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인사청문회 반드시 도입해야
지방의회 인사청문회 반드시 도입해야
  • 전주일보
  • 승인 2015.01.13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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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지난 8일 전북도 산하 출연기관장에 대한 사후인사검증 조례안에 대해 집행정지결정을 내리면서 15일로 예정된 전북발전연구원장에 대한 인사검증이 무기한 연기됐다.

전북도의회가 추진하고 있는 사후 인사검증안은 전북도 산하기관장 또는 출연기관장에 대한 임명이 선거와 관련한 보은인사는 아닌지, 도덕적으로 문제는 없는 인사인지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한다. 즉 엽관제에 의한 인사가 아닌지를 살펴보자는 것이다.

엽관제는 당파를 떠나 인재를 등용한 탕평책과 상반되는 개념으로, 미국 제7대 대통령인 앤드루 잭슨(Andrew Jackson)이 도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치 공직(公職)을 전쟁의 전리품(spoils)처럼 승리 정당에 나누어 준다고 해서 붙인 이름인데, 정권을 잡은 정당이 주요 공직을 독차지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엽관제는 발탁된 인사의 전문성과 공정성에서 여러 문제를 낳으면서, 전문성과 자격을 갖춘 인사를 등용하는 자격임용제(merit system)로 대체되었다.

전북도 송성환 도의원(전주 제3선거구)

엽관제의 가장 큰 희생자는 미국의 제 20대 대통령인 제임스 가필드였다. 공공연한 매관매직과 정치부패의 만연에 분노한 한 젊은이가 취임 첫 해인 1881년 그를 암살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 의회는 1883년 공직의 정치적 거래를 금지하는 입법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 전통과 관행이 지금까지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실제 '000사단' 또는 ‘XXX마피아' 등으로 불리는 ‘점령군 세력’은 한국에도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지방자치시대에 들어와서는 개방형 제도를 통해 엽관제가 유지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같은 엽관제는 행정의 독립성 훼손은 물론 임명권자에 대한 충성을 우선하는 것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다. 또 각종 시책이나 예산을 다음 선거를 위해 배정하고 청년들이 실력만으로 들어올 수 있는 유일한 직업인 공직사회로의 진출을 막는 문제가 발생한다. 더욱이 공공기관의 부실운영으로 인한 각종 문제는 결국 주민에게 피드백되면서 더 많은 문제를 남기게 된다.

이 같은 상황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 전북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전북도 산하 출연기관장의 경우 지자체 장이 바뀔 때마다 산하 출연기관장도 교체되기 일쑤였다. 이 과정에서 정치적인 입김이나 보은성 인사로 인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이에 전북도의회가 추진하는 기관장 사후검증은 새 임기를 시작하는 단체장들이 일할 만 한 사람을 제대로 뽑았는

지, 아니면 보은인사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인사를 영입했는지를 검증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도지사가 임명하는 20개 출연기관의 인사 투명성이 높아지고 경영능력 향상에도 크게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

특별자치도인 제주도는 조례가 아니고 도와 의회 간 합의에 따라 도 산하기관장에 대한 사전 인사청문을 실시중이다. 또한 경기도는 의회와 인사청문회 업무협약을 체결해 인사청문을 거친 뒤 임명하며, 대전시도 임명 전에 의회에 인사청문을 요청하고 있다.

이처럼 상당수 지자체가 출연기관장을 임명할 때 사전 또는 사후에 단체장과 의회가 협의하는 절차나 모임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도지사가 의회의 의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관행을 제도화해야 한다.

더욱이 우리 도의회에서 추진 중인 인사검증은 공기업, 출연기관 등 산하기관장이 임용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직무수행능력 등을 검증하는 것으로, 사전 인사청문회와는 성격이 다르다. 특히 기관장의 자질과 태도, 능력 등 직무수행과 관련된 사항은 물론 병역, 과거 형사 처벌 및 조세납부 등의 준법의식, 도덕적 흠결에 관한 사항 등을 정밀 검증해 능력위주의 인재를 배치하자는 것이다.

공공기관을 잘 이끌어나갈 적임자가 책임자로 임명되는 것이 만성적인 적자구조에서 탈피하고 위민행정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에 주민들로부터 투명성과 진실성을 인정받고 올바른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인사청문회제도를 도입하거나 단체장과 지방의회의 정치적 합의를 통해 버금가는 제도를 운용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송성환=도의원(전주제3선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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