각하게 나타났다고 한다. 추위가 닥쳤는데, 이재민이 된 이들은 어떻게 이 겨울을 나야할지 걱정이다. 16일 수능시험도 연기하고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나라에서 피해복구를 해줄 수 있는 일도 아니어서 이래저래 피해 주민만 힘들게 생겼다.

우울한 지진뉴스가 전해지는 가운데 17일 새벽에 전 국정원장 남재준과 이병기의 구속영장이 집행되어 수감되고, 더 많은 돈을 상납한 이병호는 불구속으로 구치소를 빠져나갔다. 절대충성의 더러운 몸짓을 서슴지 않아서 대통령 비서실장에 발탁되기도 했던 이병호는 “도주와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영장을 보류한 게 혹시 이병호의 탁월한 처세술 덕분이 아닌지 께름칙하다.

영장집행에 대한 법률적인 판단을 문외한이 제대로 알 수는 없지만, 셋이 모두 비슷한 죄와 현재의 상황도 비슷할 터인데 다르게 적용한 까닭을 모르겠다. 혹시 그가 박근혜를 배신하여 뇌물관련 증언이나 자료들을 다 털어놓았기 때문에 구속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단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충성스러워 보이는 자가 가장 먼저 배신하는 법이니까.

청와대 전병헌 정무수석이 사임하고 검찰의 조사를 받게 되었고, 박 정부의 경제부총리이던 최경환의 뇌물수수와 원유철 자한당 의원 등에 대한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모양이다. 죄지은 자들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누구든 적폐 대상은 시원하게 오랜만에 검찰다운 검찰의 본때를 보여주기 바란다.

APEC이 끝난 뒤에 미국의 틸러슨 국무장관이 북한을 향해서 대화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북한은 제네바 주재 북한대사의 입을 통해서 “한미군사훈련이 계속되는 한 북한은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말로 미국에 정면으로 받아쳤다. 그동안 항모선단과 원자력잠수함과 B1-B폭격기가 연일 한반도 주변에서 훈련하며 북한을 압박하는 가운데 어지간히 불안한 마음이 있었던 듯하다.

중국은 쑹타오 특사를 북한에 보내서 북한이 대화에 나서도록 설득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는데, 아직 김정은을 만날 수 있을 것인지 조차 불명하다는 소식이다. 그저께 북한 외교 책임자 리수용과 만나 시진핑이 김정은에게 보내는 선물을 전하고 중국의 뜻을 전달했다고 한다. 북한과 중국의 외교적 자세는 제법 격식을 갖추는 모양새다. 중국에 매달려 살면서도 폼은 다잡는다. ‘시진핑’을 우리말 발음대로 ‘습근평’이라고 부르는 걸 보면 그게 주체사상인지 몰라도 과연 상대하기 까다로운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그들은 그런 알량한 자존심을 지키겠다고 국민이야 어찌 되든 핵무기개발에 온 힘을 기울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사람들이 우리와 같은 민족이고 분단된 나라의 한쪽을 차지하고 있으니 바람 잘 날이 없는 건 당연하다. 동네마다 깡다구 꼴통 말썽꾼이 꼭 있다. 패죽일 수도 없고 뜻을 받아주자니 한이 없고 참 어렵다. 대화가 이루어지더라도 우리는 많은 걸 양보하고 다독거려야 할 형편이니, 언제쯤이나 이 땅에 평화가 올 것인지…….

18일 아침에는 목포 신항에서 세월호 미수습자의 시신 없는 장례식이 치러졌다. 텅 빈 관에 유품과 꽃을 넣어 장례를 치르는 남현철 학생 아버지의 통곡을 그림으로 만 보아도 절로 눈물이 흘렀다. 3년 7개월을 애타게 찾았지만 유골 한쪽도 수습하지 못하고 아들이 숨져간 세월호 곁을 떠나는 부모의 마음은 장본인 아니면 아무도 알지 못한다.

가만히 기다리라던 시간에 아이들을 내놓았으면 거의 다 구조할 수 있었을 터임에도 기울어가는 배에서 죽을 때를 기다리라고 한 그 까닭이 무엇인지, 구조 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는지 아무도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대통령이라는 여자는 보고를 받고도 알 수 없는 짓만 몰두하며 거울 방을 뒹굴었는지 해명이 없다.

그렇게 자식을 잃고 3년이 지나서 박근혜가 감방에 갇히던 날에야 세월호는 뭍으로 나왔다. 그동안 과연 세월호를 인양할 수 없어서 차디찬 물속에 숱한 주검들을 방치했을까? 온갖 이유들이 많고 많더니, 그 여자가 들어가는 시점이 되어서야 배가 물 밖으로 나올 수 있었던 건 무슨 까닭일까?

미수습자의 가족들은 너무 오래 많은 비용을 들여 수색하며 애쓰는 걸 보다 못해 스스로 현장을 떠나기로 작정을 했다. 텅 빈 관과 텅 빈 마음으로 장례를 치르고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로 아픈 마음을 에두르는 심경을 우리는 고맙게 이해해야 한다. 조사위원회는 앞으로 배를 수평으로 세워서 다시 한 번 수색을 할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못 찾은 이들의 뼛조각하나라도 찾아내어 빈 관으로 장사지낸 마음을 뒤에라도 달랠 수 있기 바란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 냄새나는 7시간의 퍼즐도 풀릴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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