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백용성 조사를 추모함
다시 백용성 조사를 추모함
  • 김동주
  • 승인 2008.0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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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백용성 조사를 추모함

윤영근(소설가, 예총남원지부장)

   숭례문이 방화로 소실되었다는 소식을 접하는 순간 미친 세상의 미친 바람이 결국은 국보1호까지 불에 태웠구나, 하는 생각에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위대한 선각자 한 분이 떠올랐다. 백용성 조사였다. 1919년 기미 3. 1독립운동 때에 불교계를 대표한 민족대표 중의 한 분이었던 백용성 조사는 태화관에 모인 민족대표들이 독립선언서만 낭독하고 일경의 체포를 피하여 뿔뿔이 흩어질 궁리를 하자 태화관의 기생으로 하여금 민족대표들의 두루마기와 신발을 감추도록 하였으며 시자 동헌스님에게 일제 헌병청에 전화를 걸도록 지시하여 거기에 모인 민족대표들을 모두 체포, 구금당하게 하였다. 그것은 민족대표들이 먼저 일제로부터 탄압받는 모습을 보임으로 조선독립의 열망을 국민들의 가슴에 심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으며 기미독립운동이 삼천리 방방곡곡에 들불처럼 번지게 한 계기가 되었다.

 1864년 6월 8일 장수군 번암면 죽림리에서 출생하여 나이 14세 때에 남원 교룡산 덕밀암에 출가했던 백용성 조사는 이후 많은 민족대표들이 변절을 한다든지 자신의 몸보신에 급급할 때에도 오로지 한 길 나라사랑의 길에 전념하였다. 일제가 조선불교를 말살시키기 위하여 자신들의 종파인 조동종을 끌어들여 조선의 승려들을 협박하고 회유하여 대사찰의 승려들까지 일본불교에 몸을 실을 때에 백용성 조사는 조선의 불교를 지키기 위하여 서울 종로에 대각사를 열어 일본 불교와 맞서 싸웠다. 그것은 조선의 혼을 지키는 길이었으며, 조사의 그런 정신은 끊임없는 독립투쟁으로 이어졌다. 즉 만주 봉녕촌에 선농당을 설립하여 이 땅에서 살지 못하고 쫓겨나다시피 만리타국으로 이주한 동포들에게 삶의 터전을 마련해 주었으며 독립운동을 위하여 만주로 간 애국지사들의 근거지로 삼게 하였다. 또한 윤봉길의사를 김구주석에게 보내 상해 홍구공원의 의거를 이끌었던 백용성조사는 독립을 위해서는 1만의 윤봉길이 나와야한다면서 조선의 의기 있는 젊은이들을 모아 만주로 파견하고 전국을 돌며 독립자금을 모금하여 임시정부로 보냈는데, 1945년 12월 12일 김구주석이 종로 대각사를 방문하여 ‘용성 큰 스님께서 계속 보내주신 독립운동자금은 나라의 광복을 맞이하는데 크게 이바지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매헌 윤봉길 의사를 보내 주시어 만대 위국충절 순국의 사표가 되도록 하여 주셨나이다’ 하면서 백용성 조사의 영정 앞에서 눈물을 닦은 것은 조사의 애국의 길을 증명하여 주고도 남을 것이다.

 백용성 조사는 입적을 앞두고 ‘큰 물고기인 자치가 작은 물고기인 자치를 잡아먹는구나. 쇠에서 녹이 슬어 상하는구나. 사자의 뱃속에 충이 생겨 쓰러지는구나’라고 친일파가 애국지사를 잡아먹고 조선의 혼이 훼손당하고 병들어가는 현실을 개탄하였다. 이제 조사가 입적한지 70년이 다 되어가고 빼앗긴 나라를 되찾자는 기미년 3. 1독립만세 운동이 일어난 지 90년이 되었지만 우리의 현실은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 해방된 조국에서도 친일파는 여전히 득세를 하였고, 득세한 친일파는 군사독재를 낳았으며, 독재자들이 망치기 시작한 나라 경제는 끝내 국민들의 마음까지 병들게 만들어 선과 악의 구별조차도 모호한 시대가 되었으며, 그런 병든 시대가 숭례문을 불태운 것이 아닌가. 선은 숨을 죽이고 악이 득세하는 세월이 나라의 상징인 국보 1호를 무너뜨린 것이 아닌가. 

 백용성 조사는 일제의 탄압으로 바람 앞의 등불 같던 한국불교를 지켜낸 불교 중흥조인 큰 스님이었으며, 일제의 간악한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불굴의 의지로 독립투쟁을 한 위대한 독립투사였으며 일제가 창씨개명이다 뭐다해서 한글 말살정책을 펼 때에도 꿋꿋한 마음자세로 그 어려운 불경을 20여 종이나 번역하여 한글 불경을 발간한 한글지킴이었으니, 백용성조사야말로 우리 민족의 큰 스승이었다. 불타버린 숭례문을 두고 백용성 조사를 추모하는 것은 정신 차리거라, 정신 차리거라, 하시던 조사의 대갈일성이 그리운 까닭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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