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비싼 이혼
가장 비싼 이혼
  • 전주일보
  • 승인 2016.09.22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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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젊은 사람의 결혼 풍속도는 다를 수 있다. 하지만 필자처럼 기성세대의 결혼식에서 주례는 정점이었다. 누구를 주례로 모시느냐에 따라 신랑·신부의 평판이 좌우된다고 여겨서다. 존경하는 스승일 수 있고, 부모가 아는 저명한 인사면 더 좋았다. 지루한 주례사지만 요점이 있었다. 인생의 경험을 이야기 하고 앞으로 삶의 지표를 예시했기 때문이다. 각양각색의 주례사 중에 빠지지 않는 문구가 있다.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되도록 백년해로 할 것'의 당부다. 어떤 어려움에도 결코 헤어지지 말고 살라는 주문이다. 결혼은 선이요, 이혼은 악이라는 유교사상이 그 뿌리다.

서양의 결혼식 풍속도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주례는 평판 보다 자신이 믿는 종교 성직자에게 맡겼다. 주례사도 사랑하느냐, 하지 않느냐를 단순하게 묻는다. '예스'라고 답하면 다른 사람은 입을 다물 것을 주문한다. 두 사람의 사랑이 중요하며, 사랑없이 사는 것은 신의 뜻과는 멀다는 이야기다. 개인을 중요시 하는 합리적 사고의 결과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이혼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우리처럼 고개를 못들고 다니는 '죄'로 여기지 않았다. 그래 결혼해서 모은 재산은 이혼하게 되면 공평하게 분배해야 한다는 사고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현재까지 가장 비싼 개인간 이혼 합의금 기록은 러시아 석유재벌 인 드미트리 리볼로프레프와 부인 엘레나 리볼로프레바가 가지고 있다. 우리 돈으로 무려 5조3,415억 원에 달한다고 하니 상상을 초월한다. 그가 26년 동안 함께 살아온 부인과 지난 2012년 이혼한 결과다. 3년 뒤 항소해 액수가 크게 줄긴 했지만 재판은 계속 진행 중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외아들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여배우 고현정씨 부부의 위자료 15억원이 꾀 비싼 금액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1995년 결혼해 '세기의 커플'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8년여 만인 지난 2003년 11월 각자의 길을 택했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결정을 두고 '역사상 가장 비싼 이혼'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결정 하루 만인 지난 24일 세계증시 시가총액에서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2배에 육박하는 약 2,987조원이 허공으로 사라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영국과 EU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는 점이다.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은 얼마의 위자료가 더 필요할지 예측불허다. 결별 파동으로 세계경제가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브렉시트 충격속에 백년해로를 당부하는 우리의 주례사가 더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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