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나무
동백나무
  • 전주일보
  • 승인 2016.07.03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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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록활엽교목에 속하는 동백나무는 한국, 중국, 일본, 타이완 등 아시아가 원산지이다. 그런 동백나무가 18세기 말께 유럽으로 전해졌다. 예수회 선교사 카멜이 전했기 때문에 동백나무의 학명 중 속명이 카멜리아(Camelia)가 됐다고 한다.

동백나무는 흔히 숲을 이루며 자란다. 동백나무의 꽃은 자라는 곳에 따라 11월에 이미 꽃망울을 달고 있는 곳도 있고 해를 넘겨 3~4월에 꽃이 피기도 한다. 그럼에도 동백(冬柏)이라고 불러온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선조들은 동백나무를 겨울에 피는 꽃나무로 인식했다. 다른 나무들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겨울철에 새빨갛게 피어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모양이다.

대개의 나무가 겨울에 꽃을 피우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꽃가루받이를 해줄 곤충이 없기 때문이다. 동백나무는 그 고민을 해결했기에 겨울에도 꽃을 피운다. 동백나무는 사실 대표적인 조매화다. 즉, 새가 꽃가루받이를 해주는 나무다. 동백나무의 꽃이 붉은색인 이유도 새들의 눈에 가장 잘 띄는 색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새가 동박새이다. 동박새는 이름부터가 동백나무에서 유래된 새로, 매우 작은 체구의 앙증맞은 새다. 먹이가 부족한 시기에 동박새는 동백꽃의 꿀을 빨기 위해 수술 밑으로 부리를 깊게 넣게 되고 그 과정에서 이마에 노란 꽃가루를 묻혀 이 꽃 저 꽃으로 나르게 된다.

동백나무의 꽃이 활짝 벌어지지 않고 반 정도만 벌어지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만약 활짝 벌어진다면 꽃가루를 묻히지 않은 채 꿀만 먹고 갈 테니까. 꽃의 지름이 5~10㎝인 것도 몸길이가 약 10㎝인 동박새의 크기에 맞춰놓은 1인용 식탁이기 때문이다.

동백나무의 또다른 특성은 꽃이 지는 모습에 있다. 동백나무는 꽃잎이 한 장씩 떨어지는 게 아니라 상하지도 않은 커다란 꽃을 송이 째 툭 떨어뜨려 보는 사람의 가슴을 처연하게 만든다. 제 아무리 화려했던 삶도 찰나에 지고 마는 것이 인생이라는 불교의 교리와도 맞아 떨어지는 점이 있어서 사찰 주변에 많이 심는다.

그러나 선홍색으로 목 째 떨어지는 낙화가 자못 처절해, 그 처절함이 연상돼서 병문안 갈 때 들고 가는 꽃으로는 삼가야 한다.

윤종채 /무등일보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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