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태그 #그런데최순실은?
해시태그 #그런데최순실은?
  • 전주일보
  • 승인 2016.10.19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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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원 편집고문

어쩌면 ‘해시태그(Hash Tag)’라는 단어가 생소할 수도 있을 듯하다. 그러나 ‘트위터’를 아는 사람들은 가끔 ‘#’표시가 붙은 태그를 보았거나, 특정한 목적으로 모이는 카페나 블로그의 사람들끼리 사용해보았을 것이다. 트위터 내용에 #표시를 붙여 적어두면 어떤 주제의 글인지 알 수 있고, 같은 주제의 글을 한 번에 모아 볼 수도 있다. 이 해시태그는 처음에 인터넷 검색을 편리하게 하기위해 도입되었지만, 어떤 특정한 주제에 대한 관심이나 지지를 나타내는 방법으로도 많이 쓰이고 있다.

지금 인터넷의 검색란에 #그런데최순실은? 이라고 띄어쓰기 없이 적어 검색해면, 최순실과 관련된 기사와 트위터 내용, 블로그와 카페의 글들이 나열된다. 그 글들을 보면 오늘 우리나라의 법이 얼마나 무력한 것인지, 모든 최순실과 관련된 모든 일들이 얼마나 한심한지 알 수 있다. 최순실(정윤회와 이혼 후, 최서원으로 개명)은 이 나라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보다 위에 있다고 말할 만큼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박관천 전 행정관이 지난 2014년 터진 '정윤회 게이트'로 검찰의 조사를 받던 당시 "우리나라 권력 서열 1위는 최순실, 2위가 정윤회, 3위가 대통령"이라 말할 정도의 실세 중의 실세다. 최씨는 청와대의 인사에도 개입하여 우병우를 민정비서관으로 추천하고 민정수석으로 올라서게 했다는 말이 있다. 청와대를 움직여 미르와 K-스포츠 재단을 설립하면서 단시일 내에 8백억원 가까운 거금을 재벌들에게서 받았다는 의혹과 함께, 그 돈의 일부가 최 씨와 딸의 소유인 회사에 흘러간 정황도 보도되고 있다.

또 미르와 K-스포츠 재단 운영과 인적구성에도 깊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있어 국회가 조사하려 했지만, 일부 여당의원들의 방해로 증인채택조차 하지 못했다. 상식으로는 도저히 용납되지 않고 이해할 수 없는 비선실세 최 씨의 세도는 그의 딸 정유라에까지 대물림되어 호화판 대학생활을 자랑하고 있다. 최근 보도는 정유라가 독일서 승마를 하기 위하여 호텔 객실 20개를 통째로 빌려 살고 있다고 했다. 정유라를 이화여대에 입학시키기 위하여 승마 특기생제도가 신설되고, 저급한 리포트에도 충분한 학점을 주었으며, 담당교수를 교체하거나 출석조차 하지 않아도 학점이 나오는 등 한 사람을 위한 학사운영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런 일들을 국회가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화여대 최경희 총장은 특혜라고 할 만한 일이 없었다고 뻗정다리 뻗어대듯 우기는 소신발언을 했다. 아마도 실세의 강력한 배경을 믿었던 듯하지만, 강경하게 버티던 최 총장이 19일 사퇴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최 총장은 막강한 실세의 보호막을 믿었지만, 실세 자신이 궁지에 몰리는 상황에서 제 몸 가리기조차 힘에 겨웠을 듯하다. 사퇴기사에 달린 네티즌 댓글은 최 총장이 또 어딘가 괜찮은 자리로 갈 것이니 지켜보자고 한다. 빤히 보이는 그들만의 인사방식을 이미 국민은 짐작하고 있다.

이런 일들을 잊지 않겠다는 뜻에서 이런 해시태그를 달자는 운동이 시작되었다. 이 태그를 달자는 운동을 처음 시작한 이는 CBS CNBC 김형민 PD이다. 김 PD는 “김제동이든 백남기 농민 사인공방이든 이정현 단식이든 지금 정부 여당의 모든 관심은 ‘최순실 가리기’가 아닐까 한다. 김제동이 거짓말을 했네 안 했네가 이슈가 되면서 교문위에서 최순실 차은택을 증인으로 부르자는 걸 결사 거부한 사실은 묻히고 있다”라고 해시태그 달기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이 제안이 퍼져나가 더민주 조응천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가수 이승환 씨 등이 참여했고, CBS의 노컷뉴스와 한겨레신문이 이 내용을 보도하면서 이 ‘#그런데최순실은?’이라는 태그가 급속히 SNS에 퍼지고 있다. 이 태그가 더 진화해서 #게다가차은택은? #그리고유병우는? 등의 태그도 등장했다.

이운동의 핵심은 국민들이 쉽게 잊어버리고 용서하는 습성에 경각심을 주는 의미와 ‘최순실 의혹을 잊지 말자’는 뜻이라고 한다. 아울러 일부 언론을 제외하고는 입도 뻥긋하지 않는 언론의 태도에 대한 반발의 의미와 SNS를 통하여 쉽게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소극적인 자기표현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해시태그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하고 퍼져나갈 지는 쉽게 짐작하지 못하지만, 최순실이라는 이름과 관련된 이런저런 의혹은 어떤 방법으로든 명쾌하게 밝혀져야 여러모로 불편한 국민의 마음이 다소나마 진정되고 정기국회를 앞둔 국회도 정상화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그런데최순실은?

/김규원 편집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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