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커피
고흥커피
  • 전주일보
  • 승인 2016.11.13 18: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금도 에티오피아 커피 맛을 잊을 수 없다. 13년 전 한비야씨를 단장으로 한 월드비전 방문단 일원이었다. 수도 아디스아바바를 출발, 200㎞를 달려 노노지역의 한 오지마을을 찾았다. 식수 및 학교시설 지원 사업을 확인한 뒤 방문단 일행은 파김치가 됐다. 커피타임을 위해 아프리카식 전통가옥으로 안내 받았다. 온갖 그을음을 마다 않고 커피를 볶아내는 시골 아낙의 검은 손놀림. 원두를 솥뚜껑에 올린 뒤 불을 지펴 볶아낸다. 땀을 뻘뻘 흘리며 원두를 두어 번 걸러 원액을 낸다. 조그만 종지잔에 원두커피를 담아 하얀 이를 드러내며 우리 일행에 권한다. 짜고 씁쓸한 맛…. 낯선 아프리카 여로에서의 피로가 한꺼번에 달아났다.

에티오피아가 커피 본산지란 사실을 그때 알았다. 먼 옛날 염소의 도움으로 우연히 커피가 발견됐다고 한다. 어느 날 한 양치기가 방목하던 염소가 평소와는 달리 비정상적으로 흥분하고 신경질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자세히 관찰하던 중 입 속에 넣고 아작아작 씹는 빨간색 열매를 발견한다. 열매를 따서 끓여 먹어 본 양치기는 전신에 기운이 솟는 것을 느꼈다. 이 열매가 바로 커피 원두다. 에티오피아 커피는 15세기 아랍을 거쳐 유럽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또 17세기 말에는 커피나무가 인도네시아 자바섬과 브라질로 보내져 동남아인과 아메리카인을 흥분시켰다.

재배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국내에서 고흥이 커피 주산지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012년 귀농인 주동일씨에 의해 커피재배가 시작된 이후 지난해 15농가에서 1.4t을 생산했다. 재배 5년째인 올해는 3t 이상의 생두를 수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커피는 한 여름에 꽃을 피워 이듬해 봄에 수확을 한다. 씨앗에서 묘목을 거쳐 꽃을 피우기까지 4년가량 걸린다. 주 씨는 낯선 작목으로 실패도 많았다. 하지만 재배의 성공을 위해 수천·수 만㎞를 마다 않고 남미와 아프리카 등지를 몸소 체험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고흥커피는 생산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가공, 교육과 숙박, 관광을 아우르는 커피 복합체험시설까지 꿈꾼다. 그야말로 농업인이 추구해야 할 농업 6차 산업의 롤 모델이다. 주 씨의 체험농장에서는 원두를 따서 볶아 커피 한잔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직접 체험을 할 수 있다. 벌써 갓 수확한 고품질의 커피를 맛볼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났다. 전국에서 하루 평균 40~50여명의 관광객이 찾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주 씨로 부터 커피재배 노하우를 전수받은 과역면 일대가 최대 생산지로 탈바꿈 중이다. 한 귀농인의 야심찬 도전이 고흥커피를 일구어 낸 것이다. 고흥커피에서도 에티오피아의 맛과 향기가 났으면 좋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