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명매(大明梅)
대명매(大明梅)
  • 전주일보
  • 승인 2016.11.20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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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는 추운 날씨를 기개로 견디며 가장 먼저 피어난다. 거기다 은은한 향기는 옛 선비들의 사랑을 듬뿍 차지하기에 충분하다. 명칭도 다양하다. 일찍 피기에 조매(早梅), 추운 날씨에 핀다고 동매(冬梅), 눈 속에 핀다고 설중매(雪中梅)다.

색이 희면 백매(白梅), 붉으면 홍매(紅梅)다. 매화에 빗대 음력 2월은 매견월(梅見月)이다. 우리나라 선비들은 대체로 18세기까지는 백매를 선호했다. 하지만 19세기부터 홍매에 더 가치를 뒀다. 호남지역에는 5매(梅)가 있어 관심을 끈다. 전남대 대명매, 담양 지실마을 계당매, 백양사 고불매, 선암사 선암매, 소록도 소록수양매다.

전남대 대명매(大明梅)는 지금쯤 대강당 일대를 붉게 물들였을 듯하다. 수관의 폭은 동서 4.8m, 남북 6.0m이고, 높이는 4.2m에 달한다. 근주직경은 58.5㎝이다. 평균 30일 이상 꽃피는 기간도 길다. 대명매는 사신단인 동지사(冬至使)의 서장관(書狀官)으로 임명된 월봉 고부천(高傅川·1578~1636) 선생이 1621년 명나라 희종황제로부터 선사받은 홍매화다. 당시 월봉선생의 고향인 담양군 창평면 유촌리에 심어졌다. 이후 월봉 선생의 11대손인 고재천 전남대 농대 3대 학장이 1961년 10월17일 전남대농대에 기증했다. 1976년 3월10일 현재의 자리로 이식, 봄의 전령사가 됐다.

대명매는 문화재청의 천연기념물 지정을 기다리고 있다. 각종 현황자료가 지난 2014년 북구청과 전남대의 노력으로 문화재청에 보내졌다. 자료는 대명매가 간직하고 있는 역사성에 대한 보존을 강조한다. 특히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전후해 계엄군의 교내 진입과 함께 많은 나무들이 최루탄과 폭력에 소실됐다. 하지만 대명매는 수려한 자태를 현재까지 꿋꿋히 유지하고 있어 더욱 귀하다. 또 노령화로 인한 수세약화 현상 방지가 체계적 보존대책의 이유다. 문화재청은 수관이 인위적으로 다듬어 졌고, 수령 또한 확인 필요하다며 지정 확정을 미루고 있는 상태라 한다.

대명매가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감상을 핑계로 꽃을 꺾는 일이 벌어져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한다. 전남대 교수 게시판에는 '홍매화가 예쁘다며, 너무 쉽게 가지를 꺾어가는 분을 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우려의 글이 올라왔다. 게시자는 학생도우미 확보를 통한 대처를 요구했다. 어려운 한자어로 된 '대명매 안내글'을 쉬운 말로 바꾸길 바라는 글도 있다. 대학 측은 펜스를 설치해 보호조치를 취할 예정이고, 안내 글 또한 검토 단계에 있다고 한다. 천연기념물 지정과 학교 측의 보호는 인위적이다. 감상하는 사람들 스스로 대명매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더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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