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뽕 전쟁
짬뽕 전쟁
  • 전주일보
  • 승인 2016.09.08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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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뽕은 자장면과 함께 '시켜먹는' 국민음식 반열에 오른 지 오래다. 초콜릿 빛 자장이 시각·미각을 동시에 자극한다면, 짬뽕은 군침을 돌게하는 얼큰한 국물의 미각이 최고다. 어릴 적 어머니 손잡고 들른 읍내 중국집에서 '자장'과 '짬뽕' 사이의 망설임은 나만의 기억이 아닐 듯하다. 욕심에는 두 가지 다 먹고 싶지만, 빈약한 어머니의 호주머니 사정이 망설임을 부채질 한다. 당시에는 '짜장'이 우세했지만, 나이 들면서 술을 알고는 '짬뽕'도 만만치 않은 메뉴가 됐다. 목 줄기를 타고 넘어가는 시원한(?) 국물 맛은 해장에 제격이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짬뽕의 유래가 재미를 더한다. 중국 국수가 일본으로 건너가 '찬폰'이 되고, 다시 한국으로 건너오면서 '짬뽕'이란 명칭이 생겼다는 게 더 믿음직하다. 일본 원조는 나가사키 짬뽕이다. 일본의 최초 개항지로 해외 문물이 들어오는 역할을 했던 곳이다.

1899년 당시 항구에는 중국 유학생과 노동자들이 넘쳐 났다. 푸젠성 출신 중국음식점 주인 천핑순이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는 이들을 겨냥해 만든 게 짬뽕이다. 나가사키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문어, 새우, 자투리고기와 양배추를 함께 넣어 끓인 국수가 짬뽕의 시초라고 한다. '값싸고 푸짐한' 국수는 일본인에게도 인기가 있었단다.

중국 푸젠성 말로 '너 밥 먹었냐?'가 "ㅆ+ㅑ뽕?'이다. 이를 들은 일본인들이 새로운 국수의 이름이라 생각해 '찬폰'이라고 불렀다. 일본 찬폰은 국물이 하얗다. 붉은색의 매운맛은 한국 '짬뽕'을 상징한다. 인천 차이나타운 당시 제물포의 중국인들이 리어카에 화로를 싣고 다니면서 야채를 볶아 국물을 넣고 즉석에서 만들어 팔았다. '값싸고 얼큰한' 한국식 짬뽕이 생긴 유래다.

때 아닌 '짬뽕라면 전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A사의 진짬뽕은 출시 2개월 만에 2,000만봉 판매 기록을 세웠다. B사의 맛짬뽕도 출시 50일 만에 2,000만봉 판매를 돌파했단다. C사도 새로운 제품을 내놓고 있다. 라면 업체들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진짬뽕의 인기 요인은 자연스러운 짬뽕 기름의 불 맛과 시원하고 진 한 육수, 풍부한 건더기, 면 폭이 3㎜ 이상인 면발 등이 꼽힌다.

맛짬뽕은 3㎜ 굴곡 면에 불 맛을 살린 진한 국물이 특징으로 면발에 홈이 파여 있어 국물이 잘 배고 더욱 풍성한 짬뽕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업체는 선전한다. 짬뽕은 역시 국물 맛이 승부를 결정짓는다. 짬뽕라면이 서민들의 얇은 주머니와 간편함을 내세워 한국인의 입맛을 공략하고 있다. 싸고 얼큰한 짬뽕이 라면시장의 대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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