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파문, “부정부패 척결할 마지막 기회로”
‘성완종 리스트’파문, “부정부패 척결할 마지막 기회로”
  • 고주영
  • 승인 2015.04.27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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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주영 서울취재본부 부국장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리면서 정치권은 초토화되고 블랙홀처럼 모든 국가적 현안들을 집어삼키는 모양새다. 충격이 큰 것은 총리, 전ㆍ현직 대통령 비서실장, 도지사ㆍ시장 등 정권의 핵심 실세들이 망라돼 있어 사실 여부에 따라 그 어느 정권 때보다 파장이 커지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에 적힌 8인 중 이완구 총리가 가장 먼저 만신창이가 되었다.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취임 두 달여 만에 내각 지휘자에서 검찰수사를 받게 되는 아이러니한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완구 총리는 취임 후 첫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정부의 모든 역량과 수단을 총동원하여 부정부패의 구조적 사슬을 과감하게 끊어내겠다고 밝혔다. 사회 곳곳에 뿌리깊게 존재하고 있는 부패와의 전면전을 선포한 것이다.

최근 드러난 방위산업 관련 납품 비리와 해외자원개발 관련범죄, 대기업 비자금조성, 공직기강 해이 등을 대표적 부정부패 사례로 지목하고 나섰다.

그러나 불행히도 부정한 돈으로 인간관계를 얻고 권력과 명예를 추구한 성완종 전 경남기업회장의 자살과 그가 남긴 육성, 메모지 한장이 부패와의 전쟁을 정쟁의 암초위로 밀어붙여 버렸다.

이 총리의 사퇴는 잦은 말 바꾸기가 가져온 결과다. 차라리 처음부터 솔직하게 말했다면 지금과 같은 희화의 대상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서민들의 가슴이 휑하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은 한없이 우울할 따름이다. 한편의 저질 코미디를 본 느낌 때문이다. 국민들은 지난해 재산이 늘어나기는커녕 가계 빚만 증가했다. 전세난에 한숨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청소년 자살률은 세계 최고수준이고, 젊은이들은 일자리가 없어 아우성이다.

사회는 부익부빈익빈에 허덕이고, 국민들의 행복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에서 가장 낮다. 이뿐인가. 이혼율은 최고이고, 출산율은 바닥으로 떨어져 있다. 미래는 불투명하기만 하다. 돈과 재산이 모든 가치의 기준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부정부패로 감옥에 가더라도 기필코 돈을 벌고 말아야 하는 사회가 되었다. 부(富)의 쏠림이 심한 현실이라는 점에서 뒷맛이 씁쓸하다.

△ 대한민국은 ‘엘리트 카르텔형 부패’
모든 부패 문제는 처음에는 종종 규범을 잃고 규율을 따지지 않는 데에서 시작된다. 그동안 한국 정치는 무소불위의 특권지대였다. 최고의 파워그룹이고 어떠한 견제도 받지 않는 예외지대였다.

이를 반증하듯 한국의 부패지수는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2014년 한국의 부패인식지수(CPI)는 가장 투명하고 부패가 없는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55점에 머무르며 OECD 34개 회원국 중 27위를 차지했다.

특히 한국의 부패인식지수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연속 100점 만점에 54~56점으로 OECD 중 최하위권인 27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3일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최초 제안자인 김영란 전 대법관이 한 TV에 출연해 대한민국의 부패 유형을 고위층 결탁이 심한 ‘엘리트 카르텔 부패’로 분류했다.

엘리트 카르텔형 부패는 주로 정치인과 고위 관료, 대기업과 같은 엘리트층이 인맥과 연줄을 통해 부당이익을 얻는 부패 유형이다. 정관계 인사가 산하기관 낙하산 인사로 취직하는 ‘관피아’, ‘해피아’ 등도 이 부류에 속한다.

△'온수주청와'(溫水煮靑蛙)
 이는 온도가 천천히 올라가는 물속에 있는 개구리는 결국 뜨거움을 느끼지 못하고 죽게 된다는 뜻이다. 작은 부정이나 부패의 잠재적 위험성을 깨닫지 못하면 큰 재난을 당한다는 의미다.

국가의 존재 이유와 통치 기준은 어느 시대나 모두 같다. 두말할 것 없이 국민이다. 정치는 대다수 평범한 국민의 삶을 기준으로 움직여야 한다. 권력의 최측근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정치가 더 이상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에 부정부패가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를 여실히 확인해줬다. 중요한 것은 부정부패의 본질을 흐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여야는 물귀신작전이나 물타기로 논점을 흐리는 정쟁을 더 이상 하지 말아야한다.

성완종 리스트에 거론된 인사는 물론 권력의 최측근에서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사람들에 대한 엄정한 수사와 단죄가 이뤄져야 한다. 부패덩어리를 도려내지 않고 적당히 봉합하는 수준에 머물고 만다면 국민은 더 이상 인내하지 않을 것이다.

고주영/서울취재본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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