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 고
포켓몬 고
  • 전주일보
  • 승인 2016.09.27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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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대학생인 두 아들은 포켓몬 세대다. 녀석들이 초등생 때 이름도 외우기 힘든 피카츄, 찌리리공 등 괴물들의 진화에 몰입하는 걸 보면서 속이 썩었던 기억이 있다. 포켓몬은 ‘주머니 속의 괴물’이란 뜻인 포켓몬스터(Pocket Monster)의 약칭이다. 일본의 닌텐도가 1995년 초등생용으로 제작한 오락게임이다. 이후 텔레비전, 만화, 영화, 캐릭터상품으로 만들어져 '광적인' 인기를 얻었다. 포켓몬은 어느 생태계에도 속하지 않는 수수께끼 특수생명체다. 스스로 빠른 속도로 진화를 거듭하며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다.

포켓몬 게임은 150여 개의 몬스터를 확보한 '마스터 트레이너'가 되는 것이 최종 목표다. 먼저 한 개의 몬스터를 키우고 다른 몬스터와 대결해 승리하면 몬스터의 단계가 올라간다. 필자처럼 어른들이 걱정하는 부작용도 많았다. 150여 개의 포켓몬을 갖고 싶은 소유욕 때문에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포켓몬 진화는 '허황된 힘'을 각인시킨다. 실제 1997년 635명 이상의 일본 어린이들이 방영된 '포켓몬 에피소드'를 시청하다 ‘집단 광(光)발작’을 일으킨 사례도 있다.

포켓몬에 스마트폰 증강현실(AR)을 접목한 '포켓몬 고(GO)'게임이 제2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닌텐도의 포켓몬 캐릭터와 구글 자회사인 나이언틱의 AR기술을 융합한 결과다. 스마트폰 앱을 실행하면 카메라가 풍경을 인식한다. 그 위에 포켓몬이 등장한다. 사용자는 실제 공간을 뛰어다니는 포켓몬을 포획해 수집하면 된다. 위치확인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구글맵 서비스가 기반이다. 정식 출시된 미국·호주·뉴질랜드에서는 벌써 열풍이다. 미국은 이미 하루 11억 원 이상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한국은 구글앱 기반이 없어 서비스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예외지역인 속초 등에 게임을 즐기려는 마니아들이 몰려들고 있다.

'포켓몬 고'가 인기를 끌면서 또 다른 걱정거리가 생겼다. 게임에 빠져 넘어져 부상당하는 마니아들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주 호주 퀸즈랜드에서는 운전 중 '포켓몬 고' 게임을 하던 여성 운전자가 접촉 사고를 냈다. 또 미국 뉴욕에서 28세 남성 운전자는 운전 중 포켓몬을 잡으려다가 방향을 갑자기 틀고, 가로수를 들이받았다. 물론 포켓몬 포획을 위해 걷는 운동 효과는 물론 정신·심리치료에 도움 되는 장점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닌텐도와 구글은 사고방지를 위한 방안이나 제도적 보완 없이 달랑 포켓몬 고를 먼저 출시했다. 인간의 안전보다 돈벌이에만 급급한 초 일류 기업들을 보면 왠지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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