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장어 양식
뱀장어 양식
  • 전주일보
  • 승인 2016.09.29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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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여름철 즐겨 먹는 민물장어의 원래 이름은 뱀장어다. 태평양 마리아나 해구 근처 200~300m 심해에서 태어나 약 6개월간 산다. 그런 뒤 다시 우리나라 강으로 올라와 살다 바다로 돌아가 알을 낳고 죽는다. 일종의 회유성 어종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주로 소비되는 극동산 뱀장어(Anguilla japonica)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에 속할 만큼 귀하다. 최근 무분별한 남획과 해양환경 변화 등으로 실뱀장어 어획량의 변동 폭이 심하기 때문이다. 그래 가격도 비싸 서민들이 뱀장어를 즐겨먹기에는 만만치 않다.

뱀장어의 다양한 표현도 흥미롭다. 정약전 선생은 '자산어보'에 '모양은 뱀과 같으나 크기는 짧으며 빛깔은 검으스름 하다. 대체로 물고기는 물에서 나오면 달리지 못하나 이 물고기만은 유독 곧잘 달린다'고 서술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동물지'에 '뱀장어는 생식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진흙 속에서 생긴다'며 자연발생설을 주창했다. 중국의 고서에는 '미꾸라지가 가물치의 그림자에 비춰지면 뱀장어가 된다'는 기록이 있다. 일본에서는 '끈적끈적한 참마가 변해 뱀장어가 된다'고 믿고 있다.

뱀장어는 동서고금을 막론한 세계적 보양식이다. 우리는 예로부터 풍부한 단백질 때문에 즐겨먹었다. 1천200여 년 전 일본 고전인 '만요슈'에는 여름철 더위로 몸이 마르는 데는 장어가 좋다'는 기록이 있다. 독일 사람들이 여름에 잘 먹는 별식인 '아르습페'는 바로 장어 국이다. 프랑스도 샌드위치의 속으로 선호되는 장어 캔 제품이 나오고 있다. 또한 덴마크의 명물로 장어 샌드위치가 있고, 냉동한 장어젤리는 영국 노동자들이 즐겨 찾는 스테미너 음식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이 멸종 위기에 처한 민물장어의 완전양식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한다. 대량생산 기술을 확보하면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시장(4천억 원 규모)뿐만 아니라 4조원 규모의 세계 민물장어 시장을 공략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완전양식 기술은 수정란을 부화시켜 기른 실뱀장어(민물장어 치어)를 어미로 키워 다시 알을 생산하도록 하는 단계까지의 기술이다.

하지만 대량 양식으로 가려면 갈 길이 멀다. 지금은 치어에게 상어 알에 비타민, 무기질 등을 섞어 먹인다. 대량 공급이 어려운 상어 알을 대신할 먹이 문제와 예민한 성격의 장어가 대형 수조에서 안정적으로 자라게 하는 것이 숙제거리다. 2020년에 가야 대량 생산의 길이 열린다니, 호주머니 사정을 생각하지 않고 뱀장어 보양식을 실컷 먹으려면 좀 더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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