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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과 글이 위태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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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0.10  18:2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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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동안에 한글날이 지나갔다. 세상에 나온 지 571년이 지났어도 한글은 여전히 ‘언문’정도로 천대받고 있다. 세계의 언어학자들이 가장 우수한 문자라고 인정해도 정작 그 문자를 사용하는 우리는 이 훌륭한 글자를 푸대접하고 있다. 훌륭한 문자와 섬세하고 아름다운 우리말이 일본에 의해 심하게 오염되더니, 이제는 인터넷과 외래어들에 치여 본디 뜻조차 내던지고 국적불명의 언어로 변질되고 있다.

정부와 자치단체의 공문서에 버젓이 영어가 등장하고 각종 정책의 이름도 웬만하면 영어로 만들어 살고 있는 이 땅이 어느 나라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간판도 행정도 영어로 이름을 지어야 일이 잘된다고 생각하는지, 그래야 멋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빨리 고치지 않으면 오래지 않아 나랏말과 글을 모두 잃지 않을까 싶다.

특히 전주시의 경우, 전통문화의 고장이라는 이름뿐이고 행사 이름도 영어로, 시책 이름도 영어로 만들어 유식함을 자랑한다. 세계화라는 미명하에 영어만 골라 쓰는 건 어리석은 발상이다. 가장 토속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고 입으로 말하면서 왜 영어를 그렇게 좋아하는지 알 수 없다. 아름다운 우리말로 지은 이름과 시책이 외국인에게도 전주의 특성을 제대로 전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처럼 영어가 판을 치게 된 건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이다. 전국에 영어열풍을 일으켜 국민의 머릿속을 오염시킨 이명박 정권의 적폐를 청산하는 노력 가운데에 우리말과 글을 제자리에 되돌려 놓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적폐청산에 이 항목은 아예 없다. 문재인 정권도 영어를 공용어처럼 쓰고 싶어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언론도 마찬가지여서 기사 제목에 버젓이 영어가 등장하기도 하고 한글과 나랏말을 걱정하는 날은 일 년에 딱 하루 한글날뿐이다. 뿐만 아니라, 국적불명의 신조어와 문법에 맞지 않는 기사가 독자를 헷갈리게 한다. 방송의 자막 역시 엉터리가 횡행하고 잘난 영어가 공공연히 화면을 메운다.

어떤 학교는 국어시간을 제외하고 모든 과목을 영어로 공부하는 학교도 있다. 영어 과목의 시험 배점을 높여 영어 교육을 장려하고 있다. 그럼에도 새 정부가 들어선지 5개월이 되어도 이런 잘못을 시정하려는 노력은 눈 씻고 보아도 없다. 겨우 한글날에 즈음하여 일제가 만든 행정용어 몇 개를 순화한다는 발표를 한 게 전부다.

자유한국당의 정미홍이라는 전직 아나운서가 대통령 부인에게 “살 빼고 영어 배워라”라고 했다는 기사가 났었다. 그 여자의 말대로 ‘살 빼고 영어 배워서 씨부렁거리는 게 미국을 섬기는 도리’라고 아는 그들의 머릿속 적폐를 뜯어내는 게 가장 시급한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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