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까마귀 지능
(약수터) 까마귀 지능
  • 전주일보
  • 승인 2015.03.23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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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백 마생각(烏頭白馬生角)이란 말이 있다. 연나라 태자 단(丹)이 진나라의 포로가 되었을 때 언제 풀어주겠느냐고 물었더니 진왕이 ‘까마귀 머리가 희고, 말 머리에 뿔이 돋을 때’라고 했다. 여기에서 유래해 ‘있을 수 없는 일’의 비유로 쓴다. ‘사기’에 나온다.

까마귀는 온몸이 검어 눈이 어디 있는 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 까마귀 오(烏)자는 새 ‘조(鳥)’에서 획 하나를 뺐다 한다. ‘烏’자에는 검다는 뜻도 있는데 까마귀 날개는 사실은 검은 빛이 돌고 윤이 나는 진보라색이다.

과거에는 까마귀 날개에 먹으로 글씨를 써 ‘암호’로 이용한 일도 있다. 고려에서 일본에 보낸 표(表)에 그런 것이 있는데, 까마귀 날개를 김에 찐 후 생명주에다 누르면 글자가 보인다고 한다.

중국 전설에는 태양 속에는 세발 까마귀가 산다고 전한다. 한나라때 묘석에는 그래서 세발 까마귀를 문장으로 새기는 일이 있었는데, 중국의 고지리서 ‘산해경’과 백낙천의 시에도 세발 까마귀가 나온다.

또 에드가 앨런 포의 시에 ‘갈가마귀’가 있고, 반 고흐는 자살하기 직전에 ‘까마귀가 있는 밀밭’을 그렸다. 정지용의 시 ‘향수’에도 ‘서리 까마귀’가 나온다.

영국 전설에는 아더왕이 마법에 걸려 갈가마귀로 변했다는 얘기가 있다. 이로 해서 갈가마귀를 잡는 것은 아더왕(영국 왕실)에 대한 반역이라 불길한 일이 생긴다고 믿고 있다. 런던 대화재 때도 갈가마귀는 권력자들의 보호를 받았다.

까마귀는 새 중에 지능지수가 가장 높은 새다. 머리가 얼마나 좋은지를 알아보기 위해 지난해 독일 튀빙겐의 신경생물학자인 레나 바이트, 안드레아스 니이더 교수는 까마귀들이 전략적 결정을 해야 할 때 두뇌에서 어떻게 지능적인 행동을 생성해내는지를 연구했다.

그 결과 녀석들은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며, 먹이가 있는 장소를 꽤나 많이 기억할 수 있고, 자신이 속한 무리를 따라 사회적 행동을 계획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까마귀는 신사 헌금함에서 돈을 훔쳐 ‘비둘기 먹이 자동판매기’에서 먹이를 꺼내며, 도로 위에 호두를 놓고 자동차가 지나가게 한 뒤 속을 꺼낸다.

뉴칼레도니아에 서식하는 까마귀는 침팬지처럼 나무 구멍에 잎줄기를 넣어 하늘소의 유충을 낚아 먹기도 한다. 행동 생물학자들은 까마귀를 '깃털이 달린 영장류(feathered primates)'라고까지 부른다니 까마귀 빗대 말은 이제 전설이 될 판이다. /무등일보 김갑제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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