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통 보수의 안간힘을 보며
꼴통 보수의 안간힘을 보며
  • 김규원
  • 승인 2017.09.17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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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 / 편집고문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대구에서 집회를 열고 한국도 핵확산금지조약(NPT)를 탈퇴하여 핵무기를 개발해야 한다고 되잖을 주장을 폈다는 소식이다. 또 미국의 전술핵을 들여와 배치를 해야 북한이 핵무기를 쓰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했다. 얼핏 생각하면 두 가지 다 핵무기를 우리가 갖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니 당연하다 싶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술핵을 들여오지 않겠다고 한 속사정이 있다. 전술핵을 들여오는 문제는 일단 ‘한반도 비핵화’라는 명분을 버려야 한다. 그렇게 되면 북한의 핵 개발이 ‘한반도비핵화’라는 약속에서 벗어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또, 한국에 미국의 전술핵이 들어와도 미군이 운용하는 무기이고, 핵무기는 미국 대통령의 명령이 없이는 쓸 수 없다.

결국 전술핵이 한국에 있으나 괌에 있으나 핵잠수함이 보유하고 있으나 미국 대통령의 명령에 의하여 발사하는 것이므로 북한을 타격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될 수 없다는 말이다. 오히려 한국에 전술핵이 배치되어 있는 지점이 북한의 공격 목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만 안게 된다. 사실 우리가 쉽게 핵무기를 말하지만, 만일 지구상에서 핵무기가 사용되기 시작한다면 그것은 곧 인류 멸망으로 이어지는 최후의 전쟁이 될 것이므로 김정은이 아무리 철이 없다 해도 핵을 사용할 가능성은 없다고 보아야 한다.

또 홍준표 씨가 말한 NPT 탈퇴문제를 생각해보자. NPT를 탈퇴한 뒤에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 카메라를 치워버리고 핵무기 제조를 위한 우라늄을 축적하게 되면 우리나라는 북한처럼 세계의 공적이 되어야 한다. 가진 자원이 없어서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가 세계의 따돌림을 받게 되면 핵무기 개발에 앞서 굶어죽는 게 먼저다.

집회를 할 때마다 미국의 성조기를 들고 설쳐대는 그들이 문재인 정부에게 ‘친미’라는 단어를 들이대는 건 정말 어처구니없다. 정권 말기에 갑자기 사드를 들여오고 일본과 위안부합의를 강행한 박근혜가 저지른 뒤치다꺼리에 골머리가 아픈 문재인 정부다.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에 맞설 수단이 없는 우리의 형편을 생각한다면 지금 당분간은 미국의 주도에 적극적으로 따르는 방법뿐이다.

핵 개발에 성공한 북한과 대치상태에 있는 우리가 선택할 길은 중국에 매달리든가 미국에 매달리는 길 밖에 없다. 우리가 미국과 중국의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벌일 기회는 박근혜가 사드를 들여옴으로써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지금 중국의 경제보복에 수 조원의 손실을 보고 있다. 김정은의 핵 위협아래서 우리의 선택은 단 하나, 미국의 핵우산 아래에서 눈치를 보며 살길을 찾는 일이다.

얼핏 들으면 그럴싸한 자유한국당이나 대한애국당 등의 주장이야말로 터무니없다. 그들은 아직도 지난날의 국사독재시절에 뭐든 힘으로 찍어 누르며 공작정치를 하던 추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총칼의 힘을 국민에게 돌려 위협하며 법위에 군림하던 달콤한 맛을 잇지 못하는 그들을 ‘보수’라고 부르는 건 옳지 않다.

보수란 ‘새로운 것을 반대하고 재래의 풍습이나 전통을 중히 여기어 유지하려고 함’이라고 사전은 풀이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의 보수라는 세력은 재래의 풍습이나 전통을 중히 여기는 사람들이 아니라, 지난날 군사독재의 망령을 받들어 백성을 억압하고 그 위에 군림하여 편히 살고자하는 집단을 말한다. 한 우두머리아래에 순종하며 그를 절대 권력으로 섬기면서 그의 영향력 아래서 법이나 도덕 규율 따위는 무시하고 멋대로 권력을 행사하려는 사람들이다.

이미 국민들은 그러한 불법통치에 넌더리가 났고,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인식하고 있는데, 아직도 그 먼 옛날의 영화를 누리고 싶어 하는 시세 모르는 사람들이 바로 보수를 자처하는 사람들이다. 세상이 변하면 정치도 변해야하는데 아직도 국민을 적당히 속여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들이다. 다시 말하지만 지금 국민은 과거 어느 때보다 현명하다. 섣부른 선동에 넘어가지도 않고 자극적인 언사에 박수를 치지 않는다.

보수라고 자처하는 이들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지난 잘못을 반성하고 변화하는 시대에 순응하는 태도를 갖는 것이다. 다수 국민이 무엇을 지향하는지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정치무대에 어슬렁거리는 건 나라와 국민에게 불행이고 그들 자신에게도 해롭다. 아무리 떠들고 고함을 쳐도 그 허튼소리에 넘어갈 사람은 없다. 지방선거까지 얼마 남지 않은 동안에 자신을 돌아보고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시쳇말로 ‘폭망’이 있을 뿐이다.

요즘 국정원 댓글의 전모가 드러나듯이, 그동안 보수 세력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저지른 잘못도 댓글 사건 이상의 규모였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차분히 지난 잘못을 상기하여 죄를 빌고 용서를 구해야 할 때이다. 감히 국민을 속일 선동이나 책략을 이어간다면 그 또한 하늘에 죄를 짓는 일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감히 태극기를 흔들며 나라의 상징을 모독하지 말라. 이 나라에 진정한 보수는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흔들림 없이 바른 선택을 이어가고 있는 국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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