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
제비
  • 전주일보
  • 승인 2015.08.27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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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화신'인 제비는 처마 밑에서 사는 익조(益鳥)로 우리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새였다. 제비는 귀소본능이 강한 새라 한다. 원래 살던 둥지를 다시 찾아오는 경우가 많고, 또 같은 배우자끼리 그대로 원래 살던 둥지를 찾는 경우도 왕왕 있다 한다. 우리네 선조들도 제비는 조류 중에서도 아주 영특한 동물로 여겼던 것 같다.

성호 이익 선생은 '관물편(觀物編)'에서 제비에 관해 이렇게 쓰고 있다.

'제비는 집 들보에 둥지를 틀어 사람과 가깝다. 사람과 가깝게 지내면 벌레와 짐승의 해를 피할 수 있다. 벌레와 짐승은 피하면서 사람은 피하지 않는 것은 사람이 어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제비는 고기가 도마 위에 오르지도 않고, 날개가 장식으로 꾸미는 데 쓰이지도 않는다. 그런 까닭에 사람이 죽이려는 마음이 없는 것이다. 제비가 문득 그렇지 않음을 훤히 깨달았다면 높이 날아가 버렸을 것이다. 그런 까닭에 제비보다 지혜로운 것은 없다고 하는 것이다.'

또 광해군의 스승이었던 유몽인은 자신의 개인 문집인 '어우야담(於于野譚)'에 임진왜란 때 만났던 중국사람 황백룡과의 이야기를 적어놓았다. 황백룡이 유몽인에게 조선사람은 몇 가지 경서를 공부하느냐고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한다. "삼경 또는 사경을 읽습니다. 심지어 제비나 개구리, 꾀꼬리도 경서 하나쯤은 읽을 줄 압니다." "무슨 말씀입니까?" "제비는 '논어'를 읽을 줄 안답니다. 그래서 '지지위지지(知之謂知之), 부지위부지(不知謂不知), 시지야(是知也)'라고 말하지 않습니까?" '지지위지지, 부지위부지, 시지야'라는 구절은 '논어'의 '위정'편에 나오는 것으로,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이것이 아는 것이다"라는 뜻으로, 이 말을 빠르게 읽으면 제비의 울음소리와 비슷하게 들린다 한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제비의 중간기착지인 신안군 흑산도에서 올해 도래한 개체 수를 조사한 결과 3천408개체가 관찰됐다고 최근 밝혔다. 이는 조사를 시작한 2007년 2천36개체에 비해 67% 증가한 것이라고 한다. 개체 수 증가는 흑산도에 국한된 결과이므로 우리나라 전역에서 제비가 증가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육상의 번식 지역에서도 증가했을 가능성은 있다고 공단 측은 설명했다.

이제는 제비조차 남해안 섬이나 일부 청정지역에 사는 귀한 새가 돼 도시 주변에서 관찰하는 것이 어렵게 됐다. 봄철 모내기 시절에 물 찬 제비라는 표현처럼 날렵하게 비상하는 모습, 해질녘 동네 전기 줄에 줄지어 않아서 지저귀는 제비들 모습이 그립다.

윤종채 / 무등일보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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