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로버섯
송로버섯
  • 전주일보
  • 승인 2016.06.23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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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트러플(truffle), 불어로는 트뤼프(truffe)인 송로(松露)버섯은 우리나라에서는 전혀 나지 않고 프랑스와 이탈리아 산간의 떡갈나무 숲 땅속에서 소량 생산된다. 관세품목 분류상 송로버섯이라고 돼 있으나, 소나무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떡갈나무숲의 땅속에서 자라는 이 버섯은 극히 못생겼고, 육안으로는 돌멩이인지 흙덩이인지 구분도 어렵다. 땅속에서 채취한다면 식물뿌리로 생각하기 쉽지만, 엄연히 버섯류다. 종균은 5~30㎝ 땅속에서 자라며 1m 깊이에서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송로버섯은 매년 10월에 채취를 시작한다. 특별히 훈련된 개들을 데리고(과거에는 돼지가 이용되기도 했으나, 차에 싣고 다니기가 번잡해 요즘에는 대부분 개가 쓰임) 한밤중 떡갈나무숲으로 나간다. 후각 집중력이 밤에 더 잘 발휘될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발견 장소를 알리지 않으려는 뜻에서다. 송로버섯이 있는 장소를 발견하면 개들은 갑자기 부산해지며 앞발로 땅을 파기 시작한다.

이때 주인은 개에게 다른 먹이를 던져줘 주의를 돌리고 고대유물 발굴하듯 조심스럽게 손으로 땅을 파서 꺼낸다. 야성적 숲의 향기와 신선한 땅 내음을 지닌, 비밀스럽게 땅속에 숨겨진 이 버섯은 호두알만한 것부터 자그마한 사과 정도까지 크기가 다양한데, 인공재배가 안되고 생산량도 적어 희소성이 높다.

로마제국시대부터 식용했고, 프랑스 국왕 루이 14세 식탁에도 즐겨 올려졌다. 모두 30여 종이 있는데 그중 프랑스 페리고르의 검은색 송로버섯과 이탈리아 피에몬테의 흰색 송로버섯을 최고로 친다. 검은 송로버섯은 겉과 속이 까맣고 견과류처럼 생겼는데 특유의 진한 향을 가지고 있어 물에 끓여 보관해도 향기를 잃지 않는다.

‘이탈리아의 자존심’으로 불릴 만큼 유명한 흰 송로버섯은 주로 날것으로 아주 얇게 썰어서 샐러드와 같은 요리에 이용한다. 흰 송로버섯은 강하고 우아하면서도 원초적인, 형용할 수 없는 냄새를 지녀 같은 크기의 검은 송로버섯보다 서너 배 높은 가격에 팔린다.

최근 피에몬테 알바에서 열린 경매에서 홍콩에 사는 익명을 요구한 한 중국 여성이 위성 연결을 통해 950g의 흰 송로버섯을 같은 무게의 금 가격보다 세배 비싼 9만유로(약 1억2천909만여원)에 구매할 정도니 얼마나 비싼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먹어보기는 커녕 구경하기도 힘든 송로버섯 대신 송이버섯이라도 먹었으면 한다.

윤종채/무등일보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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