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화과 축제
무화과 축제
  • 전주일보
  • 승인 2015.08.23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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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우물은 없단다/ 겹겹의 문을 열어젖혀도 샘이 마른 우물가/ 제 흔적을 지우고 돌아앉은 풍경 사이로/ 휙, 나뭇잎 하나 마당 귀퉁이를 휘돌다/ 내 안의 물길에 얹혀도/ 인기척 하나 내지 못하는 닫힌 문틈 사이로/ 파랗게, 노랗게 하늘 한 자락 나를 비웃고 가는 길/ 쓰다듬고 더듬어도 더듬이가 달리지 않는 이마에선/ 불빛이 일지 않는다/ 꽃물이 들 때까지 기다려야 한단다/ 꽃핀 적 없는 내 몸에 환한 달 구름/한 송이 꽃으로 걸릴 때까지"

김인구 시인의 '무화과' 전문이다.

무화과는 꽃이 피지 않는다고 하나 사실은 푸른 열매로 생각되고 있는 것이 꽃이다. 그걸 몰라서 옛사람들이 꽃이 피지 않고 열매를 맺는 과일이라 해서 무화과(無花果)라 한 것이다.

무화과는 인류가 가공·저장해 먹기 시작한 가장 오래된 과일 중의 하나다. '성서’ 속에도 가장 많이 나온다. 성경 기록을 보면 유다 왕 히스기야가 병들어 죽게 됐을 때, 하느님께서는 이사야 선지자를 통해 그를 치료해 줬다. 그 병은 심각한 종기로서 치명적인 피부암이었던 것 같은데 치료법은 무화과 반죽을 종처에 놓으므로 나았던 것이다. 그 종창의 치료제로서 무화과가 사용됐는데 무화과에는 종기와 암을 치료하는 성분이 있다는 사실이다.

아담과 이브가 금단의 과일을 먹고 알몸이라는 것을 깨닫고 부끄러운 곳을 가릴 때도 이 무화과 잎을 이용했다. 이로 보면 무화과 잎은 인류 최초의 의복이 되는 셈. 그들이 먹은 금단의 과일도 무화과였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예언자 마호메트는 무화과를 '천국에 가져가기를 희망하는 과일’이라 했고, 클레오파트라도 좋아했던 과일이다. 그가 독사에 물려 자살할 때 이집트 코브라를 담았던 바구니도 무화과 바구니였다고 한다.

무화과는 식물섬유와 미네랄, 항산화물질의 보고이다. 변비와 결장암에 효과적이며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춘다. 그 밖에도 영양이 풍부하다. 무화과 잎에 고기를 싸두면 잎에 있는 피신이라는 효소 때문에 고기가 부드러워진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매년 8월에 무화과 페스티벌이 펼쳐진다. 한국에서도 해마다 영암군 삼호읍에서 무화과 축제가 열린다. 올해는 22일부터 나흘 간 전남농업박물관 일원에서 '꽃을 품은 무화과의 멋과 맛'이란 주제로 '2015 영암 무화과 축제'가 개최된다.

전국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무화과 고장 영암의 위상을 높이고자 650여 명의 무화과 농가가 마련한 이번축제는 개막식 공연을 시작으로 무화과 직판, 체험행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주말과 휴일 영암 무화과 축제에 가서 몸에 좋은 무화과도 먹고, 체험을 하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윤종채 /무등일보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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