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 봄을 시샘하는가
추위, 봄을 시샘하는가
  • 전주일보
  • 승인 2017.03.13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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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은 참 포근했다. 살랑거리는 미풍에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옷차림이 한결 가벼워 보였다. 얼었던 대동강 물이 풀린다는 우수가 지나고 개구리가 겨울 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이 찾아온 때문이었을 터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먼저 피는 거제의 춘당매(春堂梅) 소식이 들려온 지 꽤 되었고 구례 산동면의 산수유와 생강나무 역시 꽃망울을 터뜨렸다고 한다.

기상청 등에 따르면 올해 봄꽃 개화시기는 예년에 비해 평균 1~4일 가량 빠를 것이라는 예보가 나온 바 있다. 이달 기온이 평년보다 조금 높아 그런다는 것이다. 개나리, 진달래 등 봄꽃이 이 들과 저 산에 앞다퉈 피어나며 꽃대궐로 장식할 때가 머지않았다고 사람들은 생각했었다. 그러나 웬걸 다시 영하의 추위가 엄습하면서 대지를 움츠리게 만들었다. 나그네의 겨울 겉옷은 따스하고 온화한 봄바람이 벗긴다더니 차고 매서운 겨울바람이 몰아 닥쳤다.

꽃샘추위는 봄철 꽃이 피고 잎이 날 때쯤 일시적으로 찾아오는 추위다. 겨울 추위가 물러가고 기온이 오르면서 꽃이 피는 것을 시샘해서 오는 추위라 해서 '꽃샘 추위'라 한다. 한반도를 둘러싼 기압 전선이 빚어낸 계절의 변화 무쌍함이다. 겨울의 끝, 봄의 초입에 한랭건조한 시베리아 고기압이 잠시 그 위력을 회복하면서 북서계절풍을 끌어내려 추위를 흩뿌린데서 연유한다. 이같은 기후 현상은 매년 되풀이되는게 정상이긴 하다. 그런다 해도 겨울의 끝물에서 동장군(冬將軍)의 심술은 참 얄미울 정도다.

중국 후한 때 공녀(貢女)가 되어 흉노땅으로 떠나간 왕소군의 심정이 그러했을까. 봄이 왔으되, 봄 같지가 않음을 한탄하는 그런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오랑캐 땅에 꽃과 풀이 없음(호지무화초·胡地無花草)은 아마도 꽃샘추위 탓일게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선고일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 결과도 세상을 향해 공개됐다. 익히 알려진 것 처럼 헌정질서를 무너뜨리고 민주주의의 골간을 위협한 국정농단 세력들의 모의와 행위들이 드러났다. 헌재의 판단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라는 바는 다르지 않다. 난정(亂政)과 폭압을 물리치고 순리와 정도에 바탕한 올바름과 정의를 회복하자는 것이다. 지난 주말 광장에 모여 촛불을 든 이들은 "탄핵이 인용돼야 봄이 온다"고 했다. 내란을 운운하고 테러를 조장하는 세력들의 억지스러운 주장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봄은 찾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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