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화(相思花)
상사화(相思花)
  • 전주일보
  • 승인 2016.09.0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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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사모하는 꽃. 이름만으로 사연이 깊을 듯하다. 상사화(相思花)와 관련, 슬픈 전설이 영광지역에 전해진다고 한다. 옛날 한 마을에 너무 서로를 사랑하는 부부가 살았다. 오랜 기간 부부의 연을 맺었으나 어찌된 영문인지 아이가 없었다. 부부는 가까운 절을 찾아 간절히 기도하고 또 기도한 끝에 늦게서야 예쁜 외동딸을 얻었다.

아이는 얼굴이 곱고 부모에 대한 효성도 지극했다. 어느날 아버지가 원인 모를 병으로 돌아가셨다. 효심 지극한 딸은 아버지의 극락왕생을 빌며 절에서 백일동안 탑돌이를 한다. 그런데 그 절의 한 젊은 스님이 우연히 효심 깊은 딸의 모습을 보게 된다. 가슴속 깊이 연정을 품었으나 그는 출가인이었다. 마음을 고백하기는 커녕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고 끙끙 앓던 스님은 탑돌이를 마친 처녀가 돌아가자 시름시름 앓다 죽고 말았다.

이듬해 봄, 절 뒤편 산기슭 스님의 무덤가에 이름 모를 풀줄기가 올라왔다. 그런데 특이하게 풀줄기는 잎이 나고, 잎이 말라 스러질 9월 무렵 꽃대가 올라와 한 송이 붉은 꽃송이를 내미는 것이었다. 푸른 잎과 붉은 꽃이 함께 피지 못하고 번갈아 나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죽은 스님을 생각하며 ‘상사화(相思花)’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고 전한다. '이룰 수 없는 사랑'이란 꽃말을 품게 된 이야기다. 상사화는 수선화과의 여러해살이 식물이다.

꽃과 잎이 서로 달리 피고 지는 모습이 인간 세계에서 서로 떨어져 사모하는 정인의 모습과 같다고 해 붙여진 고유 이름이다. 꽃은 대부분 불갑사 일대를 비롯해 우리나라 남부지방에서 자생한다. 내장산과 불갑사 일대의 노란상사화는 한반도 고유종이다. 남부지역에 국한된 노란 상사화는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됐다. 최근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꽃피는 시기와 열매 맺는 기간이 앞당겨졌다. 이상기후가 지속할 경우 개체군이 많이 감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슬픈 사연만큼 노란색상사화가 사라질 날도 머지 않았다

16회째를 맞는 불갑산 상사화축제가 9월 16일부터 18일까지 불갑사 관광지구 일원에서 열린다. ‘천년의 영광 상사화를 품다!’라는 주제로 다양한 체험 문화 전시 행사가 마련됐다고 한다. 특히 진입로부터 불갑사까지 3㎞에 이르는 국내 최대 규모 상사화 군락지 감상은 축제의 백미라고 한다. 꽃무릇과 함께 붉은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 강렬한 색감을 자랑한다. 등산로 주변 곳곳에 피어오르는 꽃무릇도 청명한 가을 하늘과 함께 온 산을 붉게 물들일 것이다. 처녀를 사랑하지만 신분 탓에 가슴앓이만 하다 상사화로 피어난 스님을 생각한다. 축제장을 찾아 '처녀와 스님'의 가슴시린 사랑을 상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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