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와 불륜
로맨스와 불륜
  • 전주일보
  • 승인 2016.10.26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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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사람의 입에 오르 내린다. 내가 한 잘못은 잘못이 아니고 다 이유가 있으며, 남이 한 그릇된 짓은 징치받을 일이라는 정도의 의미를 갖는다. 로맨스(romance)는 남녀간의 사랑이야기, 또는 사랑의 기운, 연애감정, 연애사건을 말한다. 물론 정상적인 사랑, 연애다. 본래 고대 프랑스어를 현재의 프랑스어와 구별해 라틴어에서 파생한 로망(roman)의 뜻으로 쓰였다.

나중에는 프랑스어로 씌어진 작품을 부르거나 중세 영웅적인 기사의 이야기와 궁중 여인의 연애를 다룬 이야기를 일컫게 됐다. 로맨스는 문학용어이기도 하다. 프랑스권에서는 장편소설을 총칭한다. 영국에서는 본격 장편소설이 노벨(novel)이라면, 모험적이고 괴기적이며 가공적이고 통속적인 소설은 로맨스에 해당된다. 중세에는 유럽 공용어인 라틴어가 아닌 속어, 즉 로망스어로 쓰인 연애무용(武勇)담을 다룬 기사들의 이야기를 로맨스라 했다.

로맨스와 대척점에서 거론되는 용어가 '불륜(不倫)'이다. 불륜은 말 그대로 '윤리에 어긋나', '사회적으로 용인되기 어려운' 그릇된 행위라 하겠다. 불륜은 남녀관계에 부적절하게 행해지는 행위다. 정상적인 결혼생활에서 벗어난 '외도(外道)'도 그와 뜻이 유사하다. 불륜을 소재로 한 소설 등 문학작품이나 영화, 연극 등은 예나 지금이나 수도없이 많고 나름 인기를 끈다. 정상을 벗어나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행위들을 즐겨하는 인간의 관음적 기질 때문일거다. 남녀간의 불륜행위를 간통죄로 처벌하는 때가 있었다.

간통죄는 '성적 자기결정의 자유 침해', '지극히 개인적인 사생활 영역'에 국가가 개입할 수 없다는 오래된 이유 등에 따른 위헌판결을 받았다. 따라서 간통죄의 죄책을 더 이상 물을 수 없게 됐다. 그러나 법적 제제는 불가하더라도 도덕적·사회적 비난가능성은 여전하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에 이어 '최순실 파일'까지. 지금 국민들은 이 나라 국정 운영을 둘러싼 초유의 어이없는 사태로 가히 패닉상태다. 박근혜 대통령이 엊그제 '임기내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고 나섰다. 박 대통령은 한나라당 유력대권주자였던 2007년 1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4년 연임제 개헌안'을 제안하자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매도한 바 있다. "국론분열의 '블랙홀'이 될 것이라며 논의조차 거부되던 개헌이 갑자기 구국의 결단처럼 포장됐다"(25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말). 노 전대통령의 개헌안 제안과 박 대통령의 그것. 비유가 거칠지만 어느게 로맨스이고, 어느게 불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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