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푼이 인생
팔푼이 인생
  • 전주일보
  • 승인 2016.03.17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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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성심편을 보면 ‘수어청즉무어 인지찰즉무도(水至淸則無魚 人至察則無徒)’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즉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없고, 사람이 지극히 살피면 친구가 없느니라.’라는 뜻입니다. 지나친 각박함을 경계한 선인의 지혜가 담겨 있는 말이지요.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에는 팔푼이처럼 조금 모자란 듯 살아가는 것도 한 방법임을 제시하는 글귀라 생각합니다.

 

가정·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지나치게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가끔 봅니다. 꼼꼼함의 정도가 도를 넘어 주변 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드는 유형의 사람들입니다. 때로 손해 보는 듯 원만한 눈으로 바라봐도 될 일을 ‘꼬챙이로 파듯’ 일일이 간섭하고 시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물론 중요하고 가치가 있는 일이라면 당연히 세심하게 처리해야하겠지만, 하찮은 일에도 필요 이상의 신경을 쓰는 사람들을 보면 답답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살면서 느끼는 일이지만 세상일을 너무 치밀하게 접근하거나 남에게 완벽하게 보이려고 애쓸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완벽한 사람에겐 오히려 동지보다 적이 많고, 너무 깐깐하다보니 따르는 사람도 많지 않습니다.

팔푼이, 맹구 같은 친근한 별명을 가진 사람이 사랑을 더 많이 받습니다.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보다 잘난 사람보다는 조금 모자란 사람에게 더 호감을 갖기 때문입니다.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지 않을 것 같은 사람, 너무나 완벽하여 흠잡을 곳이 하나도 없는 사람은 실수가 없는 사람은 될지언정 사랑의 대상이 되기는 어려운 법입니다.

어딘가 조금 부족한 사람은 나머지를 채워주려는 벗들이 많지만, 결점 하나 없이 완벽해 보이는 사람에겐 함께 하려는 동지보다 시기·질투하는 적이 더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친구가 거의 없는 100점짜리 인생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는 80점짜리 인생이 성공의 문에 더 가까이 서 있다는 것을 삶의 이치로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무엇인가 부족하다는 것은 지능이나 지혜가 부족하다는 의미가 아닐 것입니다. 겸손하고 마음바탕에 비움과 진실과 순수함이 내재된 사람을 말합니다.

진실과 순순한 마음으로 남을 배려하고, 비움의 마음으로 낮은 자세를 취하며, 눈높이를 낮추어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겸손의 자세가 생활화된 사람입니다. 가식과 거짓으로 자신을 위장하여 체면을 유지해 가는 행동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오히려 삭감현상으로 부정적 평가를 받게 될 것입니다. 진실한 행동은 항상 정직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필자가 삶 속에서 체험한 바에 따르면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배려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요즘 많이 쓰는 상생(相生)의 본질도 배려입니다. 서로 잘 살겠다는 이 말 속에는 상대에 대한 존중과 자기희생이 전제돼 있는 것입니다.

자신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대우를 받으려면 먼저 자신이 상대방에게 베풀어 주어야 합니다. 자신이 남에게 배려해 주는 만큼 언젠가는 자신에게 그 배려의 메아리가 다시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지난 새해 아침. 한 대학총장님으로부터 궁신접수(躬身接水)란 말이 적혀있는 연하장을 받았습니다. 옥으로 만든 잔도 주전자보다 높으면 물을 받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겸양지덕을 함축시킨 이 멋진 경구를 필자는 지금도 책상머리에 붙여놓고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배려를 보시(布施)라 하는데 7가지를 듭니다. 화안시(和顔施-부드러운 얼굴), 언사시(言辭施-좋은 말씨), 심시(心施-좋은 마음가짐), 안시(眼施-좋은 눈빛), 지시(指施-고운 말), 상좌시(牀座施-깨끗한 자리), 방사시(房舍施-편안한 잠자리) 등입니다. 이 7가지는 큰 노력 없이도 얼마든지 베풀 수 있는 일상의 일들입니다. 그렇게 보면 부처되는 일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듯합니다.

 

인간관계가 어렵다는 생각도 들지만 조금만 넓게 생각해 보면 해법은 우리 일상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완벽을 추구하기 보다는 부족한 면을 채워가는 여유와 너그러움이 오히려 부드러운 일상임을 느껴보며 생활하시길 권합니다. 오늘 하루 어디에서 생활하시든 돈 안 드는 보시, 한 번 실천해 보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온영두/전북동화중 교장·전북교총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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