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은 공직자가 항심(恒心)해야 할 진리다
청렴은 공직자가 항심(恒心)해야 할 진리다
  • 전주일보
  • 승인 2016.03.22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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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일 완주군수

중국 전국시대 때 제나라에 안촉이라는 은사(隱士)가 있었다. 제나라의 선왕(宣王)은 그의 명성을 듣고 대궐로 불러들여 인품을 시험했다.

제왕 앞일지라도 안촉은 선비의 기품을 잃지 않고 여러 가지 곤란한 질문에도 응구첩대(應口輒對)하며 선왕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에 선왕은 높은 벼슬자리로 그를 유혹했다.

그러나 안촉은 "늦게 밥을 먹는 것이 고기를 먹은 것보다 맛날 것이요, 느긋하게 걸어 다니는 것이 수레를 타고 다니는 것보다 편할 것이요, 죄 없이 사는 것이 부귀영화보다 고귀할 것이요, 청렴하고 바르게 살아가면 스스로 즐거울 것이니(晩食以當肉, 安步以當車, 無罪以當貴, 淸靜貞正以自虞), 부디 돌아가게 해주시길 바랍니다"라며 거절했다.

이 이야기에서 ‘안보당거(安步當車)’란 고사성어가 나왔다. 안보당거는 입신양명이나 부귀영화를 부러워하지 않는 청렴한 생활을 의미한다.

이렇듯 공직자의 청렴은 동서고금을 뛰어 넘고 시공을 초월해 강조되고 있다. 이상적 국가상을 그린 명저 ‘유토피아’의 작가 토마스 모어는 “돈이 권력을 크게 흔들 수 있는 곳에서는 국가의 올바른 정치나 번영을 바랄 수 없다”고 일갈했다.

경행록에는 ‘지족가락 무탐즉우(知足可樂 務貪則憂)’, 즉 만족할 줄 알면 즐겁고, 탐욕하게 되면 근심이 따른다고 가르치고 있다.

목민심서를 저술한 다산 정약용도 청렴의 이른바, 6대 신조를 거론하며 청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산은 “청렴이란 목민관의 본무와 모든 선의 근원이며 덕의 바탕이다. 청렴하지 않은 자는 목민관이 될 수 없다. 청렴은 천하의 큰 장사다.

욕심이 큰 사람은 반드시 청렴하려 한다. 청렴하지 못한 것은 사람의 지혜가 짧기 때문이다. 청렴한 사람은 청렴함을 편안히 여기지만, 지자(知者)는 청렴함을 이롭게 여긴다”고 주장했다.

우리가 항시 공공기관의 청렴도를 중시하는 것은 그 기관 자체적인 청정성을 넘어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서다. 공공기관과 그 내부원, 그리고 수장이 청렴해야 사회가 깨끗함을 유지하고 부정부패도 일소할 수 있다.

공공기관이 청렴할수록 주민은 행정을 믿고 협조한다. 개인 삶의 상당부분을 보살펴주는 공공기관의 청렴도가 꼴찌라면 과연 누가 영(令)을 존중하고 이를 지키려 하겠는가.

특히 청렴도는 지역발전에도 절대적인 요소다. 부정부패가 설 땅을 잃고 상식과 정의가 바로 서는 곳에서는 발전동력이 무한하다. 지역이 발전하면 주민복지가 견고해지고 일자리도 넘쳐나는 것이다.

완주군은 그간 청렴도에서 대내외의 주목을 받아 왔다.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실시한 2015년도 공공기관 청렴도평가에서 우수기관에 선정되는 등 2010년부터 6년 연속 우수기관에 선정된 바 있다.

2015년의 완주군의 종합청렴도는 8.07점으로 2014년에 비해 0.18점 상승했다. 완주군은 청렴한 공직사회를 만들기 위해 ‘청렴한 완주 만들기’ 시책사업을 추진함으로써, 농업직접직불제 개선 방안, 옥외광고 투명성 제고방안 등 5가지의 불합리한 제도를 발굴·개선했다.

또한 청렴마인드 향상을 위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청렴실천 결의대회를 갖고 청렴서약식과 청렴콘서트, 청렴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공무원 행동강령 개정과 부패행위 신고 접수·처리 및 신고자 보호 등에 관한 운영 규정을 마련하는 등 청렴도를 높이기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청렴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청렴 마일리지제도’를 실시하는 등 청렴한 공직사회를 뿌리내림으로써 신뢰받는 행정을 구현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 같은 성과와 노력은 연속성이 담보돼야 한다. 완주군을 넘어 공공기관에서의 청렴은 결코 과유불급(過猶不及)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산 선생은 춘추시대 송나라의 자한, 노나라의 정승 공의휴를 예로 들면서 “청렴이야말로 가장 크게 남는 장사다. 그런 까닭에 욕망이 큰 사람은 반드시 청렴하게 산다”고 말했다.

어리석은 사람은 작은 욕심을 채우려 탐관오리가 되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더 큰 욕망을 지속적으로 이루기 위해 청백리가 된다는 게 다산의 가르침이다. 공의휴는 좋아하는 것을 더 오래 누리기 위해, 자한은 명성을 유지하려는 욕망을 위해 청렴한 삶을 살았다.

이렇듯 청렴의 이로움을 아는 것이 지혜요, 공직자가 항심(恒心)해야 할 진리다. /박성일 완주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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