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소득세법 시행 유예를 반대한다.
종교인 소득세법 시행 유예를 반대한다.
  • 김규원
  • 승인 2017.08.20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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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 / 편집고문

지난 토요일 전주 평화동 한 구석에 위치한 어느 교회를 방문한 일이 있었다. 교회를 찾아갔다는 말 보다는 같이 문학공부를 하는 지인을 찾아갔다고 해야 옳다. 함께 글쓰기 공부를 하는 연배가 높은 목사의 부인이 혼자 사는 필자를 위해 밑반찬을 나누어 담아 놓았다는 말을 듣고 사진 촬영차 나섰던 김에 주소를 검색하여 찾아간 것이다.

‘00교회’라고 내리쓴 간판이 있는 대문 없는 곳에 들어서니 노목사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조립식 건물 안으로 나를 안내했다. 교회라는 간판이 있어서 일반적인 교회의 모습을 기대했던 내 상상이 여지없이 빗나간 그곳에는 긴 의자 네 줄이 달랑 놓여 있다. 그리고 설교대가 왼쪽에 배치되어 있는 초미니 교회였다. 그냥 기도하는 자리라고 느껴지는 교회의 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전주에도 도시의 한 블록을 온통 차지하고 있는 교회가 있지만, 서울의 초대형 세계최대의 교회인 순복음 교회에는 비교 자체가 무의미하다. 하트포드 종교연구소 발표에 따르면 순복음 교회는 출석신자수가 48만 명이라고 한다. 순복음 교회는 남대문 송파 등 서울에 20개의 지성전(화면으로 설교 장면이 중계되어 예배를 보는 곳)을 거느리고 있다고 한다. 또 조용기 목사의 동생인 조용목 목사가 거느리는 ‘은혜와 진리 교회’도 수도권에 24개의 지교회(순복음교회의 지성전과 같은 역할)를 두고 있다고 한다.

이쯤 되면 교회도 재벌의 운영체제를 닮은 셈이다. 재벌의 세습처럼 대형교회(Mega Church:출석신자 2,000면 이상)도 대구 서문교회나 인천 주안교회 등 대물려 세습을 하고 있는 곳이 상당수 있다고 한다. 한국 종교문화 연구소는 교회의 세습도 재벌의 세습처럼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세습경영을 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교회운영의 회계처리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교회가 한국의 순복음교회이고 세계 50대 대형교회 가운데 한국의 교회가 그 절반에 해당하는 24개에 이른다고 한다. 서울시의 교회 출석 신자 수는 82만5,000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출석신자수가 많은 도시라고 한다. 교회 건물 신축비용만 2천억 원 이상인 교회도 여럿이라니 가히 한국은 기독교의 천국인 셈이다. 그런 대형교회들이 나라의 재정에 기여하는 부분은 ‘0점’이다.

교회의 재산으로 등록되어 있는 토지와 건물은 세금을 내지 않고 교회의 재정 수입에 대해서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대형교회에서 재벌 총수 못지않은 연봉을 받고 있는 목사들도 소득세 한 푼 내지 않고 있다. OECD가입 국가 중에 종교인이 소득세를 내지 않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개정된 소득세법은 내년 1월부터 종교인도 소득세를 납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 더불어민주당의 김진표 의원 외 25명의 발의로 소득세법의 시행을 2년 유예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의 발의됐다. 김진표 의원은 새 정부의 국정자문위원장으로 일하면서 정부의 국정과제를 발굴해 입안한 사람이면서 더불어민주당 기독신우회장이기도 하다. 그는 새 정부 국정과제에 ‘공평과세’를 내건 장본인이다.

종교인의 소득세를 납부하도록 규정한 소득세법은 소형교회의 목사 등은 과세대상에서 제외했다. 재벌총수에 버금가는 연봉을 받는 대형교회 목사들을 대상으로 소득세법은 만들어졌다. 신자들은 소득에서 십일조를 꼬박꼬박 내고 있는데, 목사는 거액의 연봉을 받으면서 나라에 내는 세금이 카이사르에게 주는 돈쯤으로 아는지 한사코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갖은 방법을 다 쓰고 있다.

과세대상 종교인의 수는 4만6천 명 쯤 이고 세금을 다 걷어봐야 100억 원 정도라고 한다. 이 종교인 세금부과에 대해 천주교와 불교 등 타 종교단체에서는 모두 찬성의견을 내고 있다. 기독교 내부에서도 대부분 목사들은 소득세 부과에 대해 당연하다고 말한다. 다만, 그들 대형교회 목사들이 마치 한국 기독교 전체의 의사인 것처럼 종교인 소득세 부과를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그들은 왜 소득세 부과를 반대하고 있는 것일까? 4만6천 명에게 부과되는 세금 100억 원은 사실 아무 부담도 아니다. 일반근로소득세에 비해 세금부과율도 턱없이 낮은데도 소득세를 내지 않으려는 의도에는 다른 뜻이 있을 듯하다. 세금을 내려면 개인 소득과 관련한 자료를 원천징수 근거로 제출하게 되는데, 그 서류에 모든 특혜와 관련 소득의 발생 원인이 노출되기 때문에 세금을 내는 절차를 회피하고 있지 않는가 싶다.

우리 헌법 38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무를 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종교인도 국가의 보호를 받으며 국가의 가간시설을 이용하고 살면서 세금을 내지 않으려 한다는 것은 염치없는 주장이다.

2015년 2월 2일 통과된 소득세법 개정안은 통과되면서 2년의 유예기간을 두어 2018년 1월1일부터 시행하도록 했다. 그런데 다시 또 2년을 유예하려는 시도가 이미 불을 지폈다. 이번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다시 유예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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