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피톤치드
지리산 피톤치드
  • 전주일보
  • 승인 2016.09.09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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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톤치드'는 숲 속의 식물들이 만들어내는 살균성을 가진 모든 물질을 통칭한다. 숲속의 나무들이 해충과 병원균 등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내뿜거나 분비하는 자연 항균 물질이다. 1937년 러시아 레닌그라드 대학의 생화학자 토킨(Boris P. Tokin)이라는 사람이 이렇게 명명했다.

식물을 의미하는 피톤(Phyton)과 살균력을 의미하는 치드(Cide)의 합성어다. 피톤치드에는 테르펜, 글리코시드 등을 비롯해 페놀 화합물, 알칼로이드 성분이 함유돼있다. 숲 속에서 느끼는 향긋한 냄새는 이에서 비롯한다. 공기를 정화시킴으로써 쾌적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사람들이 숲을 즐겨찾는 이유는 피톤치드 효과 때문이다. 삼림욕을 하면 피톤치드로 인해 심신이 안정되고 말초혈관을 단련시켜 심폐기능이 강화된다. 기관지, 천식과 폐결핵 치료에 많은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토피를 유발하는 집먼지 진드기의 번식을 억제하는 등 피부를 소독하는 약리작용도 크다. 요즘에는 방향제 제조나 '새집증후군'을 해소하는데 피톤치드 원액을 사용하거나 음식물 재료로 첨가되는 등 활용도가 높다. 피톤치드의 효과는 초여름부터 초가을 사이 일사량이 많고 온도와 습도가 높은 시간대에 산 중턱, 숲 한가운데서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조금씩 내뱉는 복식호흡으로 최대화할 수 있다.

지리산 계곡의 피톤치드와 음이온 농도가 일반 도시공원보다 최소 5배, 최대 30배 이상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남도보건환경연구원이 최근 검사한 결과가 그랬다. 천은사 계곡의 피톤치드 농도는 1천463pptv(1조분의 1을 나타내는 부피 단위), 문수사 계곡 635pptv, 피아골 541pptv로 도시공원의 104pptv와 비교해 5∼10배나 높았다. 공기 비타민이라고 불리는 음이온 농도 또한 천은사 계곡은 ㏄당 5,926개, 피아골 5천226개, 문수사 계곡 3,734개였다. 일반 도시공원(173개)보다 최대 30배 이상이다. 지리산은 우리나라 국립공원 제1호(1967년 지정)다.

권역의 규모 뿐 아니라 유서깊은 사찰과 국보·문화재에다 수많은 동식물이 분포해있다. 도 보건환경연구원의 이번 조사로 가늠하기 어려운 자연환경의 우수성까지 실증됐다. 헤아릴 수 없는 가치를 계곡의 피톤치드가 더 했다. 보다 다양한 식생 등 연구조사와 보존 대책이 강구돼야 할 필요가 있다. 관광자원으로의 활성화도 그 범주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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