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
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
  • 전주일보
  • 승인 2017.01.04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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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수사의 과학과의 결합. '과학수사'는 범의(犯意·범죄 의사)를 밝혀내고 범행(犯行·범죄적 행동)을 추적해 범죄자를 찾아내는 수사기법의 정밀화를 가져왔다고 볼 수 있다. 수사의 '법과학(法科學·Forensic Science)'은 '공청회(Forum)'를 뜻하는 라틴어(forensis)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고대 로마 법정의 변호사 퀸틸리아누스(Quintilianus)의 사건 추적은 법과학을 이용한 최초의 수사기록으로 분류된다.

'셜록 홈즈'시리즈로 유명한 코난 도일(Conan Doyle, 1859~1930)은 외과의사이며 소설가였다. 도일은 홈즈를 통해 과학적 지식이 수사에 어떻게 이용될 수 있는가를 알렸다. 홈즈는 과학 수사의 선구자인 셈이다. 법의부검(法醫剖檢), 범죄 수사에 독성학의 도입, 지문 자동 식별 시스템(AFIS), ABO식 혈액형 발견, 유전자 감정 등은 시대를 따라 발전해온 과학수사의 주요 발판이 됐다. 한편 프랑스 범죄학자 에드몽 로카르(Edmond Locard, 1877~1966)는 재미난 수사기법을 발견했다. 통상적으로 범죄 수사에서 수집되는 큰 증거물 외에 그는 크기가 아주 작아 눈에 잘 띄지않는 증거물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다. 범인, 혹은 피해자의 옷이나 현장에서 나온 작은 실밥, 금속 파편, 어디선가 묻어온 듯한 먼지류의 증거물 등. 로카르는 이같은 미세한 증거물들을 과학적으로 분석한다면 수사에 결정적인 도움을 줄 것이라고 보았다. '프랑스의 셜록 홈즈'라는 별명을 얻은 그는 세계 최초로 리옹대에 '법과학감정소'를 세워 과학수사의 깊이를 더 했다. 로카르의 법과학감정소를 벤치 마킹해 세계 여러나라는 '법과학실험실'을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우리의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도 이에서 연유한다.

2014년 4월 온 국민을 '공황장애' 상태에 빠지게 했던 세월호 참사의 진실 추적에 나선 네티즌 수사대 '자로'의 활약이 화제다. 자로는 온라인 상에 올린 다큐멘터리 '세월X'를 통해 세월호 침몰 원인으로 검찰이 밝힌 과적과 조타수의 운항 미숙, 복원력 상실 등이 아닌 '외부 충격' 가능성을 들었다. 그 유력 가능성은 레이더 분석 자료 등에 기반한 '잠수함'이다. 김관묵 이화여대 교수(나노과학부) 또한 이같은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물론 검찰과 군 당국은 '잠수함과의 충돌'은 '있을 수 없는 일'로 일축한다. 세월이 가면 세월호에 남겨진 '흔적'에서 지금껏 규명되지 않은 외부 '접촉'의 실마리가 밝혀질까. 에드몽 로카르는 '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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