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새 차, 못으로 긁어버리고 싶어
옆집 새 차, 못으로 긁어버리고 싶어
  • 김규원
  • 승인 2017.06.11 14: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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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규 원 / 편집고문

토요일 광화문 광장에서 6월 항쟁 3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그날의 기념식은 지난 정권들의 기념식과 많이 달랐다. 식장의 분위기와 참석자들의 눈빛이 달랐고, 대통령의 기념사 내용이 달랐다. 매년 치러진 기념식의 의미가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중계를 본 모든 사람들이 체감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6월 항쟁 당시에 부산에서 직접 시위에 참가하였던 당사자였다고 기념사에서 회고했다. 그는 기념사에서 6월 항쟁이 있었기 때문에 조금씩 민주화에 진전이 있었고, 항쟁의 꽃이 지난겨울 광화문 광장에 타오른 촛불이었다고 규정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6월 항쟁을 통해 주권자 국민의 힘을 배웠습니다. 촛불혁명을 통해 민주공화국을 실천적으로 경험했습니다. 6월의 시민은 독재를 무너뜨렸고 촛불시민은 민주사회가 나아갈 방향과 의제를 제시했습니다. 촛불은 미완의 6월 항쟁을 완성시키라는 국민의 명령이었습니다.”라면서 “우리가 도약할 미래는 조금씩 양보하고, 짐을 나누고, 격차를 줄여가는 사회적 대타협에 있다.”고 했다.

그날도 문 대통령의 국민 소통 행보는 계속됐다. 시민들과 사진을 찍기도 하고 시위하러 나온 시민단체의 피켓도 읽어가며 눈높이를 같이했다. 현장에 나온 국민들은 대통령이 저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과 같은 높이에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고 했다. 권위와 위엄을 벗은 대통령의 모습은 소탈한 이웃집 아저씨였다.

대통령의 행보에 열광하는 국민의 반응에 뱃속이 뒤틀린 묵은 정치인 몇몇은 맨날 국민들하고 장난만하고 놀면서 세월을 허송한다고 헐뜯었다. 군림하고 찍어 눌러서 국민을 달싹하지 못하게 하는 게 대통령이 하는 일이라고 알아 온 그들의 눈에는 진정으로 문 대통령이 이상하게 보였을 지도 모른다. 어느 야당의원은 미국의 전 대통령 오버마를 코스프레 한다며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는 이낙연 총리도 이어받아 힘없고 가난한 노인들에게 절을 하게 만들었고, 광역자치단체장들이나 기관장들에게 전염되어 전에 없던 국민 속으로 행보를 유발했다. 아마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공직자와 지도층 인사들의 허리도 쉽게 굽혀져 국민 속에 들어서게 될 것이다. 다만, 아직도 호통치고 싶고 거들먹거리고 싶은 구정치인들과 TK지역의 단체장들을 제외하고서.

인수위 없이 업무를 개시한 새 정부가 총리와 경제부총리를 제외한 내각을 구성하지 못하고 장관 인선에 애를 먹고 있다.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제시한 인사5원칙에 자승자박한 꼴이 되어 곤란을 겪는 것이다. 현재까지 인선한 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능력과 자질에서 충분하지만, 지난 시절 자잘한 흠결이 문제되어 야당의 공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정부의 인사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경미한 사항이건만, 야3당은 ‘때는 이때다’라는 식으로 온갖 것을 다 뒤져내고 있다. 물실호기(勿失好機), 이 기회를 어찌 놓치랴 하고 사정없이 물고 늘어진다. 어떻게든 새 정부에 흠집을 내고 싶어 안달을 한다. 이웃집에서 멋진 새 차를 산 데 배가아파 못으로 긁고 싶은 심보를 그들에게서 본다.

부도덕한 정권을 공격하는 건 국민이 박수를 쳤지만, 한 시가 급한 정부의 발목을 잡는 야당의 태도에 국민은 분노하고 있다. 그 결과가 야당의원들에 대한 문자폭탄과 공개적인 질타이다. 그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물고 흔드는 야3당의 속내는 과연 무엇일까? 청문대상이 된 어떤 후보도 지금 공격을 가하고 있는 국회의원들 보다는 깨끗하다는 것을 국민들은 안다.

바닥이 깨끗한 물에서는 미꾸라지가 휘젓고 다녀도 물이 흐려지지 않는다. 지난 흙탕물 정부에서 자꾸만 고약한 인물을 임명하여 더욱 물을 더럽게 하던 시절과는 다르다. 지금 부적격을 외쳐대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여당이던 시절, 그들은 온갖 불법을 저지른 후보들을 훌륭하다고 치켜세웠고, 대통령은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임명장을 수여했다.

그런 일들이 마음에 걸리는지 대통령이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하면 불통 정권이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고 있다. 필자 생각으로는 강경화 외무장관 후보의 경우, 대통령이 눈치 볼 것 없이 임명하여 방미 준비도 하고 그동안 외교무대에서 제척당한 설움도 서둘러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의 뒤에는 막강한 힘과 기를 보내는 국민이 있고, 많은 사람들이 강 후보자의 임명을 권하는 마당이다.

지금은 인사청문회에서 잘난 척해봐야 문자폭탄에 시달릴 뿐이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란다.’는 말이 오래 된 속담이 아니구나.”하던 어느 학생의 말이 실감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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