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혁명의 성공을 위하여
촛불 혁명의 성공을 위하여
  • 김규원
  • 승인 2017.08.06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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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 / 편집고문

촛불 혁명의 성공을 위하여

오늘이 입추(立秋), 절기상으로는 가을의 문턱에 이르렀건만 태양은 오늘도 잉걸불처럼 뜨겁고 숨이 턱턱 막히도록 더운 날씨에 하루하루 지내기가 힘들다. 이런 때에는 시원한 계곡물에 풍덩 들어가 뒹굴면 좋으련만, 시끄러운 세상을 들여다보는 일이 더 급하니 참아야 할 밖에 도리가 없다. 더구나 요즘 시대착오적 사고방식으로 입에서 나오는 대로 지껄이는 무리들이 여론을 오도(誤導)하는 행태는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바른 정치를 갈망하던 시민들이 추위를 무릅쓰고 촛불을 들었던 까닭은 무도한 박근혜정권에 대한 응징에 그치는 게 아니라, 1961년 5월에 시작된 군사독재의 뿌리 깊은 잔재를 청산하고자하는 열망도 포함되어 있었다. 더불어 기득권세력이 언제나 ‘갑’이 되는 사회를 뒤집어야 한다는 오랜 갈망이 촛불로 타올랐던 것이다. 시민의 열망은 마침내 무도한 대통령을 탄핵하여 법의 심판대에 세우고, 오래된 적폐를 들어낼 새 정부가 들어서게 했다.

새 정부가 들어섬으로써 촛불혁명은 성공을 거두고 혁명이 완성된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새 정부 출범 후 3개월을 돌아보면 촛불혁명은 이제 겨우 첫발을 디딘 수준에 불과하다는 걸 알 수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들어내야 할 적폐세력이 지나치게 강고(强固)하여 웬만한 힘으로는 있던 자리에서 한 치도 들려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랜 세월 사회각계 각층에 깊이 내린 그들의 잔뿌리가 땅을 단단히 움켜잡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들 세력은 지금껏 자기들이 저지른 일에 대한 부끄러움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잘못을 안다면 뉘우치는 정이 있어서 처신에 조심하면서 새 정부의 개혁에 순응하는 모습도 보일 터이지만, 그들은 권력을 빼앗긴 게 그들 집단일부의 배신 때문이라고만 생각하고 있다. 국민의 지지가 땅바닥인 것 정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국민의 여론 따위는 힘으로 뭉개버리면 저절로 수그러드는 것으로 생각한다.

최근에는 소위 ‘태극기혁명’이라는 이름으로 보수로의 회귀를 꿈꾸는 집단이 등장했다고 한다. 그들은 아직도 지난 시절의 힘을 되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국민이 보수 세력을 지지하고 있는데, 지난겨울의 촛불에 놀라 엉겁결에 탄핵과 대선에서 진보세력을 지지했던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 이러한 보수 세력의 오판을 부른 결정적 계기는 블랙리스트 재판에서 김기춘과 관련자들이 경미한 처벌을 받고 주범인 조윤선이 집행유예로 석방되면서 사법부가 아직도 보수 세력을 지지하고 있다는 안도감을 갖게 되면서 부터라고 생각된다. 더구나 판결문에서 ‘보수정권이 정부의 이념과 달리하는 예술인을 차별한 것은 타당하다’는 의미의 언급을 한 부분에 고무(鼓舞)되어 엉뚱한 발상을 내놓게 된 것이라는 짐작이다.

그들은 박근혜의 뇌물수수혐의가 법리적으로 보면 무죄로 결론 날 가능성이 높다 면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공여 재판에서 “독대는 맞지만 그 자리에서 삼성그룹 현안이나 경영권 승계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고 정유라 지원에 대한 지시도 없었다.”고 한결같이 주장하고 있는 점들을 보면 무죄가 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따라서 박근혜의 뇌물수수죄가 성립이 되지 않아 여러 부분에서 무죄가 되면 탄핵자체가 무리한 일이었다는 반증이 되므로, 보수 세력의 커다란 반발이 촛불집회를 능가하는 태극기집회가 대규모로 나타나 ‘태극기혁명’이 될 것이라고 했다.

보수정권이 정부의 이념과 다른 예술인들을 차별하는 일은 있을 수 있다는 판단을 내놓는 사법부라면 얼마든지 박근혜나 이재용의 무죄판결도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에서 보수 세력은 황망한 꿈을 꾸는 듯하다. 그러나 꿈은 꿈일 뿐이지 현실은 훨씬 냉엄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한국당과 보수 세력은 권력을 내놓은 지 3개월이 채 안된 지금 벌써 추위를 느끼고 권력의 따뜻한 옷에 대한 향수로 터무니없는 오산을 하고 있다.

그들은 아직 각계각층에 깊이 뻗어있는 보수 세력의 뿌리를 믿고, 본거지인 TK의 지지는 언제든 살아날 수 있다고 믿기에 되잖은 막말을 서슴지 않고 있다. 오랜 세월 독재 권력의 중추로 활약하던 자이거나, 그 권력의 곁불을 쬐며 국민을 돼지나 레밍으로 보던 자들에게 지금의 민주화 시대는 한여름의 더위에도 추위를 느낄 만큼 싫은 세상일 것이다. 뭐든 힘으로 밀어붙이고 안 되는 일은 권력기관을 활용하는 방법으로 국민을 핍박하고 속여 온 그들이 다시 고개를 드는 일은 국가를 위해서나 국민을 위해서 크나큰 불행이다.

최근의 사태를 지켜보면서 아직 우리의 ‘촛불혁명’은 국가권력의 지휘부만 바뀌었을 뿐, 처리해야할 일이 너무도 많다는 것을 많은 국민이 실감했을 것이다. 여태 나라꼴을 이 지경에 이르게 한 핵심권력과 그를 추종하는 무리들이 반성하고 자숙하는 태도가 나올 수 있도록 더욱 강력한 조사와 사법적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 괴수가 조금도 반성하지 않으면서 빳빳하게 고개를 들고 요리조리 법의 허점을 찾아 ‘사법농단’을 계속하는 한 추종자들의 태도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새로 발견된 증거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여 어떤 일이 있어도 그 뻔뻔한 입이 죄를 자복하고 국민 앞에 용서를 구하도록 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촛불혁명은 비로소 성공의 첫 단추를 꿸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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