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주일보
  • 승인 2015.06.19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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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는 서로 상충하는 띠가 있다. 가령 닭띠와 개띠, 용띠와 토끼띠는 어긋난다 해서 결혼을 않는 것이 그것. 호랑이띠와 양띠 여자에 대한 편견도 심하다. 호랑이띠의 여자는 사나워 사람을 해친다고 보고 있다. 이보다 더한 경우가 양띠 여자. 양은 원래 눈에 흰자위가 많아 죽은 사람을 연상시킨다. 그래서 양띠 여자는 ‘다섯 남편을 잃고 과부가 된다’는 속담까지 있다. 이 정도니 여자들이 띠를 속여 결혼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를테면 호랑이 해의 6월 안에 태어난 처녀는 앞당겨 소띠, 6월 이후 태어난 처녀는 토끼띠라 해버리는 것이다.

띠에 해당하는 짐승이 십이지수(十二之獸)다. 중국에서는 이것을 십이생초(十二生肖)라 쓰는데 ‘스알셩씨아오’라 한다. 여기 나오는 초(肖)는 닮는다는 뜻. 곧 열 두마리 짐승을 차례로 1월에서 12월까지의 수에 갖다 붙여 외우기 쉽게 만들어 놓자 민간에서 그 짐승에 해당하는 해에 태어나면 그 짐승을 닮는다는 생각이 굳어졌기때문에 ‘십이생초’라 한 것이다. 이 짐승의 차례가 쥐(子) 소(丑) 호랑이(寅) 토끼(卯) 용(辰) 뱀(蛇) 말(午) 양(未) 원숭이(申) 닭(酉) 개(戌) 돼지(亥)로 돼 있다. 실제로 그 달수에 갖다 붙인 짐슴과 거기 해당하는 한자 사이에는 아무 관련이 없다. 예컨대 3월을 가리키는 한자는 인(寅)이지만 이 ‘인’자는 새풀이 땅에서 뿌리를 뻗는 모양을 본뜬 것으로 호랑이와는 관련이 없다.

십이지는 우리나라와 중국 말고도 일본에도 있고 베트남에도 있다. 베트남의 것은 동물의 차례는 같으나 ‘토끼’가 ‘고양이’, ‘멧돼지’가 ‘돼지’, ‘소’가 ‘물소’로 바뀐 것이 다르다. 십이지에 고양이가 빠진데는 이런 얘기가 전한다. 정월에 신이 짐승들을 소집하면서 12번까지 오는 놈에게 상을 주겠다고 했다. 잔뜩 벼르고 있던 고양이에게 쥐가 찾아와 소집이 연기됐다고 속이는 바람에 12마리 속에 끼지 못한 고양이. 그래서 그 후로 쥐를 쫓아다닌다는 것이다.

양력으로는 올해가 계사(癸巳)년, 즉 뱀의 해지만, 음력으로는 임진(壬辰年)년, 아직 용의 해다. 때문에 젊은 부부들 사이에선 아이를 출산한 후 무슨 띠로 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하는 일도 있다고 한다. "여보게 걱정하지 말게. 용띠면 어떻고 뱀띠면 어떤가. 인간도 복제하는 세상인데".생명을 잉태하고 낳아준 젊은이들이 그저 장하고 고맙기만 해서 하는 말.

/무등일보 주필  김 갑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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