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중산층
  • 전주일보
  • 승인 2016.11.16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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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374만원을 번다. 102㎡(31평) 아파트를 가지고 있다. 중형차를 몰고 다니며, 이러저러한 빚을 제외하고 2억 3,000만 원의 재산가다. 6천 원짜리 점심을 먹고, 하루 8.2시간 근무하는 직장환경. 가족과 하루 보내는 시간 1시간 40분이다. 영화를 본다든가 취미생활은 한달에 한번씩 즐긴다. 등산 등 운동은 주 1회로 건강이 최고라며 시간을 투자한다. 지난해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가 조사해 그린 '2016년 대한민국 중산층'의 모습이다.

중산층은 본래 부르주아지( bourgeoisie)라는 뜻이었으나 마르크스주의 이후 현대에는 자본가 계급을 뜻하게 됐다. 프랑스어로 '성(城)'을 뜻하는 bourg에서 유래한다. 부를 축적한 계급은 안전하고 윤택한 성내에 살고 그렇지 못한 계급은 위험하고 척박한 성외에서 살면서 생긴 명칭이다. 근대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성내에 사는 사람을 부르주아지라 했다, 프랑스 혁명 역사에서는 영세한 상인이나 일용직 노동자인 민중과 기득권층(로마 가톨릭 교회 성직자, 왕족, 귀족) 사이의 제3계층을 뜻했다. 민중(플로레타리아)과 달리 재산과 학식이 있었지만 기득권층의 권력을 장악하지 못한 계층을 통칭했다.

우리나라에서 중산층이라는 용어가 널리 쓰이게 된 것은 1987년 6·10 민주항쟁 이후일 듯하다. 한국전쟁을 겪고 난 보리고개 시절에는 너나 나나 없이 가난했기 때문에 모두 빈곤층이었다. 이후 산업화 시대 또한 '산업역군'이란 구호아래 독일, 사우디 등 어디서나 외화를 벌어와야 했기 때문에 중산층에 대한 자각이 없었다. 6·10 항쟁에서 '넥타이 부대'라는 용어라 생기면서 민주화와 삶의 질이 중요하다는 인식아래 '중산층'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하지만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로 또다시 중산층이 몰락의 길을 겪게 된다.

문제의 심각성은 NH투자증권조사에서 우리의 중산층 80% 이상이 "나는 하위층이다"라고 인식 하는데 있다. 상대적 빈곤에다 지금도 삶이 팍팍할 뿐 아니라 언제라도 지위가 추락할 수 있다는 심적 우려 때문이다. 특히 중산층의 40%가 은퇴 후 빈곤층으로 전락할 우려에 짓눌리고 있다. 이들은 연금을 포함한 소득이 100만 원 이하 일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불안하다. 결국은 사회 구성원의 인식에 관한 문제다. 중산층이면서 중산층이 아닌 하위 계층이라는 자괴감은 상대적 박탈감에서 오는 것. 나는 중산층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사회가 건전한 사회일 텐데.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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