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확인한 우리 농산물의 위기
중국에서 확인한 우리 농산물의 위기
  • 전주일보
  • 승인 2016.06.28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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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과일시장에서 수입 체리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양앵두 또는 버찌라고도 불리는 체리는 안토시아닌과 같은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노화를 방지하고 암, 심장병 등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낮추어 주며, 골다공증과 당뇨예방, 불면증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해마다 막대한 양의 체리가 미국 등에서 수입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중국에서도 대규모로 체리를 재배하면서 한국시장 공략을 앞두고 있다.

 

필자가 수입산 체리에 대해 염려를 느끼기 시작한 것은 2년 전 전주지역 4H회원들과의 모임에서였다. 사실상 체리 불모지나 다름없는 전주에서 체리농사에 전념하던 필자는 보다 많은 농업인들과 모임을 통해 정보도 교환하고 서로 고충도 나누기 위해 4H 등 농촌활동에 앞장섰다.

당시 체리재배를 하고 있는 나에게 체리 때문에 이 시기에 수확되는 우리농산물(수박, 참외, 복숭아 등)이 심각한 판매타격을 받고 있다는 하소연 섞인 불만을 여러 농업인들이 토로하였다.

새콤달콤한 맛과 편의성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미국산 수입체리가 미국 주산지인 워싱턴주에서 본격적으로 수입되기 시작하면서 우리농산물이 국내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2014년 6월 말경에 체리재배 동향을 살피러 체리주산지인 일본 천향원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곳에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였다.

고급백화점에 진열된 체리가 자국산은 정면에, 수입산은 무릎아래 매대에 위치해 있는 것 아닌가. 또한 자국산 체리 가격은 ㎏당 최고 30만원에서 최하 3만원, 시장에서 자국산은 매대 정면에 수입산은 무릎아래 최저가로 판매되고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이제는 홈쇼핑에서도 대량물량과 저가 수입산 체리가 날개 돋친 듯 판매되고 있다. 씁쓸하다. 우리 하늘과 우리 땅 아래에서 자란 우리 농산물이 미국산 체리와 수입산 과일에 밀려 설 자리를 빼앗기고 있는 것이다.

미국 농부는 배불리게 하면서 정작 우리나라 농부들은 이제 어떤 작물을 재배해야 할지 고민을 해야 하고 살림은 점점 궁핍해지고 마침내 설 땅 조차 잃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필자는 지난 3월 말게 중국체리시장 동향을 살피고자 중국 대련을 찾았다. 체리재배를 잘해서 대규모 체리재배단지를 만들어 중국에 수출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갔는데 거기서도 놀라운 사실만을 발견했다.

중국 대련시 외곽에 있는 체리농장 답사를 가는데 곳곳에 보이는 게 체리나무였다. 심지어 우리나라 농촌 집집마다 감나무를 키우듯 체리나무가 있었다. 수출은 고사하고 중국과 FTA가 체결될 경우 우리나라 체리농가들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사실이 자명했다.

미국에서 수입되는 물량은 항공으로 수송한다 하더라도 며칠이 걸리지만 가까운 중국은 단 하루 만에 배로 도착할 수 있으니 신선하고 안전하다는 국내산농산물의 경쟁력도 사실상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중국 체리는 또한 먹기 전에 시각적인 첫 대면에서 흑자색에 자두크기만한 사이즈로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눈을 현혹하기에 충분했다. 다행히 맛을 본 순간 다소나마 안도감이 생겼을 뿐이다.

하지만 수입산 흑자색체리에 매료된 우리나라소비자들에게는 충분히 인기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시설에서 재배되어서 그런지 맛은 그다지 끌리지 않고 당도도 높은 편은 아니었다.

필자는 궁금했다. 그럼 노지(露地)에서 재배될 때 맛은 어떨까? 중국현지 농장주에게 물었다. 노지 재배 시 맛은 어떠냐고? 좋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노지에서 수확한 체리 맛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20일에 다시 중국대련지역을 답사했다.

 

우리나라 농업에 종사하는 농업경영인들은 서서히 고사(枯死)하고 있다. 얼마 저 옥시살균제로 세상이 떠들썩했지만 농업기반이 붕괴된다며 세상이 떠들썩한 기억은 없다.

‘신토불이’를 말로만 외쳐서는 안 된다. 언론도 발 벗고 나서야하는데 우리나라 언론은 죽어가는 농업현실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외면하고 있다.

농업경쟁력을 잃어버리면 나중에는 자동차, 휴대폰을 팔아 농산물을 수입해야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식량전쟁에서 패자가 되지 않기를 필자는 간절히 소원한다.

풍년이면 가격이 폭락하고, 흉년에 판매가가 올라가면 수입해서 가격을 안정화시키는 바람에 이제 대박농사는 사라졌다. 그저 인건비만이라도 건질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질 뿐이다. 이제 우리 농산물, 아니 농업의 위기를 똑바로 바라봐야 한다.

박종신/전주체리영농조합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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