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과 기본이 경쟁력이다
원칙과 기본이 경쟁력이다
  • 전주일보
  • 승인 2015.01.08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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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해, 우리사회는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와 세월호 참사 등 메가톤급 사고로 온 국민이 가슴 아파했다.지난해 말 통계청이 전국 1만 7,664가구에 상주하는 만13세 이상 가구원 3만 7,000여명을 대상으로‘2014년 사회조사’를 해봤더니 전반적 사회 안전에 대해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0.9%가‘불안하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는 2년 전 2012년 37.3%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으로, 특히 건축물이나 시설물 붕괴, 폭발에 대한 불안은 2012년 21.3%에서 올해 51.3%로 2배 이상 증가했다는 통계다. 지난해 2월 발생한 경주 마우나리조트 사고 이후 정부는 전국 유사 건축구조물에 대한 전수조사(全數調査)를 실시하는 등 재발방지를 위한 건축구조기준을 강화하고 나섰다.

오한주 가문건축사무소장

아울러 이들 건축물이 화재로부터 안전하도록 건축피난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건축법 개정안도 수립했다.

특히 부실 설계・시공・유지관리 등으로 건축물의 주요구조부에 중대한 손괴를 일으켜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했던 것을 시공자, 공사감리자 외 원인을 제공한 건축주와 설계 및 시공에 관여한 전문기술자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강화했다.

현재는 연면적 5,000 제곱미터 이상의 다중이용건축물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에만 처벌하였으나, 앞으로는 모든 건축물로 처벌 대상 범위를 확대한다고 한다.

과거 성수대교 붕괴 등 대형사고가 터질 때마다 보았듯 허겁지겁 관계법령이나 기준 등을 강화하고, 기술자 몇 명을 처벌하는 것이 정부가 내놓는 대책이다. 일이 터질 때마다 국면전환용 땜질식 처방을 내놓으니 국민들 가슴에 울림은 없고 몇 달 후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며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만다.

쉽게 흥분했다 쉽게 잊어버리는 우리 국민의 이중적 자화상이다. 좀 더 질책하자면 엄연한 책임회피이자 직무유기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있다. 필자는 전주지방법원에서 10여 년 동안 건축감정업무를 보면서 느낀 것이 한 가지 있다. 소송건마다 공통적으로 나타난 건축하자 주요 원인이 적정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았거나 공사기간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데 있었던 것을 구체적 수치를 통해 확인했다.

남보다 싼값에 짓고 싶고, 더 주면 바보취급 받을 것 같은 것이 건축주들의 본능적 심리다. 잔금 결제를 앞두고는 이것 저것 트집도 잡고, 설계에도 없는 추가공사를 요구하기 일쑤다.

시공자는 최저가 공사비를 만회하려고 무리해서 공사기간을 줄이거나 검증되지 않은 자재를 쓰는 등 불합리한 공사를 감행할 수 밖에 없다. 책임소재는 오십보 백보, 요즘 유행하는 말로‘개찐도찐’이다.

결론적으로 하자발생의 최초 원인 제공자는 바로 건축주 본인이고, 최저가라도 무조건 하고 보자는 시공자가 다음이다. 몇 푼이라도 아끼려는 건축주와 한 푼이라도 남기려는 시공자간의 역학구도는 얼핏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깊이 생각해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 대목이다. 우물에서 숭늉 찾는‘연목구어(緣木求魚)’에 다름 아니다.

이러한 일들이 우리주변의 소소한 일로 한정됐으면 좋겠지만, 국가는 물론 지자체나 공공기관에서까지 주기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니 반드시 해법을 찾아야하는 문제인 것이다.

얼마 전, 감사원 발표에서도 볼 수 있듯 전 정권에서 시행한 4대강 사업은 성과위주의 조급한 정책이 낳은 부산물이었다. 국가의 미래와 국민행복을 위하는 일이라 하지만 예산범위와 파급효과, 미래예측 등 기본을 생각하지 않으면 재앙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법과 제도를 만들고 다듬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키지 않으면 그야말로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다.

모든 일에는 원칙이라는 게 있다. 이것에서 벗어나는 것은 반칙이다. 반칙은 반드시 반대급부로 돌아온다. 그것도 가혹한 대가를 요구한다.

원칙과 기본을 제대로 세우지 않으면 그 무엇도 사상누각(沙上樓閣)에 불과하다고 본다. 새해를 맞아 원칙과 기본이 살아있는 건강한 우리사회를 기대한다.

오한주 / 가문건축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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